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세계 정상들 이모저모

美 “마약 범죄 봐줄게 대통령직 내놔”... 베네수엘라 마두로 “싫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글로벌5Q] 미국은 왜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에 집착하나

조선일보

9일 베네수엘라 대법원에서 열린 대선 개표 결과 청문 절차를 마친 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이번 청문회는 자신의 대선 승리를 확인해달라는 마두로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열렸지만 개표 부정을 주장하는 야권 측에서는 참석하지 않았다. /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치른 베네수엘라 대선을 둘러싼 부정선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야권이 압승할 것이라는 일반적 전망과 달리 자신의 승리를 선언한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은 투명한 선거 결과를 공개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거부하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야권과 지지자들에 대한 체포령을 내리며 강경 진압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마두로에게 “미국 검찰이 당신에게 적용한 마약 불법 거래 혐의를 면제해줄 테니 현 임기가 종료되는 내년 1월까지 물러나라”고 제안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앞서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2018년 베네수엘라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했고, 2년 뒤에는 마두로와 측근들을 미국 내 마약 유입 관여 혐의로 기소했다. 미국은 왜 베네수엘라 정권의 정통성을 문제 삼고, 앞으로 전망은 어떨지 문답으로 정리했다.

Q1.베네수엘라 선거, 왜 이렇게 시끄러운가

부정선거 정황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투표 종료 후 “마두로 대통령이 51%를 득표해 44%를 얻은 야권 후보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에게 앞섰다”고 밝혔다. 그러나 친정부 언론을 제외한 대부분의 현지·외신들의 여론조사는 곤살레스의 압승을 점쳤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곤살레스가 65%로 마두로(31%)를 두 배 이상 따돌리는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게다가 실시간 개표 상황을 일절 공개하지 않은 ‘깜깜이 개표’, 대리 투표 등 부정선거 목격담이 잇따라 보고됐다. 야권은 곤살레스가 67%를 득표해 마두로(30%)에게 두 배 이상 많은 표를 받아 압승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물론 브라질·멕시코·아르헨티나 등 대다수의 중남미 국가들도 마두로의 대선 승리를 인정하지 않고 투명한 선거 결과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Q2.다른 나라들이 선거 결과 인정 안 하면 무슨 일이 생기나

6년 전과 비슷한 혼란스러운 상황이 생겨날 수 있다. 2018년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선관위는 68%를 득표한 마두로의 승리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 선거는 마두로가 유력 야권 후보들의 출마를 봉쇄한 상태에서 치러졌고, 미국과 EU 등 다수의 서방 국가는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재선거를 요구했다. 그러나 권위주의 정권(러시아·중국 등)과 자국 군부 지원을 등에 업은 마두로는 권좌에서 끈질기게 버텼다. 이 과정에 정권의 정통성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고, 서방 각국으로부터 잇단 경제제재를 받았다. 이런 혼란이 되풀이될 수 있다.

Q3.베네수엘라에 서방 국가들이 유난히 신경쓰는 이유는

베네수엘라의 독보적인 지정학적 가치 때문이다. 베네수엘라는 쿠바·니카라과와 함께 대표적인 ‘카리브해의 반미(反美) 3국’으로 꼽힌다. 하지만 영토도 좁고 인구도 적은 쿠바·니카라과와 달리 광대한 영토를 가진 자원 부국으로 중남미 국가들의 에너지 공급원 역할도 해왔다. 베네수엘라가 전 세계 1위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미국이 이곳을 우선적으로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마두로 정권의 폭정과 10년가량 계속된 경제난에 수백만명의 베네수엘라 이민자가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오며 미국의 국경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도 미국엔 신경 쓰이는 일이다. 이런 베네수엘라에서 장기 집권 중인 좌파 정권이 중국, 러시아와 밀착하며 ‘중남미 반미 세력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것도 미국이 정권 교체를 위해 적극 행동하는 원인이 됐다. 이번 선거에서도 마두로의 당선을 공식화하며 축하 메시지를 남긴 나라는 러시아·중국·이란 등 서방 세계와 명백히 반목하는 국가들뿐이다.

Q4.베네수엘라는 왜 항상 이런가

베네수엘라에는 1999년 집권한 좌파 대통령 우고 차베스, 그 뒤를 2013년 이은 ‘후계자’ 마두로가 25년 동안 집권하며 ‘좌파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독재 정권이 수십년간 공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2010년대 초 석유 가격 폭락으로 시작된 기록적인 경제난의 주범으로 지목되지만, 비판적 정치인과 시민사회 인사들을 가혹하게 탄압하는 방식으로 정권을 유지 중이다. 자신에게 반대하는 정권이 들어설 경우 그간의 폭정에 대한 심판을 받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 마두로는 그간 미국과 서방 세력에 반목하며 정권을 유지해온 탓에, 정권에서 물러난 이후엔 국제적인 보호를 받기도 힘들다. 특히 미국에는 현재 마약 불법 거래 혐의로 기소돼 제보 현상금만 1500만달러가 붙어 있는 등 전방위적인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이 마두로의 신변을 보장해 주며 하야를 유도하는 이유도 마두로가 자신의 폭정에 대한 서방 세계의 심판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Q5.앞으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어떻게 될까

결국엔 누가 정권을 잡는지는, 그 나라의 군대를 누가 접수하는지에 달렸다. 부정선거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지만 베네수엘라 군부는 마두로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수차례 밝혔다. 하야를 요구하는 전국적인 시위에도 불구하고, 마두로가 굳건히 버틸 수 있는 ‘뒷배’에는 자신을 지지하는 군대가 있다. 더구나 이미 지난 선거 때 반정부 세력을 지원해 반란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기 때문에 서방 세계 입장에서는 야권 후보를 새로운 대통령으로 추대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상황이 고착화된다면, 마두로 대통령이 다음 임기를 별문제 없이 시작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류재민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