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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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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초등교사 1주기···교원 10명 중 9명 “민원상담실 이용 경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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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이초 교사 1주기를 사흘 앞둔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옆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추모객이 추모 메시지를 걸고 있다. 정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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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순직 1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사건 이후 교육부가 마련한 교권보호 조치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육부는 각 학교에 민원상담실 설치가 89.1% 이뤄졌다고 밝혔으나, 교원 10명 중 9명이 ‘이용 경험이 없다’고 밝혔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강 의원실이 교사노조연맹 등과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설문은 6월19~29일에 거쳐 총 5980명의 교원을 상대로 진행됐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학교에 민원대응팀이 조직된 사실을 알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모른다’고 응답한 교원이 52.6%로 과반이었다.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47.4%였다.

민원상담실 구축 여부에 대해서도 59.8%가 ‘모른다’고 답했다. ‘민원실 사용 경험이 없다’는 응답은 94.8%에 달했다. 전승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은 “학교마다 민원상담실이 89.1% 구축됐다는 교육부 발표에도 현장 교원은 민원상담실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사) 자리에 있는 유선 전화는 녹음 기능이 가능한지’에 대해선 응답자의 59.9%가 ‘가능하다’고 답했고, ‘불가능하다’ 22.2%, ‘모른다’ 18.8%로 나타났다.

‘민원창구가 일원화됐느냐’는 설문엔 29.3%만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41.6%로 나타났다. ‘민원 처리의 주체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담임 또는 교과 교사’라는 응답이 51.1%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교장·교감’ 35.8%, ‘교무부장·해당 부장교사’ 10.8%, ‘교육공무직 지원’ 1.8%, ‘행정실장·행정실 일반직 공무원’ 0.7% 순으로 나타났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5월 ‘17개 시도교육청 학교 민원 응대 조성 현황’에서 학교 민원대응팀과 녹음 전화기 설치가 각각 98.9%, 95.4% 완료됐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교육(지원)청 통합 민원팀은 각 지원청에 100% 설치됐다고 했다. 강 의원은 “교육부 발표만 놓고 보면 대다수 후속 조치들이 90% 이상 완료된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달랐다”고 밝혔다.

교육활동 침해 가능성이 큰 분리 대상 학생을 인솔하는 일도 여전히 교사의 몫인 것으로 나타났다. 분리 대상 학생 인솔 주체가 누군지에 대해 85%가 교사라고 답했으며, 봉사자나 퇴직교원을 활용한 별도 전담인력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3.5%에 불과했다. 천경호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은 “결국 분리학생에 대한 인솔과 지도는 오롯이 교사들이 책임지고 있다”며 “분리 과정에서 많은 교사가 교육활동 침해 상황에 노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계 관계자들은 이날 학교 민원대응팀 운영과 민원창구 일원화를 위한 인력·예산 지원과 함께 교사·학생·학부모 등 교육 3주체가 소통하는 숙의의 장을 학교·교육청마다 마련해줄 것을 교육당국에 제언했다. 강 의원은 “교육 3주체 간의 안전하고도 열린 대화만이 악성 민원을 줄이고, 교사를 보호하며 학부모를 안심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며 “서이초 1주기를 맞아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과 예방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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