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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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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31%가 보수인데 '보수정당' 3연패…"복지·약자 외쳐라"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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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위기의 보수, 부활의 길은 (下)

[편집자주] 보수의 위기다. 한국을 대표하는 보수정당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세 차례 연속 패했다. 일각에선 "보수가 더 이상 주류가 아니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양 날개로 나는 새처럼 정치도 한쪽 진영이 무너지면 건강할 수 없다. 한동훈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은 보수의 재건을 위해 어떠한 핵심 가치를 새롭게 내세워야 할까.



"보수지만 국민의힘은 안 찍는다"?...한동훈, '보수 정치'를 구원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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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총선 정당별 의석수 변화/그래픽=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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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보수가 이제 비주류인 사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저는 윤석열 정부가 하는 어떤 행동도 보수스럽다고 보지 않는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인터뷰에서 "개혁신당의 지지층이 보수에 국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차라리 욕을 먹고 새로운 정치를 구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108석을 차지하며 참패하자 2022년 대선 승리 이후 사그라들었던 '보수 위기론'이 되살아났다. 총선에서 보수 계열 정당이 유례 없는 3연패를 기록하면서 "한국의 총선, 정치에서는 민주당이 주류가 됐다"(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진단도 잇따랐다.

한국인의 정치성향 분포를 보면 여전히 '보수'가 주류다. 2024년 7월 한국갤럽의 주관적 정치성향을 보면 스스로를 '보수'라 인식하는 이들이 31%로 중도(30%), 진보(27%)를 앞섰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성향 보수층은 2016년 31%에서 2017년 한국 정치 사상 이례적인 시기였던 국정농단 사태 때 20%대 중반으로 떨어졌으나, 2021년 이후 진보층을 계속 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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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권자의 주관적 정치성향 변화/그래픽=김지영



문제는 국민의힘이라는 한국의 보수 정당, 보수정치 세력이 보수 지지층을 대변하지 못하는 데 있다. 보수정당의 총선 3연패는 국민의힘의 경쟁력 저하 때문이지 한국인의 정치성향이 급변해서가 아니란 의미다. 전체 유권자의 30%를 차지하는 중도층을 공략하지 못하고 왜소화·수구화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반공보수, 수구보수에 대한 지지는 많이 약해졌지만 시장자유주의, 미국과 일본 등 자유세력 위주의 외교정책에 대해선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며 "지금 집권당이 보수를 잘못 읽고 코드를 잘못 맞추기 때문에 지지를 못받는 것이다. 과거보다 맹목적 보수는 줄었지만 합리적 보수는 여전히 많다"고 진단했다.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는 "주류의 교체를 운운하는 것은 너무 일반화된 논의"라면서도 "우리가 보수에 기대하는 것들, 안정적인 토대를 확보한 위에서 합리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경제와 안보를 굳건히 하면서 민생을 살려나가는 기본적인 요건에서 현재 굉장히 불충분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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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며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8.15/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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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교수는 "특히 윤석열 정부에서 보수가 수구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고 그 때문에 다수 국민의 지지를 잃고 있다"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정의, 경제민주화 등 진보적 가치를 통합하려 시도한 데 반해 윤석열 정부는 자유를 화두로 내세우지만 우파 쪽으로 편향돼 있는 퇴행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민의힘은 이처럼 반공·산업화 이후 변화한 시대에 맞게 보수가치를 새롭게 세우지 못하고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는 데다, 세대·지역 면에서도 구조적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지역 면에선 수도권이 사실상 국민의힘의 '험지'가 되면서 여당은 이른바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했다.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수도권 43석(38.4%)을 얻었으나, 2024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19석(15.6%)을 얻는 데 그쳤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서울에서 살던 30·40대가 경기로 밀려나면서 진보화됐는데, 그 때문에 소선거구제에선 질 수밖에 없다"며 "서울은 강남 위주 중산층 벨트를 중심으로 쪼그라들었다"고 했다.

