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게시판엔 金 복권 반대글 폭발”
안철수 “선거 범죄는 민주주의 훼손”
친윤계 “尹 결정 존중하는 게 예의”
양측 충돌 조짐 불구 확전엔 경계
‘채 상병 특검법’ 등 갈등 불씨 여전
무슨 생각?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최근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결정을 내리자 한 대표가 대통령실에 반대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선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이 재점화하는 것 아니냐는 평이 나온다. 최상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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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견제하는 尹, 尹과 차별화 꾀하는 韓?
김 전 지사 복권을 둘러싼 당정 엇박자를 두고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김 전 지사 복권을 통해 여야 모두에 파열음을 내고, 정국 주도권을 쥐려고 한다는 것이다. 야권 내에서 김 전 지사가 비명(비이재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대권 주자로 발돋움한다면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와 한 대표 모두에게 껄끄러운 상황이 될 수 있다.
여당 관계자는 11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의도를 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김 전 지사를 통해 뭔가를 시도하려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라며 “그런 세력들이 (정치권에) 하나의 변수로 등장한 셈”이라고 말했다. 한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는 이와 관련해 “정치 공학적인 태도로 사면권을 행사하는 것은 온당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이런 차원에서는 한 대표가 김 전 지사 복권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 시도로 볼 수 있다. 앞서 한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며 제삼자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을 제안했고, 김건희 여사 문제에서도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하며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한 바 있다. 친한계 역시 한 대표의 의견 개진을 당이 민심을 전달하는 차원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경우는 앞선 사례들과 달리 보수 지지층이 김 전 지사 복권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 대표에게도 부담이 작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제도를 파괴한 범죄자를 복권한다는 데 당원들이 난리가 나서 당원 게시판이 폭발하고 있다”면서 “그렇게 따지면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나 이 전 대표도 재판을 받을 게 뭐가 있겠나”라고 했다.
원내 일각에서도 김 전 지사 복권 반대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선거 범죄는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만큼 역대 정부들도 선거 범죄만큼은 사면 및 복권을 자제했다”며 윤 대통령에게 재고를 요청했다. 6선 조경태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김 전 지사의 복권을 절대 반대한다”면서 “복권해 버리면 향후 각종 선거에서 여론조작을 통한 범죄가 횡행하게 된다”고 적었다.
지난 7월 24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등과 함께 걷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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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조짐… 전면전 가능성은 작아
한 대표가 김 전 지사 복권을 반대하는 것을 두고 당내에서는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불편한 기류가 감돈다. 한 친윤계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국민 통합 차원에서 대통령이 여러 종합적 판단을 하고 내린 결정을 존중하는 게 예의가 아니겠냐”면서 “의견 개진이야 할 수 있겠지만 (이번 사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이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원조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불린 5선 권성동 의원도 한 대표의 반대 의사가 언론 등을 통해 노출된 점을 비판하며 당정 갈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다만 김 전 지사 복권 문제로 당정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기류가 감지된다.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최종 결정권은 대통령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복권이 결정된 이후에 여당에서 계속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의원 외에는 그동안 한 대표 체제에 불만을 표시해온 친윤계 핵심 의원들도 “특별히 할 말이 없다”, “잘 모르는 사안”이라며 확전을 경계했다.
◆‘껄끄러운’ 尹·韓, 갈등 불씨는 여전해
그럼에도 앞으로 크고 작은 당정 간 불협화음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한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김 여사 문제 등을 두고 윤 대통령과 부딪쳤던 것처럼 ‘윤·한 갈등’이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MBN에 출연해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이) 인간적인 껄끄러운 관계가 형성됐다고 다들 알고 있기 때문에 한 대표가 강하게 의견을 피력하는 게 걱정스러운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 대표 취임 이후 윤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 교체 문제로 한 차례 당내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최근 윤 대통령이 휴가 기간 정 전 정책위의장의 지역구인 경남 통영을 찾으며 한 대표에게 불편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는 해석도 나왔다.
한 대표 취임 이후 사실상 중단 상태인 정례 고위당정협의회에도 이목이 쏠린다. 지난해 10월 이후 대통령실, 정부, 여당은 고위당정을 매주 1회로 정례화하기로 했지만 이날로 3주째 열리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지난주까지 주말에도 계속 필리버스터가 있었고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와 관련해 고위당정협의를 했던 데다 소상공인 등 현안에 관해서도 계속 (당정이) 협의했기 때문에 건너뛴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18일 고위 당정 개최 여부에 대해서는 “그때 가서 봐야 한다”며 확답을 피했다.
유지혜·김병관·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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