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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당내 “대안은 해리스” 인식 팽배… 바이든 주말 유세가 시험대 [美 대선 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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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민주 의원들 ‘사퇴’ 연판장 회람

백악관 “완주”… 8일 데드라인 관측

민주, 거세지는 ‘후보 교체론’

지난 대선 ‘킹메이커’로 불린 클라이번

주지사 등 참여 ‘미니 프라이머리’ 제안

하원서 현역 두 번째 사퇴 촉구 성명도

WP “건강 입증하려고 공개 행보 계획”

트럼프에 지지율 열세… 격차 더 벌어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후보 교체론’이 점차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 대체 후보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급부상하고 있다. 대선을 불과 4개월 앞둔 시점에서 ‘후보 교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경우 해리스 부통령의 ‘연착륙’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가장 높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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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명예훈장 시상식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다. 워싱턴=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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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WP)는 3일(현지시간) 익명의 관계자 2명을 인용,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인 하킴 제프리스가 당내 의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할 경우 최선의 대안은 해리스 부통령이라고 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 사퇴를 전제해 둔 것이지만 하원 원내지도부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교체 후보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바이든 대통령 후보 교체 여론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미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서한 초안이 의원들 사이에서 회람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독립기념일(4일) 연휴가 지나고 의회 휴회가 끝나는 8일이 민주당 의원들이 후보 사퇴 촉구를 결행하는 ‘데드라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2007년부터 2023년까지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 등을 지내며 하원 서열 3위를 지킨 짐 클라이번 하원의원도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할 경우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유일한 민주당 의원이자 흑인 의원인 클라이번은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친구로 2020년 사우스캐롤라이나 대선 경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 대선 후보로 가는 경선 승리의 발판을 만들어 ‘킹메이커’로 불렸다. 클라이번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 사퇴 시 해리스 부통령과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주지사 등이 참여하는 ‘미니 프라이머리(경선)’를 제안했는데, AP통신은 클라이번 의원의 발언이 바이든 대통령 사퇴 요구에 불을 붙였다고 평가했다.

◆‘후보 사퇴설’, ‘건강 입증설’에 잇달아 타격

백악관은 이날 오전부터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발칵 뒤집혔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 이후 한 핵심 측근에게 후보 사퇴 가능성을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바이든 대통령은 재앙적이었던 지난주 TV토론 이후 한 핵심 측근에게 ‘향후 며칠 안에 대통령직에 나설 수 있음을 대중들에게 납득시킬 수 없다면 대선 후보직을 구해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강력하게 반박했다.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부대변인은 보도에 대해 “그 주장은 완전히 거짓”이라고,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도 “대통령이 직접 아니라고 말했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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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보도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 요구 파문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대통령직 수행에 적합한 건강한 상태임을 입증할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WP는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고위급 팀은 이번 주 민주당 사방에서 청취한 ‘암울한 최후통첩’(grim ultimatum)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며 “신속히 직무 적합성을 입증하지 않으면 강제로 사퇴시키기 위한 중대한 시도에 직면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오후부터 의회 지도부와 전화 통화를 시작하고, ABC방송과의 인터뷰 일정을 잡고, 주말 유세 일정을 발표했는데 실제 건강 상태를 입증하기 위한 것이라고 WP는 보도했다. 독립기념일부터 이어지는 주말 동안 사퇴 요구를 누그러뜨리고 지지층을 안심시키기 위한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 행보 과정에서 TV토론과 같은 모습을 다시 보일 경우 후보직 사퇴 요구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현역의원 두 번째 사퇴 촉구… 지지율 격차↑

바이든 대통령 사퇴 요구는 이날도 쉴 새 없이 분출했다. 민주당의 라울 그리핼버 하원의원은 현역의원으로는 두 번째로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NYT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해야 하는 일은 그 자리(대통령직)를 지키기 위해 책임을 지는 것이며 그 책임의 일부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 선거를 그만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하원의원은 액시오스에 “지난 몇 시간 동안 대의원들로부터 조를 정말 사랑하지만 물러나기를 원한다는 말을 듣고 있다”고 말했고, 또 다른 하원의원은 “댐이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

미 유력 일간 보스턴글로브도 이날 ‘왜 바이든이 옆으로 비켜서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사설로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 고액 후원자들 사이에서도 ‘플랜B’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이어지는 가운데 넷플릭스 공동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NYT에 보낸 이메일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에서) 물러나 강력한 민주당 지도자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기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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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5월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열린 행사에서 낙태금지법과 관련해 연설하고 있다. 잭슨빌=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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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는 TV토론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민주당 후원자 5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한 참석자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포기에 대한 의견을 묻자 대부분 찬성한다는 의미로 손을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의 주지사 모임 후 지지를 표명했으나 빛이 바랬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이날 NYT가 시에나대와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6월28일∼7월2일, 1532명 대상) 조사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49%의 지지를 얻어 41%를 얻은 바이든 대통령을 9%포인트 격차로 따돌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페브리지오리와 발표한 여론조사(6월29일∼7월2일, 1500명 대상)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42%를 얻는 데 그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48%를 얻으며 6%포인트 격차를 벌렸다.

TV토론 직후 일부 여론조사에서 전현직 대통령의 여론조사 결과가 토론 전과 큰 차이가 없거나 일부 조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소폭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TV토론에 따른 여론이 조사 결과에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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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미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격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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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선 출마할 것”… 해리스 대안 힘 실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민주당 전국위원회 전화 회의에 예고 없이 참석해 TV토론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대선 완주 입장을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에서 “나는 민주당의 리더이며 누구도 나를 밀어내지 못한다”며 “가능한 한 분명하고 명료하며 직접적으로 말하겠다. 나는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출마 의지에도 해리스 부통령이 대체 후보로 부상하면서 교체론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블룸버그통신은 현실적으로는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될 경우, 바이든 대통령·해리스 부통령 캠프에 모여든 선거자금 약 2억4000만달러(약 3316억원)를 사용하는 것이 즉시 가능하다고 전했다.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주지사 등 다른 후보의 경우 해당 선거자금에 접근이 어렵다는 것이다.

주지사 출신 후보들과 비교해 해리스 부통령이 법무장관, 상원의원을 지내며 중앙부처와 중앙정치를 경험했고,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하며 전국적 무대를 경험했으며 지난 4년간 부통령 임기를 채웠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여성, 흑인, 아시아(인도)계라는 강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뒤따른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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