세대적으론 진보성향이 강한 4050 세대가 갈수록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반면 "국민의힘 전통적 지지층은 1년에 30만명씩 돌아가시고 있다"(박상수 변호사). 이른바 '386 세대'의 막내까지 5년 뒤면 60대에 접어든다. 60대 이상 유권자들에게 더이상 보수정당 몰표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2030세대와의 '세대결합'은 이준석 의원(전 국민의힘 대표)의 탈당 이후 복원이 요원한 상태다. 이 의원이 국민의힘을 탈당해 제3정당인 개혁신당을 창당하고 '보수'의 틀에 갇히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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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 깃발을 휘날리고 있다. 2024.07.23.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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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국민의힘은 시대적 변화를 받아들이고 국민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 국민이익형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진단이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저성장 사회로 접어든 만큼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줄이거나 호봉제를 개선하거나 직장 내 갑질 문화를 개선하는 청년들의 실질적 문제를 건드려야 한다"고 했다.

윤 교수는 "21세기에 들어서 복지의 대대적 확장은 시대정신에 가까워졌는데 보수세력은 거기에 대한 감수성이 취약하다"며 "청년을 비롯한 소수자들, 노인, 여성문제가 한국 보수세력에 주변화돼 있다. 이런 것들을 정치로 담아내지 못하면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한동훈 대표는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하는데, 이는 윤석열 정부에서 가장 부족한 것 중에 하나다. 아직 불충분하지만 적어도 변화의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한동훈 대표를 위시한 국민의힘에 자율적인 정치적 공간을 열어주고 실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보수'인데...영국 보수당은 참패, 이탈리아 극우는 선전한 이유

머니투데이

(로마 로이터=뉴스1) 조유리 기자 =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지난달 1일 (현지시간) 로마에서 열린 유럽 의회 선거운동 폐막식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같은 달 6∼9일(현지시간)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강경 우파 성향의 이탈리아형제들(FdI)은 28.8%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2024.06.0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로마 로이터=뉴스1) 조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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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여자 무솔리니'로 불리던 강경우파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들(FdI)이 지난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이탈리아 정당 중 1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반면 영국에서는 보수당이 지난달 총선에서 패배하며 정권을 내줬다. 같은 보수 정당인데, 무엇이 이런 차이를 낳았을까.

16일 AFP통신·파이낸셜타임스(FT)·BBC 등 외신에 따르면 보수당은 지난달 4일(현지시간) 실시된 영국 총선에서 하원 650석 중 121석을 차지하며 412석을 확보한 노동당에 정권을 내줬다. 노동당이 영국 집권당이 된 것은 14년 만이다.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들은 이와 달리 지난 6월9일 종료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28.76%의 득표율로 24석을 확보하며 득표율 24.11%(21석)를 기록한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에 승리했다. 해당 선거의 승리로 멜로니 총리는 이탈리아 내에서 그를 향한 지지를 재확인하며 정치적 입지를 한층 공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EU(유럽연합) 내 극우파와 중도파 모두에게 구애를 받고 있다.

멜로니 총리의 이탈리아형제들이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외연 확장이 꼽힌다. 멜로니 총리는 집권 전 반이민, 반동성애, 반유럽통합 등을 내세우며 '여자 무솔리니'로 불렸다. 멜로니 총리 등장으로 EU가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었다.

