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을 위해 5월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법무부 사면심사위가 정한 8·15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대상에 과거 정권 실세들이 포함됐다고 한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그 대상으로 거론된다. 법무장관의 사면심사위 결과 보고와 국무회의 의결 절차 등이 남아있지만, 사면권자인 윤 대통령이 심사위 원안을 그대로 재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특사는 현 정부 들어 다섯 번째로, 과거 정부의 유력 정치인들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국민 통합과 민심 수습용 성격이 강한 것으로 비친다. 보수와 진보 진영이 각자 시각에서 정치보복의 희생양으로 여기는 인사를 사면·복권함으로써 갈등의 악순환을 해소해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여야는 사면의 긍정적 측면에 주목하고 국민 통합과 정치 혁신 등 우리 사회 전반에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상생과 대화의 노력을 다해주기 바란다.
사면·복권 대상자 가운데 가장 이목을 끄는 이는 김 전 지사다. 그는 2017년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당선시킬 목적으로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로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22년 12월 사면을 받고 풀려났지만, 복권되지는 않았다. 김 전 지사가 이번에 복권되면 피선거권을 회복해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3월 차기 대선 출마 등 정치적 재기가 가능해진다. '친문 적자'로 불리는 그의 복권은 야권의 세력 지형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지난 총선에서 소수로 전락한 친문 진영이 김 전 지사를 구심점으로 삼아 재건을 시도한다면 이재명 전 대표를 정점으로 한 일극체제의 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김경수 복권 카드'가 거대 야당의 분열과 윤 대통령의 정국 주도권 회복을 노린 것이라는 시각도 있고, 야권의 내부 혁신을 추동할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는 등 정치적 입장에 따라 논란이 분분하다. 다만 김 전 지사의 복권이 최종 확정되더라도 민주당에 당장 어떤 파장을 미칠지 단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8·18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당화 논란이 깊어지는 민주당에 적지 않은 변화의 계기가 될 가능성은 있다. 야권 입장에선 당내 민주주의 발전과 중도로의 외연 확장, 정권 탈환의 희망을 부풀리는 계기로 삼아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김 전 지사의 경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 복귀의 길을 열어주는 게 맞느냐는 논란도 제기된다. 사면 때마다 법의 처벌을 받은 주요 정치인들이 적지 않게 포함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사면이 힘세고 돈 많은 사람이 누리는 특권이라는 인식이 강고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면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에 속하지만,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정신을 훼손하고 국민통합이라는 사면의 명분마저 퇴색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면이 시대 정신인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게 행사될 수 있도록 이제라도 여야가 중지를 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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