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김건희 조사 논란 “검찰 내부 문제”···명확한 입장 없이 대통령실과 발맞춰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이 김건희 여사의 비공개 검찰 조사 사실이 알려진 지 사흘째인 23일에도 당 차원의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검찰의 내부 문제”일 뿐이라며 언급을 자제하는 대통령실에 발을 맞추는 모습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 비공개 조사에 대한 검찰총장 ‘패싱’ 논란에 대해 “총장이 적절하게 판단하지 않겠나”라며 “보고 관계 등은 검찰 내부의 문제이기 때문에 제가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고만 했다.

원내지도부가 참석한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김 여사와 관련해 검찰의 ‘특혜 조사’, ‘검찰총장 패싱’ 문제를 직접 언급한 참석자는 없었다. 당 차원의 공식 논평도 내지 않고 있다. 이를 공개 언급한 건 전날 비상대책회의에서 정점식 정책위의장이 “(논란이) 어처구니 없다”고 한 게 유일하다. 곽규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도 당시 비상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의 입장은 없고 논의도 없었다”고 했다. 대통령실도 같은날 “수사중인 사안이라 대통령실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검찰 내부의 문제인 것 같다”고 했다. 야당을 중심으로 한 비판에 맞대응을 자제하면서 이를 검찰 내부 사안으로 축소하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국민의힘은 지도부와 의원 일부가 개별적으로 김 여사와 관련한 야당의 공세에 반박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유상범 비대위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는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 2차 청문회에서 김 여사 의혹이 다뤄지는 것을 비판했다.

유 비대위원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이미 민주당이 집권 여당이던 시절 문재인 정부가 검찰을 총동원해 2년 넘게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으며 강도높게 수사한 사안”이라며 “김 여사는 기소는커녕 소환조사도 못한 상태”라고 했다. 그는 “디올백(명품가방) 수수 사건은 친북 인사 최재영 목사와 극좌 매체인 서울의소리가 기획한 몰래카메라 함정 취재가 본질”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주가조작 의혹은 12~13년 전에 발생한 결혼 전 사안이며, 지난 6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디올백 수수와 대통령 직무간 연관성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해 이 사건으로 대통령이 탄핵될 수 없음은 법리적으로 명백하다”고 했다. 그는 “그럼에도 민주당은 무수한 거짓 선동으로 존재하지 않는 윤석열·김건희 일가의 비리 및 국정농단을 조작 생산하고 탄핵 명분을 억지로 만들어내기 위한 불법 청문회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0일 김 여사를 검찰청이 아닌 외부 장소에서 비공개로 소환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과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지휘부가 김 여사 조사를 대검찰청에 사후 보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총장 패싱 논란과 특혜조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출근길에서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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