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거리 미사일 체계 필리핀 배치에도 "군비경쟁 촉발" 비판
중국-필리핀 외교장관 회담 |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이 26일(현지시간) 엔리케 마날로 필리핀 외교장관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양자회담을 하고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주임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 등을 계기로 개최된 마날로 장관과 회담에서 필리핀이 남중국해 암초에 물자를 보급하는 문제에 관해 최근 양국이 체결한 합의사항을 철저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왕 주임은 "해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에 인도주의적 물품을 공급하는 문제에 관해 최근 필리핀과 임시 합의에 도달했다"며 핵심은 필리핀이 약속을 이행하고 입장을 바꾸거나 불필요한 문제를 자꾸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필리핀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중국은 반드시 결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왕 주임은 "현재 양국 관계는 심각한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근본 원인은 필리핀이 양국 간 합의와 약속을 반복적으로 위반하고 중국 해양권을 지속해 침해하고 여론을 조작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필리핀을 향해 "현재 갈림길에 서 있는 양국 관계가 어디로 갈지를 선택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마날로 장관은 "양국은 최근 남중국해 문제에 관한 양자 협의 메커니즘 회의를 열고 해양 상황을 통제하기로 합의했다"며 "필리핀은 합의를 이행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마날로 장관은 "필리핀은 대화와 협의를 통해 상황을 완화하고 이견을 건설적으로 처리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과 필리핀은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에서 여러 차례 충돌하며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달 17일에는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세컨드 토머스 암초에서 중국 해경이 필리핀 해군을 공격해 필리핀 병사 여럿이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 양국간 긴장 수위가 최고조에 달했다.
양국이 협상을 벌인 끝에 필리핀 외교부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양국이 "아융인 암초에 있는 (필리핀 군함) BPR 시에라 마드레함에 필요한 일상 물자를 보급하고 병력을 교대하는 임무를 위한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양국은 합의에 따른 세부 조건을 놓고 벌써 진실게임 양상의 마찰을 빚고 있다.
왕 주임은 이 회담에서 또 미군의 중거리 미사일 체계를 필리핀에 배치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필리핀이 미국 중거리 미사일 체계를 도입한다면 이 지역에 긴장과 대결을 조성하고 군비경쟁을 촉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군은 지난 4월 필리핀 북부 루손섬에 중거리 미사일 발사 시스템인 '중거리 화력 체계'(MRC)를 배치해 4∼6월 진행된 양국 연례 합동훈련인 '발리카탄'과 '살락닙'에 사용했다.
'타이폰'(Typhon)으로도 불리는 MRC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SM-6 신형 요격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이 강력 반발하는 가운데 필리핀군 대변인은 이달 초 미군이 MRC를 오는 9월 본토로 철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왕 주임은 이날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들과 공동으로 회담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도 왕 주임은 남중국해 문제에 관한 중국의 입장도 설명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왕 주임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도 회담할 예정이다.
j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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