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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연합뉴스 '특파원 시선'

[특파원 시선] 불법이민자 저임금 의존해온 美…강경책 부작용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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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애리조나주 루비의 국경 장벽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뉴욕에 와서 느낀 것 중 하나는 도시의 많은 부분이 암묵적으로 불법 이민자들의 값싼 노동력에 의존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식당은 불법 이민자의 저임금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직종으로 꼽힌다. 특히 저가 경쟁을 하는 식당일수록 인건비 절감을 위해 불법 이민자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 교민은 전했다.

경제적으로만 보면 불법 이민을 포함한 이민 증가가 최근 몇 년 새 미국 경제에 큰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미국 경제가 이례적으로 경기침체 없이 물가를 잡을 수 있었던 주된 공로로 이민자 증가를 꼽기도 했다.

그는 앞서 지난 3월 연방 하원 증언에서 이민자 유입 증가가 2022∼2023년 미국 경제에 주목할 만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물가상승률을 낮추면 실업이 늘어나는 게 기본적인 경제 원리인데, 이민 유입 증가 덕에 이례적으로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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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의회 증언 발언하는 파월 의장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미국 내에서 이민자 문제는 경제 문제를 넘어 정치·사회 문제가 된 지 오래다.

단순히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차원을 넘어 불법 이민자 유입이 공동체 가치를 훼손하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인식이 커진 것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가 사실상 남부 국경을 개방하면서 범죄자와 테러리스트 등이 미국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이민자 문제를 대선 최대 쟁점으로 부각시킨 상태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도 불법 이주민 급증 문제가 대선 이슈로 떠오르고 비판도 커지자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와 같은 강경책을 꺼내 든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불법 이민자 대응을 위해 유입자 수가 일주일 단위로 하루 평균 2천500명이 넘으면 남부 국경을 폐쇄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 시 취임 첫날 남부 국경을 봉쇄하고 불법 이민자들을 대거 추방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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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론에서 맞붙은 바이든과 트럼프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첫 대선 후보 TV토론 이후 인지력 논란을 빚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벌리며 앞서나가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건 강도 높은 반(反)이민 정책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인플레이션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고율의 관세 부과와 더불어 이민 관련 정책이 고용시장 초과수요를 자극해 물가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일각에선 미국 경제의 현실을 고려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이 발언 그대로 실행되긴 어렵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노동 공급 중단에 따른 고용시장 과열과 임금 인상이 기업들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경제계를 중심으로 과도한 반이민 정책 실행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더라도 실제로 예고대로 이민자 정책을 실행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 내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은 영주권을 자동으로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두고 보더라도 트럼프가 무조건 이민 제한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는 견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일 팟캐스트에 출연, 미국 내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은 영주권을 자동적으로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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