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때는 잘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명절 전후로는 시댁을 가는 문제 때문에 부부싸움도 한 번씩 벌어진다.
조선시대 구전 민요 '시집살이 노래'부터 오늘날 웹툰 '며느라기'까지 우리나라 여성 창작물들을 살펴보면 시댁을 향한 며느리의 복잡한 감정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웹툰 '시월드 게임' |
'시월드 게임'은 시월드(시집살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게임 형식으로 유쾌하게 풀어낸 웹툰이다.
주인공 은비파는 결혼 후 이상한 환각을 보게 된다. 시어머니, 시누이 등 시댁 식구들과 가까이 있을 때면 자꾸 허공에 시스템 창이 뜨는 것이다.
시어머니와 몇 시간 수다 떨기, 혼자서 시어른 모시고 집들이하기, 시누이 승진 파티 준비하기 등 각종 퀘스트(임무)가 쉴 새 없이 주어지고 이를 완수하면 포인트가 주어진다.
이렇게 모은 포인트로는 특정인을 찾아주는 '운명의 실', 호감도를 올려주는 약 등 각종 신기한 아이템을 살 수 있다.
이 게임을 무시하고 결혼 전처럼 평범하게 지낼 수는 없다.
퀘스트에 실패하면 벌점을 맞고, 이 벌점 규모에 따라 짧게는 몇 분 전, 길게는 수개월 전으로 시간이 돌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비파는 결혼식을 수차례 반복하고, 남편이 자신을 잊는 결말, 아예 죽어버리는 결말까지 겪는다.
설상가상으로 게임을 여러 번 다시 시작하면서 사랑하는 남편 채여운의 목숨이 하나밖에 남지 않게 된다. 이제 비파는 해피엔딩을 목표로 온 힘을 다해 '시월드 게임'에 임하게 된다.
웹툰 '시월드 게임' |
이 작품은 시집살이와 게임을 섞은 현대 판타지물이지만, 신뢰와 소통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비파는 처음에는 자기 눈에 시스템 창이 보인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주변에 털어놓지 못하고 속으로만 앓는다.
하지만 친구와 시댁, 남편에게 이 같은 고민을 이야기하면서 생각보다 손쉽게 이들의 이해와 조력을 얻게 된다.
특히 시어머니가 가장 든든한 우군이 된다.
이 '시월드 게임'은 채씨 집안 며느리들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라서 베테랑 플레이어인 시어머니가 그 누구보다 비파의 상황을 잘 알기 때문이다.
비파는 그간 시어머니는 이상한 시집살이를 시키는 사람이라고 여겼지만, 그 역시 '시월드 게임' 플레이어로 포인트를 얻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라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된다.
회사 생활이나 시집살이 세부 묘사는 생생함이 다소 떨어지지만, 신선한 설정과 속도감 있는 서사 덕에 가볍게 읽기 좋다.
현실에는 '시월드 게임'이 없다.
하지만, 시어머니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지금 게임 속에 들어와 있다고 생각해봐도 좋을 듯하다.
시어머니도 며느리도 역할수행게임(RPG)처럼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과 대사를 하는 것뿐이고, 온갖 시댁 행사들도 어쩌면 내 남편을 구할 포인트를 쌓는 퀘스트라고 생각하면 조금 수월해질지 모르니 말이다.
이 웹툰은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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