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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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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액 테러’ 앞서 스토킹…수사 의지 있다면 가해자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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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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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청주 한 아파트에 사는 여성 3명의 집 현관문에 정액을 묻힌 남성이 지난 3일 구속 기소됐다. 경찰이 가해자에게 적용한 혐의는 재물손괴였다. 이른바 ‘체엑 테러’는 피해자에게 성적 불쾌감을 준다는 점에서 성범죄 성격을 띠지만 통상 형법상 재물손괴죄로 다뤄진다. 그러나 이 사건을 넘겨받은 청주지방검찰청은 가해자가 피해 여성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장기간 지켜보는’ 스토킹이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가해자 휴대전화를 압수 수색했다. 그 결과 피해자들의 주거지 부근에서 이들의 일과 등을 상당 기간 지켜봤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찾아, 재물손괴와 함께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를 추가해 재판에 넘겼다. 청주지검 관계자는 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통상 상대방 의사에 반해 지속·주기적으로 연락했을 때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다”며 “상대방을 주거지(직장·학교 등) 부근에서 지켜보는 행위에 스토킹 범죄 혐의를 적용한 건 이례적인데 피해자가 3명인 점 등 사안이 중하다고 판단해 추가 혐의를 적극적으로 살폈다”고 설명했다.





청주에서 벌어진 사건은 수사기관이 적극적인 의지만 있다면 스토킹 혐의 적용을 통해 죗값에 상응하는 처벌과 피해자 보호에 나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재물손괴죄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게 돼 있는데, 체액 테러 가해자에겐 대부분 벌금형이 선고된다. 피해자는 극심한 성적 불쾌감과 추가 범행에 대한 공포를 느끼지만, 법원이 스토킹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가해자에게 명하는 접근금지나 유치 등의 잠정조치가 불가능하다. 즉, 같은 사건이라도 스토킹 혐의 적용 여부에 따라 피해자 보호 조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피해자가 스토킹 피해를 호소하지 않는 경우 수사기관이 스스로 나서 혐의를 포착해 수사하는 사례는 드물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4월 발생한 거제 교제폭력 사망 사건의 경우 피해자(목격자 포함)가 11차례 112 신고를 했음에도, 경찰은 피해자가 숨진 뒤 유가족이 고소한 이후에야 스토킹 혐의를 적용했다. 가해자가 저지른 범죄에 대한 유죄 입증에 무리가 없는 경우 스토킹 혐의 적용을 ‘누락’하는 경우도 있다.





#. 대구고등법원은 지난 5월 이혼한 아내의 집에 몰래 들어가 주방에 있던 칼로 아내를 수차례 찌른 혐의(살인미수, 상해, 폭행, 주거침입)로 재판에 넘겨진 ㄱ 씨에 대해 징역 8년에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10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을 보면, 가해자는 범행 전날 3차례 피해자 거주지 인근을 배회하고 우편물함을 확인했으며 집 초인종을 눌러 해당 호수에 피해자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러나 스토킹 혐의로는 기소되지 않았다. 피해자는 한때 목숨이 위독할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신미영 대구여성의전화 상담소장은 “피해자가 주거 침입과 살인미수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충분히 가해자의 스토킹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 혐의로도) 함께 기소할 수 있었다”며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 혐의가 더해졌다면 처벌 수위도 높아졌을 것”이라고 했다.



한민경 경찰대 교수는 “상해치사든 살인미수 사건이든 수사기관이 가해자의 유죄 자체를 입증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경우 스토킹 혐의가 누락되는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 일종의 수사 편의주의”라며 “스토킹 혐의 적용 여부에 따라 피해자 보호 조치 등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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