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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연합뉴스 '특파원 시선'

[특파원 시선] 태국인 '반한 감정' 부채질하는 악성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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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결혼 허용·한국 입국 금지 논란 조롱에 태국인들 '부글'

외국 언론·네티즌 감정적 비난 달가워할 국민 없어…역지사지 필요

연합뉴스

방콕에서 열린 '예스!, 코리아트래블'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친애하는 한국인과 아세안 이웃 여러분: 태국 동성 결혼 허용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지난달 동남아시아 최초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법안이 태국 의회를 통과한 직후 현지 매체 카오솟에 실린 칼럼 제목이다.

칼럼은 태국 동성 결혼 허용 소식에 한국 네티즌들이 격분했다며 한국 언론 관련 기사에 실린 댓글을 전했다.

"동남아도 미쳐가고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해 모두가 반대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런 사악한 법을 막아야 한다", "에이즈가 가득할 태국에 절대 놀러 가지 않을 것" 등의 반응이 적나라하게 소개됐다.

칼럼 필자는 "우리는 다양성, 특히 성별 다양성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나는 성소수자가 아니지만 오랫동안 그들의 권리를 지지해왔고 그들의 평등한 권리를 위해 성소수자가 될 필요는 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했다.

태국은 동남아시아 한류 중심지로 꼽힌다. 한류가 세계로 뻗어나가던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태국인들은 한국과 한국인, 한국 문화를 아끼고 지지해왔다.

그런데 최근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해 말 불거진 태국 관광객 '입국 불허 논란' 이후 태국에서 반한(反韓) 감정이 싹텄다.

한국 입국에 필요한 전자여행허가(K-ETA)가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되거나 입국 심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글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면서 태국에서 논란이 확산했다.

당시 현지 매체는 태국인 불법체류와 마약 유통 문제를 지적하는 한국 네티즌들의 '반격'을 소개하며 양국 간 충돌 구도로 조명하기도 했다.

이후 동성 결혼 합법화 등 태국 소식에 대해 한국에서 나오는 부정적인 반응이 전해지는 일이 잦아졌다.

태국은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약 57만명이 한국을 찾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 중 방한 1위였지만, 이제는 베트남과 필리핀에 밀려 3위로 추락했다.

관광업계는 입국 거절 사례에 따른 반한 감정이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한국 네티즌 반응이 반한 감정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사태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태국 관련 기사뿐만 아니라 어느 분야 기사라도 수많은 비난 댓글이 달리는 게 현실이고 이를 다수 의견으로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극소수 의견일지라도 언론 보도나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퍼지면서 오해를 부르고 감정싸움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격한 비방은 언론과 인플루언서 입장에서는 손쉽게 시선을 끌 수 있는 자극적인 재료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K팝 그룹 블랙핑크의 태국인 멤버 리사의 솔로곡 '록스타'에 대한 한국 측 일부 부정적인 반응이 현지에 소개됐다.

태국 '국민 영웅' 리사의 솔로 활동 성과를 폄하하는 보도나 댓글에 현지 팬들은 분노를 표출했다.

이러한 분위기가 입국 불허 논란 등으로 쌓인 반한 감정에 더해 한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지 매체 MGR온라인은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리사를 좋아하지 않는 한국인은 소수이지만, 이번 이슈가 태국 팬들의 감정에 영향을 미쳤다"며 "태국 관광객 입국 차별 논란에 이어 리사 문제까지 벌어지자 태국인들은 한국에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동성애 혐오 논란, 입국 불허 논란, 리사 폄하 논란 등이 태국에서 한국이 다른 민족을 차별하는 것으로도 받아들여진다는 점이다.

외국 언론이나 네티즌이 한국에 대해 객관적 근거 없이 감정적으로 비난한다면 달가워할 한국인은 없다.

역지사지로 태국인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태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실망을 어느 정도 헤아릴 수 있다. 오해라면 충분히 풀고 넘어갈 일이다.

사안에 대한 다양한 생각이 존재하고, 반대 의견도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우월의식과 편견, 차별, 이로 인한 비난이라면 갈등과 대립을 부를 수밖에 없다.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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