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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31 (토)

‘멘토’ 생각없던 신하균·장나라, ‘멘티’ 생각없던 이정하·남지현 [김재동의 나무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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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구한수씨, 구한수씨는 감사업무가 안맞습니다. 부서 이동하세요.” tvN 토일드라마 ‘감사합니다’의 신차일(신하균 분)이 감사팀장 부임 첫 날 구한수(이정하 분)에게 한 말이다.

“증거 없으면 위자료는 빼고 재산분할만 합의시키면 되겠네. 사건 회전율 높일 생각을 좀 해요.”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의 차은경(장나라 분)이 첫 사건을 맡은 신입 한유리(남지현 분)에게 건넨 지시다.

신차일은 통보를, 차은경은 지시를 내렸다. 두 사람에게 첫 만남의 구한수나 한유리는 특별히 키워줄만한 후배가 아니다.

신차일이 보기에 “소장님을 믿으니까요. 소장님은 그런 짓을 할 분이 아니니까요.”따위 친분에 기댄 맹목적 믿음을 내세우는 구한수는 감사팀 재목이 아니다.

차은경이 보기에 피고측 소송대리인으로 승소해 놓고도 상대방인 원고의 처지에 공감해 사직서나 작성하는 약해 빠진 한유리는 바람직한 이혼 변호사가 아니다.

물론 두 사람의 입장 차는 있다. 신차일에게 구한수는 있으나마나 한, 아니 없는 편이 팀워크에 보탬되는 존재다. 하지만 이미 신입을 두 명이나 쫓아낸 차은경의 경우 한유리 마저 뛰쳐나가면 대표변호사의 질책은 물론 회사에도 손해를 자초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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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구한수나 한유리로서도 첫 만남의 신차일·차은경이 달가운 상사는 아니다.

구한수의 JU건설 감사팀 생활은 신차일 등장 전까지 봄날이었다. 턱걸이지만 입사에도 성공했고 감사팀이지만 다른 팀들과 얼굴 붉힐 일 없이 화기애애한 직장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 플로리다 지사 파견도 예정돼 있어 하루하루가 카리브해의 석양처럼 아름다웠다.

그런 안락한 일상은 신차일의 등장으로 산산조각났다. 타고나길 불신자로 태어난 이 남자는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신뢰가 없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연민조차 느껴질 지경이다.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믿음의 깊이는 내가 정하는 거야. 그러니까 내가 근거지.” 그러니 신차일이 어떻든 내가 증명하면 된다는 의욕을 불태운다.

한유리는 법무법인 대정에 입사하면 기업팀으로 갈 줄 알았다. 그런데 이혼팀이다. 의뢰인의 하소연이나 들어주는 그 이혼팀. 게다가 사수가 차은경이다. 로스쿨 강의에서 차은경은 말했었다. “변호사가 원칙이나 읊어대면 법전이랑 뭐가 다르죠? 법은 AI가 더 잘 알텐데” 그 깔아보는 시선, 빈정대는 말투가 참 비호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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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일이 구한수를 끌고다닌 건 팀 전력저하를 막기 위해서일 수 있다. 지켜보니 머릿속은 여전히 꽃밭이지만 쥐새끼로 흑화할 싹은 보이지 않는다. 잘못을 인정할 줄 알고 맡은 일엔 최선도 다한다.

서길표(김홍파 분) 전무 특별감사 당시 신차일은 황대웅(진구 분)이 불태우다 만 노트북이란 비장의 카드를 확보하고 있었다. 때문에 별 기대없이 구한수에게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를 찾아보라 했었다. 그리고 구한수는 온 쓰레기장을 탈탈 털어 시간 맞춰 대령하는 근성을 보였다. 그래서 부서이동을 보류하고 지켜보기로 했다.

차은경이 지켜본 한유리도 쓸만했다. 첫 재판부터 원고측 가족들에게 ‘원고 첩년’ 소리 들어가며 봉변을 당했다. 하지만 그 경황없는 와중에도 원고측의 뒷담화를 녹취해 증거로 제시했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는 원고측 변호인의 주장도 조목조목 논파했다. 능력이 과연 수석 입학자다웠다.

합의금 20억원이 오락가락하는 판에 “능력없는 엄마여도 애들은 엄마랑 살길 원하지, 내연녀랑 살길 원하지 않을 거예요”같은 영양가 없는 감정투영은 여전하지만 세상물 좀 먹다 보면 현명해질 여지는 충분하다.

구한수는 신차일과 함께 하며 깨달았다. “내가 너무 몰랐어!” 사람에 대한 맹목적 믿음이란 것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 지를 실감했다. 현장소장 배형식(정석용 분)에 대한 근거없는 믿음 때문에 자칫 크레인 기사의 죽음을 방조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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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장의 외압에도 재개발 피해자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신차일의 모습을 보면서, 한때 인연 맺은 배유미(홍수현 분)조차 냉정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당한 불신은 더러 사람에 대한 진정한 사랑일 수 있음도 터득한다.

그리고 “아, 이 외로운 사람은 사람들을 정말 사랑하는구나!”하는 신차일에 대한 근거있는 믿음도 내면에 자리잡은 느낌이다.

한유리도 깨닫는다. 김민정(윤금선아 분)-박민석(한은성 분) 부부의 이혼을 겪으며 당장의 당위라는 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무기력한 지. 양육권을 내준 차은경의 선택이 눈 앞의 수임료뿐 아니라 의뢰인의 안정된 자녀 부양까지를 내다 본 현명한 선택이었음을 마침내 알게 된다. 어쩌면 마냥 질색하던 아버지 한명종(이윤건 분)의 불륜으로 인한 트라우마도 차은경과 함께 하다 보면 새로운 관점으로 희석될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차은경에게 남편 김지상(지승현 분)과 비서 최사라(한재이 분)의 불륜 사실을 알렸을 때 보인 차은경의 반응. “아, 이 완벽한 여자도 내면에 안타까움을 삭이고 있구나!”싶은 연민을 느끼게 된다.

‘감사합니다’의 신차일-구한수, ‘굿파트너’의 차은경-한유리. 거북하게 만나 팀워크를 다져나가기 시작하는 멘토-멘티 두 커플의 이야기가 두 드라마를 주목하게 만든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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