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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삐약이 눈물'에 레전드 유승민도 '울컥'…"신유빈은 큰 경기 체질, 내가 본 경기 중 최고였다" [파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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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파리, 김지수 기자) '삐약이' 신유빈(20)의 드라마 같은 승리에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겸 대한탁구협회장도 크게 환호했다.

"역대급 경기였다"는 극찬을 하면서 한국 여자 탁구의 올림픽 4강행에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세계랭킹 8위 신유빈은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세계랭킹 13위 일본의 히라노 미우를 게임 스코어 4-3(11-4 11-7 11-5 7-11 8-11 9-11 13-11)으로 이겼다. 3세트를 먼저 따내고 3세트를 내줬다가 마지막 세트를 잡은 혈투였다.

신유빈은 이날 승리로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김경아가 여자 단식 동메달을 수확한 이후 20년 만에 이 종목 올림픽 준결승에 오르는 주인공이 됐다. 남자단식까지 포함해도 한국 탁구 20년 만의 올림픽 단식 4강행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아테네 올림픽에서 남자 단식을 우승하며 한국 탁구 마지막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남아 있는 레전드가 바로 유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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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은 준결승 진출 확정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경기 중간중간 팔에 힘도 빠지고 제대로 공을 못 보냈던 게 생각난다"며 "나도 어쩔 수 없이 무조건 (공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직진으로 (상대 선수를) 뚫어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뛰었다"고 돌아봤다.

신유빈은 8강전 시작과 함께 1~3게임을 내리 따내면서 게임 스코어 3-0으로 앞서갔다.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하면서 무난하게 준결승 진출에 성공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히라노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겠다며 10분을 비우고 돌아온 히라노는 4~6게임을 연속해서 가져가는 저력을 발휘했다. 오히려 게임 흐름이 신유빈 쪽에서 히라노 쪽으로 쏠리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웃은 건 신유빈이었다. 신유빈은 7게임 9-10으로 뒤지면서 벼랑 끝에 몰린 가운데도 평정심을 유지했다. 한 점을 따내 듀스 승부로 끌고 간 이후에도 10-11에서 뒤진 상황에서 내리 3점을 챙기고 길고 길었던 혈투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긴 신유빈은 천장을 보며 울었고, 히라노는 패한 직후 주저 앉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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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은 힘겨웠던 1시간 30분의 8강전을 승리로 장식한 뒤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지난달 30일 임종훈과 호흡을 맞춘 혼합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홍콩을 꺾고 커리어 첫 올림픽 메달을 손에 넣은 데 이어 개인전에서 또 한 번 포디움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이날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도 관중석에서 누구보다 간절하게 신유빈의 승리를 응원했다. 같은 선수 출신이면서 올림픽에 3차례 출전하며 산전수전 다 겪었기 때문에 신유빈이 경기 중에 느꼈을 초조함, 압박감, 긴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터였다.

유 회장은 "현역 시절 경기를 직접 뛰었을 때보다 이렇게 지켜보는 게 더 힘든 것 같다"고 웃은 뒤 "크게 이기고 있다가 상대가 따라붙으면 긴장과 부담이 2배가 된다. 신유빈이 이 부분을 이겨냈다는 점에서 많이 성장했다는 걸 느꼈다. 아마 (파리 올림픽) 탁구 종목을 통틀어서 가장 재밌는 역대급 경기였다고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신유빈의 기량이 정말 많이 올라왔다. 특히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는 유난히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며 "우스갯소리로 '신유빈이 내가 본 것 중 가장 잘 치는 것 같다'고 얘기했는데 신유빈은 큰 경기 체질인 것 같다. 이렇게 큰 대회에서 제 기량을 100% 발휘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크게 성장했다는 걸 느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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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회장인 신유빈의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신 8강전 1경기가 선수의 향후 성장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1승 이상의 가치가 있는 승리를 거머쥐면서 경험에 자신감이 더해져 준결승에서도 충분히 좋은 승부가 가능할 것으로 믿고 있다.

유승민 회장은 "신유빈이 마지막에 승리 후 우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울컥했다. 게임 스코어 3-3 동점이 됐을 때 이 친구가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지 너무 잘 알고 있다"며 "오늘 8강전을 승리한 게 신유빈을 더 단단해지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신유빈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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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회장인 긴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 탁구의 보물이다. 현역 시절 2002 부산 아시안게임 남자 복식 금메달, 2004 아테네 올림픽 남자 단식 금메달, 2008 베이징 올림픽 남자 단체전 동메달,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단체전 은메달까지 수많은 메달을 손에 넣었다.

특히 2004 아테네 올림픽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당시 세계 최강이었던 중국의 왕하오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장면은 한국 탁구 역사상 최고의 명장면으로 남아 있다.

은퇴 후에는 2016년 IOC 선수 위원에 당선돼 행정가로 제2의 탁구 인생을 시작했다. 2019년에는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로 공석이 된 대한탁구협회장 보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2020년 11월 치러진 제25대 회장 선거에서도 재선에 성공해 한국 탁구 행정의 수장으로 선수들을 지원 중이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선수촌과 선수 이동 버스 등으로 논란이 계속되자 과감히 쾌적한 외부 숙소로 옮겨 선수들이 100%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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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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