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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일본과의 승부, 이긴 줄 알았다가 날벼락…다른 규정 적용했다고?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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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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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세계유도선수권 혼성 단체전에서 한국 대표팀이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에서 세 번째 선수 원종훈이 매트에 올라간 뒤 부상을 이유로 기권하면서 팀 전체가 실격패를 당한 것입니다.

국제유도연맹(IJF) 규정에 따르면, 매트에 올라온 선수가 경기를 거부하면 해당 팀은 실격됩니다. 만약 출전 선수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기 어려울 경우 해당 체급을 처음부터 포기하고 1패만 안으면 되는데, 우리 대표팀은 이런 규정을 숙지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국제유도연맹(IJF)도 이 규정을 인지하지 못해 경기를 계속 진행하는 촌극이 발생했습니다. 나중에 패자부활전에서 우리에게 패배한 독일이 한국의 규정 위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자 국제유도연맹도 뒤늦게 이를 인지하고 한국을 실격패 처리한 것입니다. 대한유도회는 우리 대표팀의 실수를 인정하고, 감독과 선수에게 경위서를 받았습니다.

처음 도입된 혼성 단체전, 숙적 일본과 8강전



이보다 더 황당했던 사건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유도 혼성 단체전에서 벌어졌습니다. 유도 혼성 단체전이 아시안게임에 도입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혼성 단체전은 남자와 여자 선수 각각 3명씩 총 6명이 한 팀을 이뤄 상대와 1대 1 매치로 승부를 가립니다. 총 6개의 매치를 진행해 4승을 거두는 팀이 승자가 되고 만약 두 팀이 3승 3패가 될 경우에는 세부 점수를 따지게 됩니다. 당시 한국은 8강에서 숙적 일본과 만났습니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나라들의 실력을 고려하면 이 경기가 사실상 결승전이었습니다.

사실상의 결승전, 치열한 승부



우리의 첫 선수인 여자 57kg급 권유정은 타마오키 모모와 경기에서 지도 3개를 받아 반칙패(지도패)를 당했습니다. 두 번째 선수로는 남자팀 에이스인 73kg급의 안창림이 나섰습니다. 상대는 일본의 강호 에비누마 마사시. 에비누마는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올림픽 66kg급에서 2회 연속 동메달을 획득한 선수입니다.

그는 런던 올림픽 당시 조준호 선수와 8강에서 대결했는데 이때 조준호가 판정 번복 끝에 억울하게 패배하며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선수입니다. 에비누마는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는 한 체급 올려 출전했는데 안창림은 연장 시작 9초 만에 시원한 빗당겨치기 한판승을 거뒀습니다.

양 팀의 단체전 스코어는 1대 1. 세 번째 선수인 여자 70kg급 정혜진은 니이조에 사키에게 연장전 골든스코어 한판패를 당해 다시 2대 1로 끌려갔습니다. 네 번째 선수로 남자 90kg급 곽동한이 나섰는데 곽동한은 이 대회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그는 고바야시 유스케와 연장 접전 끝에 극적인 안다리걸기 되치기 절반승을 거두며 2대 2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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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5, 6번 두 선수가 남았습니다. 남녀 모두 최중량급. 5번째로 나선 여자 78kg 이상급 김민정은 한국 여자 유도 간판으로 야마모토 사라와 연장 승부를 펼친 끝에 야마모토가 3번째 지도를 받으면서 반칙승(지도승)을 거뒀습니다. 우리가 3대 2로 앞서간 상황에서 등장한 마지막 선수는 남자 100kg 이상급 김성민. 김성민이 이기면 한국이 4대 2로 승리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김성민은 전날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는데 일본 선수(오지타니 다케시)와 준결승에서 오른팔이 꺾이는 부상을 당했는데도 투혼을 발휘하며 금메달을 거머쥐었습니다. 하지만 전날 개인전 어깨 부상 여파와 체력 소모로 단체전 경기에서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 끝에 지도 3개를 받으며 가게우라 고코로에 반칙패(지도패)를 당했습니다. 이렇게 되면서 우리 대표팀은 일본과 3대 3 동률을 이뤘습니다.

