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로 얼룩진 7·23 전대 "韓-元 똑같아…당원들께 죄송"
韓 여사 문자 읽씹 논란 "도무지 납득 안 가…백서에 담겨야"
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12일 대구 합동연설회에 참석했다. 나 후보는 이날 대구에서 진행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계파와 사심 없이 정치해온 제가 이 판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나경원 캠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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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대구=설상미 기자]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8일 앞두고 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막판 뒤집기에 나섰다. 거야(巨野)에 맞설 여당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벌어진 유례없는 '내전' 가운데 나 후보의 안정감이 호평을 받고 있다. 나 후보는 지난 12일 대구에서 진행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당을 지킨지 22년 됐다"며 "고민의 깊이가 다른 후보들과 다르지 않겠나. 5선 의원의 경험과 수 많은 선거, 특히 우리 당이 탄핵 이후 폐족(廢族) 취급까지 받는 상황에서 당을 살려낸 경험이 토론회 등 선거 과정에서 녹아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나 후보는 원희룡 당대표 후보의 네거티브 전략에 아쉬움을 토로하며, 전대 이후 계파 갈등 후유증을 우려했다. 나 후보는 "토론하는 걸 보니깐 두 명(원 후보와 한동훈 당대표 후보 지칭) 다 똑같았다"면서 "원 후보가 하겠다는 '검증'과 네거티브는 다르다. 조금 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답답하고 저조차도 보기 부끄러웠다"며 "제가 대신 사과드리고 싶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 나 후보는 "당정 관계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으면서, 밀착돼서 끌려다니지 않고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는 후보는 저 뿐"이라며 한·원 후보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강조했다.
한 후보의 '1강' 독주 속 일각에서는 원 후보와 단일화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물밑에서 주도권 기싸움도 계속되는 분위기다. 원 후보는 "나 후보가 저를 돕게 될 것"이라고 했지만, 나 후보는 "저는 무조건 완주할 생각"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다만 현실적인 승리 전략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두 후보 모두 끝까지 단일화 카드를 막판까지 놓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 후보는 "전국 곳곳을 방문하며 수많은 당원분들을 만나면서 응원과 지지를 몸소 느낀다"라며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힘을 보태주실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 후보의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읽고 씹음) 논란은 이번 전대의 최대 쟁점 중 하나다. 국민의힘 총선백서특위는 한 후보가 충선 정국 당시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여사의 사과 의향 문자를 무시한 것이 총선 패배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판단, 백서에 이를 담기로 결정했다. 나 후보는 "총선 백서 발간 자체가 필요 이상으로 정쟁화 됐다"며 "여사 문자 논란이 총선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면 총선 백서의 일부로 포함돼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의 여사 문자 무시를 두고는 "도무지 납득이 되질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당에 몸담은지 어언 22년. 보수정당 최초 여성 원내대표라는 화려한 타이틀 거머쥔 나 후보는 22대 총선에서 5선 고지에 올랐다. 나 후보는 원내 당대표 후보임을 강조하며 "이재명 대표가 원내에 있기 때문에 이번 당대표는 원내에 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협상의 가능성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협치하겠지만, 절대 받을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투쟁해 승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계파 정치, 편가르기로 우리 당이 뿌리채로 흔들리고 있다"며 "차기 당대표는 무엇보다도 당을 하나로 통합하고 뿌리를 바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고, 윤석열 정부 성공 없이는 보수 재집권은 없기에 윤 정부 성공을 위해 모든 힘을 쓰겠다"고 밝혔다.
아래는 나 후보와의 일문일답.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네 명의 당권 후보 중 지지율 2위를 기록했다. '1강' 한 후보를 꺾을 수 있는 전략이 있다면.
국민들께 진심을 잘 전달하는 거다. 나라도, 국회도, 모두 다 혼란스럽지 않나. 결국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 문제다. 민주당이 대통령 탄핵을 계속해 시도하고 있는데, 여야 어느 쪽이 됐든 탄핵은 다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요즘처럼 위험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인기 여부와 상관없이 의회에서 우리 국민의힘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 당정 관계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으면서, 밀착돼서 끌려다니지 않고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는 후보는 저 뿐이다.
-일각에서는 원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저는 무조건 완주할 생각이다. 전당대회가 진행되면서 제 진가를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국 곳곳을 방문하며 수많은 당원분들을 만나면서 응원과 지지를 몸소 느낀다.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힘을 보태주실 거다.
