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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母 생각하며 눈물 흘린 박혜정, 그래도 웃으며 "역도요정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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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중 눈물을 짓는 박혜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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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역도 요정은 제 별명이죠."

여자 역도 최중량급 은메달을 따낸 박혜정(21·고양시청)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하지만 해맑게 웃으며 '역도 요정'의 탄생을 알렸다.

박혜정은 11일(한국시간) 사우스 파리 아레나6에서 열린 대회 역도 여자 81㎏ 이상급에서 인상 131㎏, 용상 168㎏으로 합계 299㎏을 들어 2위에 올랐다. 생애 첫 올림픽에 나선 박혜정은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메달을 따낸 종목(2004 런던 은, 2008 베이징 금, 2012 런던 동)에서 한국인으로선 두 번째 메달리스트가 됐다.

박혜정은 한국 선수단의 마지막 메달 주인공이 됐다. 경기 뒤 박혜정은 "이번 대회에서 내가 마지막 선수라 솔직히 부담감이 있었다. 다행히 메달을 따서 행복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박혜정은 대회가 얼마 남지 않은 지난 4월 오랜 투병 생활 중이던 어머니 남현희 씨를 하늘로 보내야 했다. 마음이 흔들릴 수 있었지만 꿋꿋이 이겨냈다. 국제역도연맹(IWF) 월드컵에 나서 한국 신기록(합계 296㎏)으로 올림픽 티켓을 땄고, 올림픽 메달까지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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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열린 경기에서 바벨을 들어올리는 박혜정. 파리=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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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은 "엄마가 꿈에 나타나서 나와 함께 놀러 가기도 했다. 잠에서 깨니 내가 울고 있었다"며 "올림픽이 끝나기 전까지는 마음이 흔들릴 것 같아서 엄마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어쩔 수 없이 생각이 많이 났다"고 전했다.

파리에는 박혜정의 아버지와 언니가 와 응원했다. 그는 "아버지, 언니와 달팽이 요리를 먹을 생각이다"이라고 웃으면서도 "엄마가 살아계셨다면 여기 오셨을텐데, 내가 안아 드렸을 것이다. 얼른 한국 가서 어머니에게 메달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박혜정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덕분에 비인기종목인 역도도 이번 대회에선 지상파 3사를 통해 중계됐다. '역도 요정'이란 별명도 얻었다. 박혜정은 "역도 요정이라는 별명이 이제는 내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임감 있게 늘 최선을 다하고, 공정하고 깨끗한 경기를 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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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대에서 은메달을 들어올리며 해맑게 웃은 박혜정. 파리=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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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전현무는 이날 현지 중계에 참여했다. 박혜정과 함께 방송을 한 인연으로 처음으로 스포츠 중계를 맡았다. 박혜정은 "전현무 삼촌이 중계를 하셨다. 역도가 비인기 종목인데 정말 감사하다. 평소에도 마음을 다스릴만한 좋은 얘기를 해준다"고 고마워했다.

박혜정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기록을 세우며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쳤다. 다소 약했던 인상 기록도 크게 끌어올렸다. 그러나 세계 최강' 리원원(중국·합계 309㎏)과는 10㎏ 차이가 났다. 다만 리원원이 지난 대회보다는 26㎏ 줄어든 무게를 드는 등 하지만 점점 격차가 줄고 있고, 4년 뒤 LA에선 어떤 승부를 펼칠 지 예측하기 힘들다.

박혜정은 "오늘 (리원원과) 같이 했는데, 내가 조금만 더 성장한다면 리원원 선수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LA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에 도전해 보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파리=김효경, 고봉준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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