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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 (일)

짜증나는 일본 더위, 생명 위협 느끼는 선수들 “전 구단 돔구장으로”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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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일본 프로야구에서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물 스프레이가 작동하는 잠실 LG 덕아웃의 예전 풍경.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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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구장 쓰는 요미우리, 소프트뱅크가 리그 1위 순항

[OSEN=백종인 객원기자] 지난 19일 게임이다. 도쿄 진구 구장에서 야쿠르트와 DeNA의 야간 경기가 열렸다.

한참 치열하던 4회 초다. 원정팀 DeNA의 선발 안드레 잭슨이 마운드 위에 주저 앉는다. 뭔가 힘겨운 표정이다. 의료 스태프가 올라가더니, 벤치를 향해 안 되겠다는 사인을 보낸다. 교체가 불가피했다. 열사병으로 인한 컨디션 불량이었다는 것이 구단 측의 설명이다.

한 명으로 끝나지 않았다. 6회에는 3루수(미야자키 도시로), 8회에는 포수(야마모토 유다이)가 탈이 났다. 안드레 잭슨과 비슷한 증상이다.

3명을 교체한 DeNA의 미우라 다이스케 감독은 “정말 찌는 듯한 날씨였다. 1회부터 선수들이 힘들어했다. 열심히 수분을 보충하고, 소금도 공급했지만 버티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도쿄 지역의 최고 기온은 34.5도를 기록했다. 체감 온도는 훨씬 높았다. 밤이 돼도 식지 않는 열대야였다. (경기는 DeNA가 8-7로 승리했다.)

한국과 비슷하다. 어쩌면 습도가 높아 불쾌지수는 더 올라갈지 모른다. 일본도 폭염에 시달리는 요즘이다. 이미 작년에 기록적인 여름을 보낸 바 있다. 1898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뜨거운 7~8월이었다는 보도다. 올해도 만만치 않다. 35도가 넘는 날이 이어진다.

일본 스포츠협회는 더위지수(WBGT)를 기준으로 운동 지침을 마련했다. 여기에 따르면 WBGT 28(기온 기준 31도)을 넘으면 격렬한 운동 금지, WBGT 31(기온 기준 35도)을 넘으면 원칙적으로 모든 운동 금지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프로야구가 더위로 취소되는 일은 없다.

아사히신문 계열의 온라인 매체 AERA dot은 22일 폭염 속에 치러지는 페넌트레이스에 대한 우려를 기사화했다. ‘프로야구에서 열사병 속출,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는 선수들의 소리가 나온다’라는 제목의 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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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홋카이도 에스콘 필드에서 열린 ‘한일 드림 플레이어즈' 경기 모습. 개폐식 돔으로 쾌적한 시설이 눈길을 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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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진구 구장 사건만이 아니다. 이달 들어 몇 건이 더 있다. 3일에는 주니치 선발 와쿠이 히데아키가 군마에서 열린 경기에서 5회 투구 도중 무기력증을 호소하며 갑자기 강판당했다.

이틀 뒤에는 지바 롯데의 투수 오지마 가즈야가 마운드에서 가슴을 부여잡고 괴로워했다. 7회에 교체된 그는 경기 후 “던지면서 중간중간에 숨이 안 쉬어 지더라. 이러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밝혔다. 그야말로 숨 막히는 더위 때문이다.

기사에는 전직 트레이너의 말이 인용됐다.

그는 “이런 날씨에서는 야간 경기도 위험하다. 요즘은 밤에도 기온이 잘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인조 잔디는 열이 잘 식지 않는다. (경기 전에) 물을 뿌려도 금세 증발해 버린다”며 “상황을 감안하면 모든 구단에서 개폐식을 포함해 본거지의 돔구장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도에는 또 한 명의 경험담이 들어있다. 과거 야외구장과 돔구장을 연고로 하는 2개 팀에서 뛰었던 투수다. 그는 “야외구장에서 던질 때는 밤 경기라고 해도, 마치 사우나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다. 30분 이상 던지면 호흡이 힘들어지고, 어지럽다. 솔직히 생명의 위협을 느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돔에서는 전혀 다르다. 몸의 부담이 느껴지지 않는다. 열사병의 불안을 느끼면서 플레이하는 것은 정신적으로도 큰 스트레스다. 관중들을 지키기 위해서도 실내 구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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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일부 야구인은 전구단이 돔구장을 만들어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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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는 또 페넌트레이스의 본격적인 순위 경쟁이 7~8월에 이뤄지는 점을 들어 ‘이 기간 동안 일정이 중요하다. 돔 구장에서 경기가 얼마나 많이 잡혔는가 하는 것이 선수단 전체의 컨디션 문제와 직접 연관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NPB의 12개 구단 중에 돔구장을 홈으로 쓰는 팀은 6곳이다. 요미우리 자이언츠(도쿄돔), 주니치 드래곤즈(나고야 반테린돔), 소프트뱅크 호크스(후쿠오카 페이페이돔), 오릭스 버팔로즈(오사카 교세라돔), 니폰햄 파이터즈(홋카이도 에스콘 필드), 세이부 라이온즈(사이타마 베루나돔) 등이다.

공교롭게도 현재 리그 선두를 달리는 팀의 홈구장이 모두 돔으로 돼 있다. 요미우리(센트럴리그)와 소프트뱅크(퍼시픽리그)다. 그렇다고 꼭 인과관계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세이부가 기록적인 100패 페이스를 달리고 있고, 주니치도 5위에 처진 상태다.

(세이부가 쓰는 베루나돔은 완전 밀폐형이 아닌 지붕만 덮은 구조다. 옆 부분은 훤히 트인 상태라서 관중석으로 비가 들이치기도 한다. 따라서 냉난방 조절은 불가능하다. 일반적인 돔구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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