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출근하는 전 연인 스토킹·살해한 혐의
2심 "피해자 유족, 공포심·허망함 감당 어려워"
유족, 교제폭력처벌법 연내 국회 통과 호소
"제도 내 피해자 보호 어려워…양형 상향해야"
인천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출근하던 옛 연인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30대 남성 A씨가 지난 7월 28일 오전 인천 논현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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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25년형→2심 30년형…法 “계획적이고 수법 잔혹”
서울고법 형사6-3부(부장판사 이예슬·정재오·최은정)는 17일 오후 보복살인, 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설씨에 대해 징역 30년형을 선고했다. 아울러 40시간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위치추적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25년형을 선고했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계획 살인과 잔혹한 범행 수법 등은 특별 (양형)가중영역”이라며 “여기에 여러 양형조건을 기준으로 (1심의) 25년형은 지나치게 가벼워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설씨는 지난해 7월 17일 오전 전 연인이던 피해자 이씨가 인천 자택에서 출근길에 나서자 따라붙은 뒤 아파트 복도에서 준비했던 흉기로 이씨를 무참히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설씨는 이씨를 지속적으로 스토킹해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상태였으나, 비극적인 사건을 막지는 못했다. 이씨는 경찰로부터 ‘가해자 동선과 겹치지 않는다면 지급받은 스마트워치 반납하라’는 안내를 받고, 7월 13일 반납한지 나흘 만에 싸늘한 주검이 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결별 요구를 받은 이후 수개월동안 폭행해 피해자 갈비뼈를 골절시키고, 출퇴근 시간에 맞춰 소란을 피우고, 피해자 딸의 유치원에 전화하는 등 신체적·정신적으로 괴롭히는 스토킹을 지속했다”고 지적했다. 또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으며 피해자의 소리에 모친이 달려나와 범행을 저지해 범행 중단 기회가 있었는데도 모친에게까지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혔다”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모친과 딸이 느꼈을 공포심, 허망함은 감당하기 어렵고 트라우마도 지속될 것”이라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피해자의 어린 딸은 잠에서 깨 할머니를 찾아 나오면서 범행 현장을 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가해자 측이 혐의를 부인한 ‘보복살인’에 대해서도 ‘보복살인이 맞다’고 판단했다. 보복살인의 경우 최소형량이 징역 10년으로 살인(최소형량 징역 5년)보다 형량이 무겁다.
교제폭력 증가하는데 피해자 보호 제도 ‘한계’
이날은 사건 발생 1년째 되는 날로 이씨가 사망한 기일이다. 유족 측은 이날 선고 직후 “오늘 동생이 세상을 떠난지 딱 1년이 됐다”며 “제발 교제폭력 처벌법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이씨의 사촌언니는 “사건 이후 언론을 통해 다른 분들이 저와 같은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며 “그런데도 여전히 교제 폭력과 사망 소식을 전해듣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 최근 유명 유튜버 ‘쯔양’도 교제 폭력의 피해자로 밝혀지면서 세간의 충격을 안겼다. 이밖에 ‘거제 교제살인사건’, ‘강남 오피스텔 모녀 살인사건’, ‘의대생 교제살인사건’, ‘전 럭비선수 연인 폭행’ 등 셀 수 없이 많은 교제폭력이 자행되는 실정이다. 교제폭력에 대한 처벌은 형법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반의사불벌죄 적용 등으로 피해자의 직접 신고없이는 처벌이 어렵다. 또 살인 등 중대범죄로 나아갈 가능성도 크지만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피해자 보호제도와 양형 기준 마련이 미흡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번 사건에서도 유족 측은 관련 법안의 부재로 가해자가 죄질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씨의 사촌언니는 “피해자분들은 경찰에도 신고했지만 보호 조치가 미비하고, 가해자는 그걸 학습해 점점 폭력 가해 정도가 심해진다”며 “이것은 국가가 묵인한 범죄”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국회가 시급하게 관련 법 통과를 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교제 중 또는 교제 이후 가까운 관계에서 발생하는 교제폭력은 △2014년 6675건 △2018년 1만245건 △2022년 1만2841건으로 2014년 대비 92.4%나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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