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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만들려 든 동아리가 ‘범죄 조직’…대학가 마약 ‘위험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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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만들려 든 동아리가 ‘범죄 조직’…대학가 마약 ‘위험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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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 친구가 클럽에서 해피벌룬을 해봤다고 무용담 푸는 걸 들은 적이 있어요. 몸이 붕 뜨는 느낌이었다면서 마치 영웅이라도 된 듯 말하더라고요.”



대학가 연합동아리에서 마약을 유통하고 투약한 대학생들이 대거 적발된 가운데, 대학 사회에는 ‘마약 경험’이 무용담으로 소비될 정도로 만연해 경각심마저 줄고 있다는 대학생들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6일 한겨레가 만난 대학생 진아무개(25)씨는 “마약은 ‘독전’이나 ‘베테랑’ 같은 영화에서만 보는 것인 줄 알았는데, 내 지인 중에도 마약을 경험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요즘은 몇 다리만 건너면 마약을 접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직접 마약을 해보진 않아도 주변에서 마약 경험담을 접해본 대학생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 등 온라인상에서 마약 판매글을 봤다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마음만 먹으면 온라인은 물론이고 지인을 통해 언제든 마약에 손을 댈 수 있다는 식이다. 대학생 정아무개(22)씨도 “친한 형 중에도 텔레그램에서 대마를 한 개비 20만∼25만원에 구해서 해봤다는 사람들이 있다”며 “요즘 대학 연합 동아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다양한 사람이 모이다보니 마약 노출 가능성도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마약 경험담을 쉽게 접하면서 젊은 층의 경계심도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아무개(25)씨도 “이번에 문제가 된 동아리 홍보글을 대학생 커뮤니티에서 본 적이 있는데, 겉으로 봐서는 마약에 연루된 단체로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저 친구 사귈 생각으로 동아리에 들어갔다가 잘 모르고 마약을 접한 학생들도 있을 것”이라며 “또래 집단에서 벗어나기 어려워하는 성격이라면 ‘한 번쯤이야’ 하고 쉽게 유혹에 넘어갔을 것 같다”고 했다. 대학생 노시연(23)씨는 “지금 당장 텔레그램 깔면 5만원 이하로 마약을 쉽게 구할 수 있다고 들었다”며 “실제 심각성에 비해서 마약이 큰 범죄라고 여겨지지 않는 분위기가 또래 사이에 있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마약이 이처럼 일상 가까이에 성큼 다가온 건 마약 유통 방식의 변화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이후 마약 유통조직들은 기존 대면판매를 비대면 판매로 바꿨는데, 텔레그램 등 메신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손쉽게 마약을 살 수 있는 공간으로 이용됐다. 그 결과 SNS를 잘 다루는 젊은층 중심으로 마약이 급속히 확산됐다. 연합동아리를 통해 마약을 유통하다 재판에 넘겨진 카이스트 대학원생 ㄱ씨 역시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을 구입했다. 지난 6월 대검찰청이 발간한 마약류범죄백서를 보면, 지난해 붙잡힌 마약류 사범 가운데 20대는 8368명(30.3%)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그 증가세 또한 2019년 3521명에서 5년새 2배 이상 늘어난 모습이다.



대학생들이 쉽게 드나드는 연합동아리가 마약의 온상이 될 정도로 마약이 일상 가까이에 성큼 다가왔다는 소식은 대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대학생 아들을 둔 50대 송아무개씨는 “요즘 젊은 친구들이 마약을 담배 피우는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며 “부모 입장에서는 일부 불량한 학생들이 문제고 ‘우리 애는 안 그런다’고 생각하면 편하겠지만, 사실 이번 사건은 평범한 대학생들도 누구나 마약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어서 더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취재 도움: 조영은, 이수안 교육연수생)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조영은 교육연수생 이수안 교육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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