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18일, 서울 중구 신당역에 마련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 추모 공간에 시민들이 적은 추모 메시지가 붙어 있다. 같은 달 14일 신당역에서 순찰 중이던 여성 역무원을 남성 직장 동료가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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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보복범죄’ 등을 막기 위해 재범 가능성이 큰 가해자에 대한 상담·교정치료가 이뤄지고 있지만, 지난 2년여 간 고위험군으로 꼽힌 이들 가운데 실제 상담·교정치료를 받은 가해자는 극히 일부분인 258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 치료 등이 재범 가능성을 낮춘다는 평가 속에 수사·재판 단계에서부터 상담 참여 등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2년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스토킹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 가운데 ‘상담·교정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258명(남성 201명, 여성 57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교정 프로그램은 전문상담사가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평가된 피의자의 심리와 행동을 살펴 치료를 연계하거나 상담을 통해 자신의 행위가 불법임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방식이다.
경찰은 지난해 2월1일부터 스토킹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를 수사할 때 ‘위험성 판단 점검표’를 활용해 가해자의 위험도를 5단계(없음·낮음·보통·높음·매우 높음)로 나눠 집계하기 시작했는데, 올해 5월31일까지 1년 4개월 동안 위험도가 ‘높음’ 이상인 사건은 3503건이었다. 경찰의 상담·교정 프로그램 참가자 통계는 2022년 4월부터 이뤄져 다소간 차이가 있지만, 대략 재범 위험도가 높은 가해자 10명 중 1명(7.4%)정도만 상담·교정치료를 받는 데 그쳤다고 볼 수 있다.
상담·교정 프로그램 참여율이 이처럼 저조한 까닭은 법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 법은 법원이 유죄 판결을 하는 경우에만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국 18개 시·도경찰청 가운데 9곳(서울·인천·경기남부·부산·광주·전남·경북·제주)만 관련 프로그램을 과거 운영했거나 현재 하고 있으며, 이 조차도 가해자가 프로그램 참여를 거부하거나 중단하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
경찰 안팎에선 상담·교정 프로그램이 스토킹 가해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효과가 있었다며, 법원이 피해자 보호를 위해 명령하는 ‘잠정조치’에 프로그램 이수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동국대 산학협력단이 경찰청의 연구용역을 받아 지난해 12월 내놓은 ‘수사단계에서의 스토킹 가해자 상담·교정 프로그램 실효성 분석 및 운영모델 연구’ 보고서를 보면, 서울경찰청이 시범 운영한 치료 프로그램(2022년 4월∼11월)에서 스토킹 가해자를 상담한 전문상담사 40명은 대부분 치료 프로그램이 ‘가해자의 재발 위험 감소’에 효과(‘효과적’+‘매우 효과적’ 97.2%)이라고 응답했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가해자의 인식(이) 개선’(47.1%)되고, ‘신고한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의 분노·적개심(이) 감소’(38.2%)했다는 것이다. 또 제주경찰청의 시범운영 프로그램(2022년 10월~2023년 3월)에 참여한 가해자 25명의 상담 전·후 변화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부수고 싶은 충동’ 같은 분노나 가부장적 인식 등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고 연구진은 평가했다.
경찰청 연구용역을 진행한 연구진은 “상담 치료를 통해 스토킹 가해자의 인지행동 개선이 확인되는 만큼, (유죄 판결 때뿐만 아니라) 경찰 수사 및 재판 단계에서 상담치료 이행을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로 규정해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양부남 의원은 이에 “수사기관의 선제 개입으로 스토킹 가해자가 상담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해 재범 예방에 기여하도록 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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