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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막내이모 금메달 꿈 4년뒤엔 이룰게” 세계1위 꺾고도 울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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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2024]

이준환, 유도 男 81kg급서 동메달… 매트 위 무릎 꿇고 눈물 훔치기도

2년전 성인무대 데뷔하며 2관왕… 국제유도연맹 “한국의 번개” 불러

동아일보

이준환(위)이 31일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유도 남자 81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마티아스 카세(벨기에)에게 발뒤축걸기로 절반을 따내고 있다. 파리=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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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4년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31일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 파리 올림픽 유도 남자 81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하며 메달을 목에 건 이준환(22)은 매트 위에 무릎을 꿇고 눈시울을 훔쳤다. 경기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이준환은 “금메달을 목표로 이날만을 위해 열심히 준비해 왔다. 지난 과정들이 떠올라서 울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성(新星)’ 이준환이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유도에 첫 메달을 안겼다. 이 체급 세계랭킹 3위 이준환은 세계 1위인 마티아스 카세(27·벨기에)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골든스코어(연장전) 포함 4분 48초 만에 발뒤축걸기 절반승을 따냈다. 이 체급에서는 2012년 런던 대회 금메달리스트 김재범(39) 이후 12년 만에 한국의 메달이 나왔다. 이준환은 동메달 결정전 승부에 대해 “카세는 내가 어릴 때부터 국제대회에서 활약해 온 선수다. 그만큼 몇 년 전부터 오랜 시간 대결을 준비해 왔다. 나에게도 의미가 있는 승리”라고 했다.

준결승에서 조지아의 타토 그리갈라슈빌리(25·세계 2위)에게 절반패한 것이 아쉬웠다. 이준환은 자신의 성인 무대 데뷔전이던 2022년 트빌리시 그랜드슬램 결승전에서 그리갈라슈빌리를 물리쳤지만 이후 2023, 2024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준결승에서 만나 모두 패했다. 이준환은 “많이 연구했지만 내 수가 부족했던 것 같다. 더 많은 전략과 기술을 다듬어서 레벨업하겠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경기 수원시 동네 유도장에서 유도를 시작한 이준환은 두 달 만에 나간 경기에서 우승하며 쌀 한 포대를 받았다. 의정부 경민고 시절에는 고교연맹전에서 81kg급은 물론이고 무제한급에서도 100kg이 넘는 상대들을 꺾고 2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2022년 성인 무대에 데뷔하자마자 트빌리시 그랜드슬램, 울란바토르 그랜드슬램에서 2연속 우승하며 한국 유도의 미래로 주목받았다. 당시 국제유도연맹(IJF)은 이준환에 대해 “매우 빠르다. 자신의 이름이 소개되기도 전에 한판승을 따낼 수 있는 선수”라며 ‘한국의 번개’로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은메달을 땄다. 파리 올림픽 남자 무제한급(100kg 초과급)에 출전하는 선배 김민종(24)도 “준환이는 체급에 비해 힘이 좋은 데다 모든 기술이 주특기라고 할 정도로 뛰어나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준환은 이날 경기로 가족 메달리스트 대열에도 합류했다. 이준환의 막내 이모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여자 핸드볼에서 은메달을 딴 김은미(49)다. 여동생에 이어 아들도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키워낸 어머니 김원주 씨(53)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준환이는 어려서부터 마음고생 한 번 시킨 적 없는 아들이다. 그동안 고생했을 준환이에게 ‘넌 내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어머니 김 씨는 경기 안산시에서 미용실을 운영 중이다.

이준환은 4년 뒤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 자신도, 막내 이모도 이루지 못한 금메달에 다시 한 번 도전한다. 이준환은 “올림픽으로 시야가 넓어졌다.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또 유도에 미쳐서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쉬지 않고 달리겠다”고 말했다.

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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