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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3 (토)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후보자격 시험대' 바이든 회견, 현지 평가보니..."정책 강점+실수 뒤섞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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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단독 기자회견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사실상 '후보 자격 시험대'나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첫 텔레비전 토론 이후 바이든 대통령을 둘러싼 후보 사퇴론이 점점 거세지고 있어서다. 현지에서는 이날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된 회견을 두고 후보 사퇴론이 대세가 될 정도의 실수는 없었지만, 이를 뒤집지도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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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의 회견에 대해 "정책적 강점과 실수가 뒤섞였다"고 진단했다. 이 매체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트럼프 부통령'이라고 부르는 등 회견에서 나온 실수가 많은 유권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정책 평가에서 강력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결론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밀어붙이기에는 그의 강력함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 많았고, 그를 둘러싼 모든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실수 역시 충분히 확인됐다고 요약했다.

미 CNN방송은 "로흐샤흐 테스트(심리학에서 사용되는 투사법 중 하나)와 같은 성격"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사임을 원하는 이들은 눈에 띄는 언어적 실수를 거론할 수 있고,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외교정책과 관련한 다양한 질문에 능숙하게 대답한 부분을 언급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바이든 대통령은 때때로 흔들리기도 했지만, 외교정책에 있어서는 통찰력을 보여줬다"면서 "(후보 사퇴론을 점화시킨) 2주 전 대선 TV 토론과 같은 최악의 순간을 반복하진 않았다"고 보도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기자회견 이후에도 최소 2명의 민주당 의원이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했다"면서 "기자회견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냈지만, 불안한 민주당원들을 안도시키는 데는 실패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아직 바이든 대통령의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면서 "민주당 전체에 고통스러운 질문(대선 후보 교체)이 장기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민주당의 스티브 코헨 의원은 이날 회견을 "성공적"이라며 "많은 사람을 설득해 대선 경쟁에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의원은 폴리티코에 "토론에서 보여준 것보다 100배 더 낫다"면서 "이게 토론이었다면 지난 2주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같은 당 소속으로 기자회견 직후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한 짐 하임스 의원은 "(후보 사퇴론을 꺾을 만큼의) 게임체인저는 아니였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전반적으로 일관성 있게 들린다"면서 "푸틴 대통령, 트럼프 부통령 등의 말실수가 나머지 기자회견 시간을 모두 가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민주당 대선 후보로서 바이든 대통령의 거취를 결정할 중대 분기점으로 평가돼왔다. 지난달 첫 텔레비전 토론 이후 사퇴론 위기에 처한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사전 각본 없는 기자회견을 통해 건재함을 과시하고 그를 둘러싼 고령 및 인지력 저하 우려를 씻어내는 것이 목표였다. 예정보다 1시간가량 늦게 시작된 기자회견은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됐으며 이 가운데 40분 상당이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으로 이뤄졌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정치권 안팎의 눈이 쏠린 이 날 기자회견을 두시간 가량 앞두고 치명적인 말실수에 휩싸였다. 그는 직전에 열린 우크라이나 관련 행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소개하며 "결단력만큼 용기를 가진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이 자리를 넘기고 싶다. 푸틴 대통령(President Putin)을 환영해달라"고 말했다. 해당 영상은 ABC, CBS, NBC 등 미 주요 방송사의 프라임타임 뉴스를 통해 일제히 보도됐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 중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을 혼동하는 실수도 저질렀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주자로 출마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녀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면 ‘트럼프 부통령’을 부통령으로 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올린 게시물에서 "잘했어. 조(바이든)"라고 해당 실수를 비꼬았고, 바이든 대통령은 트윗으로 "그 차이를 알고 있다. 한 명은 검사이고, 한 명은 범죄자"라고 반박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련의 눈에 띄는 실수"라며 "그의 나이, 통찰력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온라인에서는 조롱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초 이날 우크라이나 행사 직후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취소됐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실수에 대한 질문을 받았으나 직답을 피한 채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계속 강력히 지원하길 바란다"고만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누구에게나 말실수는 있을 수 있다"고 옹호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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