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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글로벌포커스]"바이든 규제 지쳤어" 붉게 물드는 실리콘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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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강세 지역 실리콘밸리의 우경화

최근 잇달아 트럼프·밴스 지지 선언 이목

바이든 반시장주의에 테크업계 민심 이탈

반독점·부자증세·AI규제·가상화폐 단속 등

트럼프·밴스가 실밸에 우호적일지는 미지수

미국 민주당의 '텃밭'으로 대표되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성지' 실리콘밸리가 우경화하고 있다. 총격 피습을 당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러닝 메이트로 지목된 JD 밴스 상원의원에 대한 실리콘밸리 재계 인사들의 이례적인 지지와 찬사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현지에서는 빅테크를 겨냥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 칼날이 더 날카로워지면서 실리콘밸리의 거물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화당 소속 트럼프-밴스 후보가 오히려 실리콘밸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무너진 블루월…트럼프 지지 잇따라
아시아경제

지난달 출범한 트럼프 전 대통령 정치후원단체(슈퍼팩)인 '아메리카 팩'에는 이달 16일 기준 870만달러의 후원금이 모였는데 이중 실리콘밸리 인사들이 낸 후원금은 100만달러에 이른다. 기부자 중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소프트웨어 업체 팔란티어의 조 론즈데일, 세쿼이아의 숀 매과이어 등이 포함돼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역시 매달 약 4500만달러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지원하는 새 슈퍼팩에 기부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유세 중 총기 피습을 당한 직후부터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빅테크 수장들의 지지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머스크 CEO는 당일 엑스(옛 트위터·X)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그의 빠른 회복을 바란다"고 했고,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 의장은 "우리의 전 대통령은 오늘 밤 말 그대로 총격전 속에서도 엄청난 우아함과 용기를 보여줬다"고 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 등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썼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실리콘밸리 CEO들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의사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실리콘밸리 민심 변화 왜
아시아경제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으로 꼽혀왔다. 실리콘밸리 정치 후원금 역시 민주당에 쏠렸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들어 반시장·반규제주의가 확산하면서 테크 업계의 민심이 이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를 이끄는 리나 칸 위원장은 빅테크 반독점 조사에 칼을 꺼내들며 관련 소송을 이어왔다. 현지에서는 지난 3월 대기업들의 법인세 최저 세율을 현행 15%에서 21%로 높이고 소득 상위 0.01%에 소득세 최저세율 25%를 적용하는 '부자 증세안'이 공개된 것에 대한 반감도 확인된다.

캘리포니아 주의회 민주당에서 인공지능(AI) 안전장치 의무를 골자로 한 법안이 발의된 것 역시 규정 관련 비용이 커질 것을 우려한 실리콘밸리의 민심이 돌아서는 데 여파를 미쳤다. 여기에 실리콘밸리에는 가상화폐 기업가들도 대거 포진하고 있는데 개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이 가상화폐를 적대시하고 있는 점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밴스 부통령 지명, 지지 효과 이어질까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 가운데 지난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실리콘밸리와 인연이 깊은 JD 밴스 상원의원이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자 실리콘밸리에서 공화당 지지세가 한층 강화되는 모습이다.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 벨트에서 태어난 밴스 의원이 실리콘밸리에 인맥을 갖추게 된 계기는 2011년 예일대 로스쿨 재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밴스 의원이 멘토로 지칭하는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는 과거 강연에서 실리콘밸리의 장점에 대해 역설했고, 이에 밴스 의원은 졸업 후인 2013년 실리콘밸리의 바이오업체 서킷테라퓨틱스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이후 그는 2016년 미스릴 캐피털, 2017년 레볼루션에 몸 담았고, 2019년 고향인 오하이주로 옮긴 이후에는 나리아 캐피털을 세워 동부 해안가 지역의 자금을 낙후 지역으로 재분배하는 사업을 했다.

밴스 의원은 이 같은 배경으로 2022년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할 때 실리콘밸리 인맥의 도움을 얻었다. 이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닝메이트로 밴스 의원을 택하도록 하는 실리콘밸리의 로비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 경우 실리콘밸리에 대해 규제 완화적인 움직임을 보일 거라는 이유에서였다.
트럼프·밴스, 실리콘밸리에 우호적일까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밴스 의원이 내년 백악관에 입성하더라도 실리콘밸리에 대해 우호적인 정책을 펼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먼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편 관세 정책은 무역 전쟁을 일으켜 업계 불확실성을 더할 수 있다. 그가 공언한 이민자 추방 정책 역시 노동력 부족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는 요소다. 밴스 의원은 빅테크를 겨냥한 반독점법에 옹호하는 입장이며 올해 초 칸 위원장을 존경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 2월 X에 "구글이 우리 사회 정보의 독점적 통제권을 갖고 있다"며 구글 알파벳의 기업분할을 지지하기도 했다. 트럼프 2기에 도리어 인수합병(M&A) 한파가 몰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에 적대적인 입장인 것 역시 실리콘밸리에 긴장감을 더한다. 2021년 1월 트럼프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사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정지시킨 트위터, 페이스북이 대표적이다. 이들 SNS 플랫폼들은 올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복원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자신이 출시한 트루스 소셜에만 글을 쓰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안보 우려로 발효된 '틱톡금지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틱톡 계정까지 만들어 대선 캠페인에 이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텔레비전 토론 이후 경쟁자인 바이든 대통령을 둘러싼 건강 문제가 부각되고, 피격 사건에 따른 지지층 결집 여파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대두하자 실리콘밸리가 선제적으로 트럼프 측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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