그러나 지난 2022년 집권 이후 멜로니 총리는 예상과 달리 온건 실용주의 노선을 걸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확고한 지지를 표명했다. 멜로니 총리는 반EU 공약을 'EU 개혁'으로 전환했고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EU의 500억유로(약 74조6000억원) 지원안 통과에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또 멜로니 총리는 극우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앞서 이탈리아 매체 팬페이지는 이탈리아형제들 청년 당원들이 파시스트 구호가 적힌 스티커를 뿌리는 등 이탈리아 파시스트 지도자 베니토 무솔리니를 찬양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멜로니 총리는 지난달 2일 이탈리아형제들에 편지를 보내 전체주의에 대한 향수와 반유대주의, 인종차별주의에 빠지지 말라고 촉구했다. 멜로니 총리는 편지에서 "나는 최근 일부 청년 당원들의 처신 때문에 우리 당이 어떻게 비칠지에 대해 분노하고 슬퍼하고 있다"며 "나와 당은 우리를 뒤로 가게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함께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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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로이터=뉴스1) 장성희 기자 = 2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 기후정책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수낙 총리는 휘발유·경유차 신차 판매 금지 기한을 2030년에서 2035년으로 미룬다고 밝혔다. 2023.09.20/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런던 로이터=뉴스1) 장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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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영국 보수당은 연이은 실정으로 '정권 심판론'을 피하지 못했다. 리시 수낙 전 총리가 올해 영국 경제 지표 개선을 계기로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으나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보수당이 선거에서 참패한 이유는 코로나19(COVID-19) 팬데믹(대유행)에 따른 어려움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공공서비스 악화, 지역균형발전(레벨링업) 실패 등이 꼽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지난달 17일 발표한 '2024년 영국 조기 총선 결과와 향후 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의료 공공서비스는 팬데믹을 겪으며 크게 악화됐으며 현재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에 후회하는 유권자도 늘어났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앞서 EU 탈퇴에 절반 이상의 찬성표를 던진 선거구에서 지난 총선 보수당 득표율이 크게 하락했다. 브렉시트를 후회하는 유권자들이 이를 주도한 보수당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가 코로나19 봉쇄 기간 동안 술 파티를 벌였다는 이른바 '파티게이트',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의 '재정 지출 확대, 세금 감면' 정책 실패 등도 보수당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보수당 인사와 당직자들이 조기총선 날짜를 두고 도박을 했다는 스캔들은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 사건이 됐다. 보수당이 다급하게 내세운 감세·반이민 정책 등 공약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영국 노동당은 집권 이후 공공투자 확대에 따른 경제성장 동력 확보, 공공의료 개선, 친환경 정책 확대 추진, 대EU 협상 확대 등의 정책을 제안했다. 보수당의 주요 정책이었떤 '르완다 난민이송정책'은 즉각 폐기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양쪽(영국 보수당, 이탈리아 이탈리아형제들)이 정책이 달라서 상황이 달라진 것이 아니다"라며 "(좌우 교체의) 사이클이 각 국가마다 다른 상황이다. 정책이 영향을 미치는 순환주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멜로니 총리는) 애초에 자기가 표방했던 것보다 중도 쪽으로 이동을 했다"며 "(영국은) 브렉시트를 했더니 저임금 노동자를 해외로 빠져나가 산업구조 자체가 밑으로 내려갔고, 그 여파가 몰아닥쳐 노동당이 올라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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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민스터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일 (현지시간)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와 다른 사람들을 상대로 사법시스템을 무기화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나는 매우 화가 난다”고 밝히고 있다. 2024.08.16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베드민스터 AFP=뉴스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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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에서는 민주당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이 최근 '트럼프 대세론'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한번 낙선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은 저소득 백인 노동자들의 분노와 요구를 수용한 때문으로 평가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부통령 후보로 만 39세 해병대-벤처캐피털리스트 출신 흙수저 'J.D. 밴스'를 지명했다. 밴스는 러스트벨트에 사는 백인 저소득층을 대변하는 소설 '힐빌리의 노래'를 써 유명세를 얻은 정치인이다. 러스트벨트는 대표적 경합주에 속한다. 이와 더불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 피격을 당했지만 큰 부상을 입지 않았고 사건 와중에도 강인한 모습을 보여 지지세력을 결집시켰다.


[인터뷰] 황우여 "한동훈·이준석 신드롬은 변화에 대한 갈망…앙시앙레짐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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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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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의 한동훈 신드롬, 지난번 이준석 신드롬을 아주 중요하게 봐야 한다. 특정 개인이 잘났기 때문에 신드롬이 나타났다는 해석은 너무 미시적·부분적으로 보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후 새로운 것·변화에 대한 갈망이 크다. 앙시앙레짐(구체제)에 대한 전체적 폐기다."

