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시작된 경기 침체 공포는 ‘걱정 3종 세트’였던 물가, 고용, 소비 지표가 잇달아 양호하게 발표되면서 완화됐다.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2.9%를 기록해 3년 4개월 만에 2%대로 내려갔다.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전년 대비 2.2% 오르며 시장 예상치인 2.3%를 밑돌았다. 15일(현지 시각) 미국 7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1% 상승한 ‘깜짝 증가’를 기록하고,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 수가 2주 연속 감소했다는 소식도 투자 심리 개선에 영향을 줬다.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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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는 다시 한국 증시로 유입되는 모습이다. 주 후반으로 갈수록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커졌다. 한 주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1조6754억원 규모로 주식을 순매수했는데, 특히 16일 하루 1조305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16일 외국인 순매수액은 지난달 5일(1조3599억원)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관은 1479억원어치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1조7893억원 규모로 순매도했다.
당분간 시장은 불확실성이 완화되며 제한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이 전망한 이번 주 코스피 지수 범위는 2580~2710 사이다. 상승 요인으로는 과도한 경기침체 공포 완화,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부담 해소가 꼽힌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말 이후 주식시장 조정의 본질은 주식시장의 쏠림과 가격 부담 때문”이라며 “가격 부담이 완화됐고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도 정점을 지난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주식시장은 점진적인 반등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는 미국과 한국의 통화정책이 중요한 주다. 오는 21일(현지 시각)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회의록이 공개되고 23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잭슨홀 경제 정책 심포지엄(잭슨홀 미팅)서 연설한다.
이번 파월의 연설은 오는 9월 FOMC가 열리기 전 마지막 연설일 가능성이 크다. 이에 투자자들은 9월 금리 인하 폭과 연내 인하 속도에 대한 힌트가 파월의 입에서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미 연준이 내달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하)’을 밟을 확률은 72.5%로 압도적이다. 0.50%포인트 인하 확률은 27.5%다.
한국은행은 오는 22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크지만, 금리 인하에 대한 소수의견이 등장할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가 변화한 것이 확인된다면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내수 부진, 가계 부채 증가 등 잠재적 리스크에 대한 안도 심리가 증시에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8월 10일(현지 시각)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네바다대에서 대선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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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는 점은 변수다. 오는 19일부터 22일까지 민주당 전당대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앞지르며 약진하고 있다. 해리스가 경제 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제시할지에 따라 ‘해리스 트레이드’가 나타날 수 있다.
이경민 연구원은 “바이든 정부의 부통령인 해리스의 정책이 기존 정책과 맥을 같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트럼프 트레이드’ 과정에서 급락했던 반도체, 자동차, 성장주(이차전지, 인터넷, 신재생에너지) 등의 반등세가 기대된다”고 했다.
또 빅테크 기업에 대한 관심도 재차 커지는 모습이다. 인공지능(AI) 사업에 대한 투자가 과도하다는 분석에 지난달부터 약세를 보였던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반도체 관련 종목들이 지난주부터 상승세를 보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UBS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주식시장 반등 국면에서 선호하는 주식으로 엔비디아를 꼽기도 했다. 오는 28일 예정된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빅테크 주가 방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변동성이 커진 지수 대응보다는 낙폭이 과도하거나 실적 대비 저평가된 업종을 중심으로 한 단기 매매 전략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은 관심 업종으로 반도체, 제약·바이오, 화학, 금융을 꼽았다.
강정아 기자(jenn1871@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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