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좀 그만 버려라/강철수 지음/ 행복에너지 /1만6500원
유기견의 시선에서 인간사회에 던지는 통렬한 메시지를 담은 소설 『개 좀 그만 버려라』의 저자 강철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소설 속 ‘나’는 집도, 돈도, 애인조차도 없지만 타고난 깡과 악바리와 어떻게든 먹을 것을 입에 넣는 재주를 보유한 유기견이다. 도시의 거리를 헤매며 하루하루 고기 한 점을 입에 넣기 위해 인간에게 꼬리를 치고 다른 유기견들과 싸우기도 한다.
이런 ‘나’의 주변을 고달픈 배달청년, 으스대는 대학생, 사랑과 증오를 왔다 갔다 하는 변덕쟁이 여성, 가진 돈은 많지만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과거의 군인정신을 잊지 못하는 할아버지 등 다양한 인간군상이 스쳐 지나가고, 인간만큼이나 다양한 개들도 스쳐 지나간다. 욕망과 낭만이 부딪히고 헤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밥’으로 요약되는 작품 속 철학은 일견 단순해 보이면서도 모든 생명체의 중심에 있는, 솔직하고 진실한 삶의 본질을 들려둔다.
저자 강철수에게 개는 지금껏 인생의 동반자였다. 수십 년 동안 10여 마리의 반려견을 키우고, 수명을 당해 무지개를 건너는 과정을 되풀이해온 터라 개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오랜 시간 이 소설을 쓰기 위해 메모와 자료 수집을 해왔고 마침내 “더 이상 개를 버리지 말라”는 호소를 담은 소설을 출간하게 됐다.
‘개의 언어를 사람의 언어로 옭긴 이’ 라고 자신을 소개한 강철수는 한 집 건너 한 집씩 개를 키우는 반려견 인구 1000만 시대에도 장난감 버리듯 내버려지는 현실을 개탄한다. 그는 “통계적으로 전국의 반려견 중 1%가 매년 버려지며 그 수는 10만 마리에 달한다. 개들은 차가운 거리로 내몰리는 순간 동물애호가들이 붙여 준 애틋한 이름 ‘반려견’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쓰레기이자 골칫덩어리로 취급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이 소설이 물질문명의 발전과 함께 잊힌 과거의 낭만을 돌려주면서 심각한 유기견 문제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강철수는 서라벌 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출신으로 톡톡 튀면서도 예사롭지 않은 문체를 구사할 뿐 아니라 독자의 욕구를 제대로 해석해내고 시류(時流)를 정확히 짚어내 40년 이상을 인기 만화가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특기인 풍자와 해학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낭만이 넘치는 떠돌이 유기견의 이야기가 쉽고 재미있어 단박에 읽힌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