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15일 대구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나 후보는 이날 인터뷰에 "윤석열 정부 성공 없이는 보수 재집권은 없다"며 "윤 정부 성공 위해 모든 힘을 쓰겠다"고 밝혔다. /나경원 캠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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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후보와 원 후보의 공방으로 선관위 제재 조치가 있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진흙탕 싸움'이 돼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토론하는 거 보니깐 둘 다 똑같더라. 한 쪽은 말을 거칠게 몰아 붙이고 있고, 한 쪽은 말꼬리만 잡고 있다. 답답하고 저조차도 보기 부끄러웠다. 원 후보가 하겠다는 '검증'과 네거티브는 다르다. 조금 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전당대회 기간 동안 보여지는 당의 심각한 계파 갈등에 다들 많이 지치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제가 대신 사과드리고 싶다. 계파와 사심 없이 정치해온 제가 이 판을 바꾸겠다.
-한 후보에게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이 있었다. 후보께서 총선 당시에 비대위원장이었다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그 당시에는 모든 사람들이 (여사께서) 얼른 사과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사과를 하느냐, 안 하느냐는 당사자 양심의 문제이기 때문에 강요할 수는 없다. 정무적으로 대통령실에서 뭐라고 결정하든, 당에서 뭐라고 결정하든 당사자의 소통 의지가 있다면 소통하는 것이 맞다. 한 후보가 여사랑 소통하는 것을 두고 '당무 개입'이라던가, '국정 농단'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식으로 얘길하던데, 도저히 납득이 안 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사유가 대통령의 당무개입 아닌가. 그 단어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단어인지 알 텐데, 이해가 안 된다.
-총선 백서에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총선 백서는 지난 총선의 패인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우리 당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총선이 끝난지 세 달이 지났는데, 총선 백서 발간 자체가 필요 이상으로 정쟁화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이 총선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면 총선 백서의 일부로 포함돼야 한다고 본다.
-한 후보를 두고 법무부 장관 당시 성과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유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구속시키지 못했던 것뿐만 아니라, 지금 사법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은 총체적으로 검찰 사건들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이 있다. 장관은 큰 방향을 정하고 검찰이 속도나 성과를 내지 못하면 인사권을 통해 내부를 바꾸기도 한다. 법무부장관으로서 '구체적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겠다'라고 하는데, 굉장히 무책임하다. 대한민국에서 의회 민주주의가 파탄나는 모든 근원은 이 대표의 방탄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 아닌가. 상상할 수 없는 폭거들이라 본다. 민주당이 탄핵을 벼르고 있는데, 저라면 지금 국회에 드러누웠을 것 같다.
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12일 대구 합동연설회를 앞두고 당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나 후보는 이날 인터뷰에서 "총선이 끝난지 세 달이 지났는데, 총선 백서 발간 자체가 필요 이상으로 정쟁화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나경원 캠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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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정당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거 아닌가. (이재명 대표가) '먹사니즘'(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한다 해놓고 포퓰리즘만 하고 있다. 의회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이 대표를 끌어내리고, 유능한 민생정당으로 나아가겠다.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제외, 저출산고령화 적극 해결부터 핵무장까지, 우리나라를 위해 필요한 정책에 대해 많이 고민해왔다. 오픈프라이머리, 공천 혁신, 지구당 부활 등 당원 존중의 정당을 만들어서 우리 당을 바로 세우겠다.
-윤 정부 성공을 위한 집권여당 국민의힘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예전에 '보수는 부패해서 망하고 진보는 분열해서 망한다'라고 하곤 했는데, 요즘에는 오히려 반대 같다. 계파 정치, 편가르기로 우리 당이 뿌리채로 흔들리고 있다. 차기 당대표는 무엇보다도 당을 하나로 통합하고 뿌리를 바로세우는 것이 중요하고, 윤석열 정부 성공 없이는 보수 재집권 없다. 윤 정부 성공을 위해 모든 힘을 쓸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잘 하는 것은 팍팍 밀어주고, 민심과 멀어지는 부분에 있어서는 민심을 명확히 전달하겠다.
-22대 국회에서 민주당과 극한 대립이 예상된다. 민주당과 협치 전략은.
이 대표를 국회에서 끌어내려야 한다. 이 대표가 원내에 있기 때문에 이번 당대표는 원내에 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민주당 당대표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발언하는데, 우리 당 당대표는 원외에 있어 발언을 하지 못하면 그 자체로 전력 차이가 심각하지 않겠나. 협상의 가능성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협치하겠지만, 절대 받을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투쟁해 승리하겠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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