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식용유 혼용 운송한 탱크트럭 '적발'
시노그레인 등 국유기업 허술한 감독 '도마 위'
中CCTV "독살행위와 같다" 맹비판
유독물질이 함유된 액화석탄 등 화학용 액체를 운송한 탱크트럭을 세척하지 않고 그대로 식용유를 담아 운송하는 것이 중국 탱크트럭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중국 식품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탱크에 남은 화학액체 잔여물이 섞여 운반된 식용유가 사실상 독극물과 다를 게 뭐냐는 중국 관영매체 비판도 쏟아졌다.
'독극물 식용유' 사건이 보도된 것은 지난 2일 중국 베이징 유력 일간지 신징바오를 통해서다. 당시 신문은 앞서 5월 중국 국영 곡물비축기업인 중추량(中儲糧, 시노그레인)과 후이푸(匯福, 홉풀)식용유그룹을 드나드는 탱크트럭 업체가 액화석탄을 운송한 탱크를 씻지 않은 채 그대로 식용유·콩기름·당액 등 식품류를 싣고 운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폭로했다.
액화석탄은 석탄을 가공한 화학성 액체류로, 여기엔 탄화수소·황화물·벤젠 등 화학 성분이 함유돼 있다. 장기간 섭취하면 인체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될 수 있다는 게 식품 안전 전문가들의 말이다.
시노그레인은 보도가 나간 후 나흘 뒤인 6일 곡물창고를 드나드는 탱크트럭 운송업체가 식품안전 법규를 제대로 지키는지 철저히 조사할 것을 지시하고 위법사항이 있는 업체는 운송 협력을 중단하고 '블랙리스트'에 올려 거래를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업체에는 시노그레인이 전액 출자한 탱크트럭 운송업체도 포함돼 더 문제가 됐다.
업체들이 식용유와 화학물질을 혼용해 운송하는 것은 그만큼 이윤을 더 남기기 위해서다. 보도에 따르면 대부분 해안 지역에 몰려있는 식용유 생산업체는 탱크트럭을 이용해 식용유를 장거리 운송하는 게 다반사다. 그런데 최근 들어 운임이 낮아지다 보니 식용유를 운송한 트럭을 빈 채로 돌아올 수 없어서 식용유가 아닌 화학액체 물질을 채워 운송하는 것이다. 게다가 식용유 제조업체의 탱크트럭에 대한 관리 감독이 허술하다 보니 이들 트럭업체들은 1000위안(약 19만원)도 안되는 탱크 세척 비용이 아까워 화학물질을 운송한 탱크를 세척하지 않은 채 또다시 식용유를 실어 운반해 왔다.
사실 탱크트럭들이 여러 가지 화물을 운송하는 것은 일반적이긴 하지만 식용 기름과 화학액체를 혼용해 운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20년 가까이 탱크트럭을 운전한 한 기사는 "원래 식용유 운송 탱크트럭 관리 감독은 매우 엄격하다"며 "운송 전 3회 이상 식용유를 운반한 사실을 증명해야 하며, 워터마크가 삽입된 탱크 세척 영상을 제공하고, 식용유 공장에서 탱크의 산성도(pH) 테스트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식용유 업체의 허술한 관리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그는 덧붙였다.
중국 식품안전법에 따르면 식용유 운송에 대해 강제성을 가진 국가표준은 없으며 '특수차량을 사용하길 권장한다'는 조항만 있어서 사실상 식용유 운송에 대한 규제가 없는 것도 문제다.
중국 온라인에서는 식품 안전 우려가 또 다시 확산되자 관영매체도 비판을 쏟아냈다. 중국 국영 중앙(CC)TV는 8일 "업체들의 이러한 비용 절감 조치는 독살 행위와 같다"라며 "식품안전법에 대한 도발이자, 소비자의 생명과 건강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매섭게 비판했다.
아주경제=베이징=배인선 특파원 baeinsu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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