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지 않고 제 역할 톡톡…"천성이 모범적인 선수"
취재진 질문에 '교과서 답변'…사진 요청엔 차렷 자세
차렷 자세로 사진 촬영에 응하는 두산 제러드 영 |
(인천=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두산 베어스는 지난 달 23일 깜짝 발표를 했다.
타격 성적이 나쁘지 않은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를 방출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라모스는 80경기에서 타율 0.305, 10홈런, 48타점의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두산이 투수 친화적인 구장인 서울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빼어난 성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더군다나 두산은 라모스를 퇴출하고 새 외국인 타자 제러드 영을 영입하면서 외국인 교체 카드 2장을 모두 소진했다.
아울러 제러드의 몸값 30만 달러도 추가로 썼다.
여러모로 위험 요소가 큰 선택이었다.
두산이 출혈을 감수하면서 외국인 선수를 교체한 까닭은 '팀워크' 문제 때문이다.
라모스는 쉽게 선수단에 녹아들지 못했다. 다소 개인주의적인 행동까지 했다.
구단은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라모스는 바뀌지 않았다.
그러자 두산은 수면 아래에서 새 외국인 선수를 찾아나섰다. 기량은 물론 평판까지 파악했다. 그렇게 뽑은 선수가 제러드다.
제러드는 남미 선수들처럼 경기장 안팎에서 에너지를 발산하진 않는다. 하지만 묵묵히 제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한다.
그는 KBO리그 데뷔전인 지난 달 30일 KIA 타이거즈와 원정 경기부터 9일 SSG 랜더스와 원정경기까지 9경기에서 모두 출루에 성공했다.
단 한 경기도 빠짐없이 꾸준히 출루하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9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전에선 첫 두 타석에서 범타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5-10으로 뒤진 4회초 세 번째 타석 무사 2, 3루 기회에서 싹쓸이 좌전 적시타를 쳤다.
7-11로 뒤진 6회엔 솔로 홈런을 날려 추격의 불씨를 살렸고, 8회 1사 1루에선 우전 안타를 쳐 대량 득점의 물꼬를 텄다.
11-11로 맞선 9회 마지막 공격 1사 1, 2루에선 1루 강습 타구를 만든 뒤 온 힘을 다해 달려 내야 안타를 날렸다.
두산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기연의 결승타로 13-11, 두 점 차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후 만난 제러드는 모든 질문마다 교과서적인 모범 답변을 내놨다.
전 경기 출루를 이어가고 있는 비결에 관해 "코치, 동료들이 '넌 잘하는 선수'라고 칭찬해줘서 타석마다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하는지 묻는 말엔 "주변의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수월하게 적응했다"고 밝혔다.
두산 관계자는 "제러드는 모범적인 선수"라며 "취재진 질문에 다소 교과서적으로 대답하는 경향이 있지만, 천성이 모범적이라서 그렇다"고 말했다.
제러드는 인터뷰 후 사진 촬영 요청에 '차렷' 자세를 취했다. 성격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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