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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홍명보 감독은 우리가 잘 알지'…차별 대우 인정한 축구협회, 그래서 무슨 비전을 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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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에 장문으로 대응했다. 그럼에도 면접 프리패스에 따른 특혜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축구협회는 지난 2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설명 드립니다'라는 성명문을 냈다.

이를 통해 "감독 선임과 관련한 전 과정에서 규정을 준수하고자 했다. 있는 규정은 모두 지켰으며, 규정에 없는 상황들(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이 잔여 역할이 조금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일방적으로 사퇴할 시, 전력강화위원들 중 일부가 동반 사퇴할 시 등)에서는 감독 선임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차질 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절차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축구협회는 선임 절차의 문제보다 홍명보 감독 선임 이후 불거진 박주호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의 폭로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은 "이번 과정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첫째, 모든 상황(특히 비상상황)을 대비한 규정이 미비했다는 점 둘째, 전강위 참석 위원들에게 사전에 충분히 관련규정을 설명하지 못하여 위원회의 역할과 한계에 대한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는 점"이라며 "반성과 성찰을 통해 규정을 세밀히 보완하고 차기 전강위 출범 시에는 위원들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철저히 시행하고자 한다"고 비판 여론의 본질과 다른 대목에 개선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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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대표팀 감독 선임과정 관련 Q&A'라는 제목 아래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최종 협상 권한을 이어받은 것에 대한 규정 △홍명보 감독은 외국인 후보자들과 달리 PT가 없었던 배경 △이임생 기술이사가 '최종 결정은 절차대로 투명하게 스스로 했다'는 발언의 의미 등을 설명했다.

축구팬들은 홍명보 감독의 선임을 보며 '돌고 돌아 홍명보'라는 인상을 받고 있다. 축구협회가 차기 대표팀 감독을 찾겠다고 처음 모였던 2월부터 울산 HD를 이끌던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려는 분위기가 쉽게 감지됐다. 오죽하면 울산 팬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트럭 시위를 벌이며 반발할 정도였다. K리그 개막 시점에 현직 감독을 빼가려는 움직임으로 논란이 커지자 한발 뺏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홍명보 감독의 이름은 후보군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 스스로 몇 차례나 '대표팀 감독에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음에도 줄기차게 유력 후보로 불려왔다. 상식적으로 서류 접수조차 하지 않은 감독이 거부 의사까지 밝혔으면 제외하는 게 옳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만날 일이 없다고 공언한 홍명보 감독을 밤늦게 찾아가 설득했으니, 처음부터 1순위로 내정해 놓고 시간만 끌었다고 해석될 여지가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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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도 "전강위 초창기부터 국내 사령탑 가운데 1순위는 홍명보 감독이었다"고 내정설을 자인했다. 더불어 민심이 싸늘해진 공정성의 결여와 관련해서도 결국 시인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이임생 기술이사가 홍명보 감독과 함께 전강위가 최종 후보에 올린 외국인 지도자들 사이에 공평한 채용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거스 포옛 전 그리스 대표팀 감독과 다비드 바그너 전 노리치 시티 감독은 한국 축구를 분석하고, 자신의 철학을 어떻게 새겨넣을지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협회 역시 "한 외국인 후보자는 22페이지의 자료와 대표팀 경기영상 16개를 준비했고, 다른 감독도 16페이지의 PPT 자료를 제시했다"고 인정했다. 반면 홍명보 감독에게는 이임생 기술이사가 찾아가 축구협회의 기술철학을 설명하고,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의 연계를 부탁했다고 직접 말한 바 있다. 읍소지 면접이 아니었다.

출발선이 다른 데 여론은 특혜라고 바라봤다. 어느 분야든 채용시 평가 기준은 동일해야 한다. 이에 대해 축구협회는 "자료를 잘 준비해오면 그 감독과 에이전트가 의욕있고 성의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것이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능력과 경쟁력이 있다는 근거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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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국내 감독의 경우 기본적으로 전력강화위 1차 회의에서부터 플레이 스타일이나 팀을 만들어가는 축구철학, 경력 등 대부분 위원들이 잘 알고 있다. 홍명보 감독의 경우 A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을 맡은 것은 물론 최근 울산 HD를 4년간 맡아 K리그 2연패를 하는 걸 확인했다"고 특혜가 아닌 기본적인 차이를 언급했다.

물론 홍명보 감독이 자신을 어필해야 하는 외국인 지도자처럼 PT를 섬세하게 준비할 필요가 없을 수 있다. 다만 최종 대면에서 축구협회가 가진 태도 차이는 사라졌어야 한다. 평가 단계까지야 '우리가 잘 알지'로 넘어간다 쳐도 마지막 평가 기준은 같아야 공정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축구협회는 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대목을 건너뛰었다. 홍명보 감독에게 2시간 동안 미래를 당부할 게 아니라 들었어야 했다. 장문의 해명 어디에도 홍명보 감독에게 매료된 요소나 1순위로 매긴 채점 방식, 홍명보 감독이 설명했다는 비전을 찾아볼 수 없다. 이임생 기술이사가 밝혔던 빌드업 1위는 추상적이며, 라볼피아나 전술은 10년 전 유행했던 것으로 지금은 사장되거나 기본이 된 움직임에 불과하다. 대표팀 경력 역시 10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 실패로 끝났던 이력이다.

축구협회가 내놓아야 할 해명은 시간 나열이 아닌 비전이어야 했던 이유다. 단순히 "홍명보 감독은 이임생 기술이사에게 축구철학, 대표팀 운영방안, 한국축구 기술철학 관련 각급 대표팀 연계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고 짧게 끝낼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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