3대 3으로 끝난 승부, 점수 계산은?



경기 종료 직후 우리 팀은 이겼다는 표정이었습니다. 3승 3패로 동률일 경우에는 세부 점수를 따져 승자를 가리는데 국제유도연맹 규정상 우리가 앞섰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국제유도연맹 규정에 따르면 한판승, 부전승, 기권승은 10점. 절반승은 1점. 지도승은 0점으로 계산하게 돼 있었습니다.

한국은 한판승 1개(안창림)와 절반승 1개(곽동한)를 기록해 10+1=11점이 됐습니다. 일본은 한판승(니이조에 사키) 1개로 10점. 따라서 우리가 11대 10으로 이기는 것이었습니다. 양 팀의 지도승(한국 1개, 일본 2개)은 0점이니까 점수에 플러스가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일본 승리 선언, 한국 격렬한 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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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국 대표팀의 계산과는 다르게 심판이 일본팀의 승리를 선언하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우리 코칭스태프가 강력하게 항의했고 선수들도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장내가 술렁이면서 본부석에 경기위원과 심판위원들이 모여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양 팀 선수들은 매트 위에서 퇴장하지 않고 대기했는데 이렇게 5분 넘게 논의한 끝에 결국 일본의 승리로 다시 최종 선언됐습니다. 우리의 승리로 판정이 정정될 거라고 기대했던 한국 대표팀은 망연자실했습니다. 금호연 감독은 선수들에게 매트에서 내려오지 말고 앉아 있으라고 지시했습니다. 한 번 매트에서 내려오면 판정 번복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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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선수들은 매트에서 내려와 퇴장하고 우리 선수들만 남아서 매트에 앉아 있는 상황에서 우리 코칭스태프는 본부석에 가서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이렇게 10분 가까이 시간이 흐른 뒤 아시아유도연맹 경기위원장이 판정에 문제가 없다며 우리 선수들에게 퇴장하라고 요구했고 결국 우리 선수들은 퇴장하면서 패배가 확정됐습니다.

하루 전에 바뀐 규정 통보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진 이유는 아시안게임 유도를 주관하는 아시아유도연맹이 국제유도연맹의 규정이 아니라 자체 룰(로컬 룰)을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아시아유도연맹은 "상대 선수의 지도 3개로 이길 경우에는 반칙승이 되고, 반칙승은 부전승으로 간주해 10점을 부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니까 반칙승은 한판승과 똑같은 10점이라는 것입니다. 이 규정대로 점수를 계산해서 일본이 30점(한판승 1개+반칙승 2개), 한국은 21점(한판승 1개+반칙승 1개+절반승 1개)으로 일본의 30대 21 승리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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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퀑혼 아시아유도연맹 경기위원장은 SBS와 인터뷰에서 "규정을 갑자기 바꾼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이런 규정이었다. 규정은 명확한데 한국 대표팀이 이해를 잘못한 것 같다. 지도 3개면 반칙승. 반칙승은 한판승과 똑같은 10점을 부여한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우리 대표팀은 이런 규정을 사전에 전혀 듣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아시아유도연맹은 "단체전 하루 전날 대진 추첨식에서 모든 출전국에게 이런 로컬 규정을 통보했다"고 주장했지만 우리 대표팀은 "이런 규정은 경기 후에 처음 들었다. 주최 측이 이런 사실을 사전에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고 항변했습니다.

당시 금호연 감독은 "만약 우리가 반칙승을 10점으로 매긴다는 룰을 알고 참가했다면 경기 작전 자체가 바뀌었을 것이다. 경기 운영위원들끼리 경기 직후 긴급 회의를 해서 반칙승을 10점으로 처리하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억울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일본 대표팀은 반칙승을 10점으로 인정하는 규정을 사전에 알고 있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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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오 기자 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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