황우여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본인의 사무실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을 만나 이같이 밝혔다. 황 전 위원장은 지난 4월29일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지명돼 한동훈 대표가 당선되던 지난달 23일까지 약 석 달간 국민의힘을 이끌었다. 지난 2014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에서 물러난 지 10년 만이다.

황 전 위원장은 현재 대한민국 사회가 변혁의 기로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보수 세력 내에서 나타난 한동훈·이준석 신드롬은 변화에 대한 갈망을 반영한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황 전 위원장은 "두분(이준석·한동훈) 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하느냐에 대한 얘기를 하지는 못했지만,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얘기했다. 이번에 나타난 한동훈 신드롬은 (예전) 이준석 신드롬에 연결되는 것 같다"며 "'변화'란 말 자체에 대해 국민들이 절대적으로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전 위원장은 한 대표를 향해 "정치적인 상황이 개인적으로 (차원에서) 벌어진다고 보지 말고 시대의 목소리라고 봐야 한다. 아직은 희미하고 막연한 게 많다"면서도 "국민이 요구한 것 하는 게 정치다. 그 정신만 가지면 그러한 데 맞추면 성공한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황 전 위원장은 "유럽에서 페스트(흑사병)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이 고난이 끝나면 다시 안정적인 중세가 올 줄 알았지만 앙시앙레짐이 무너지고 근대가 열렸다"며 "우리도 팬데믹 이후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크다. 변혁 정도가 아니라 대전환, 현대를 초현대가 밀어나는 새로운 시대가 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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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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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전 위원장은 대변혁의 시대에 보수가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황 전 위원장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보수의 진보'를 내세웠다. 보수가 그냥 정체된 보수가 아니라 그야말로 진보의 정신으로 앞으로 전진해 나간다는 의미"라며 "의료보험제도를 봐도, 공산주의에서도 못하고 사회주의에서도 못한 걸 우리가 이뤄낸 것이다"고 했다.

황 전 위원장은 "현재 보수 사상은 프랑스 대혁명과 미국 혁명(독립전쟁)에서 나온 것이다"라며 "새로운 자유의 개념, 새로운 공화의 개념, 새로운 민주의 개념을 가정·종교·국가에 집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황 전 위원장은 보수의 변화가 '기본을 지키는 것'이 돼야 한다고 했다. 황 전 위원장은 "원칙이 있고 예외가 있고, 기본이 있고 변화가 있는데 우리는 예외나 변화는 아니다"라며 "내부의 혁신이 있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본을 놓치는 혁신과 변화가 아니어야 한다"고 밝혔다.

황 전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도 '경제적 번영은 자유의 확대다'라고 했다. 보수의 가치를 윤석열정부는 자유로 개념화한 것이고 (이는) 보수의 핵심을 잡은 것"이라며 "당정대(여당, 정부, 대통령실)가 (각각 생각하는) 방법이나 내용이 다른 게 있을 때는 (서로) 공격과 방어가 가능하지만 자유라는 개념, 보수라는 개념에서는 일치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전국민 1인당 25만원 지원'을 보수가 가서는 안 되는 길의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황 전 위원장은 "25만원을 돈 문제로 생각하면 안 된다. (보수와 진보가) 철학과 입장이 다른 것"이라며 "보수는 기본적으로 물고기를 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준다는 생각이다. 그것만으로 어렵다면 내 것을 나눠준다는 게 보수의 입장이다"고 했다.

황 전 위원장은 "단 우리도 시급성을 외면하면 안 된다. 포퓰리즘을 이길 수 있는 정책이 없다는 말도 있지 않나"라며 "나는 높은 이자 얘기를 계속해서 했다. 일시적으로 돈을 뿌리는 것보다 (어려운 사람이) 다음달도 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김훈남 기자 hoo13@mt.co.kr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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