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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저 손 모양'이 뭐길래···두 골 넣은 터키 선수 '세리머니', 외교갈등까지 번진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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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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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4)에서 튀르키예 선수가 선보인 '늑대 경례' 세리머니가 개최국 독일과 튀르키예 사이 외교 갈등으로 비화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저녁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튀르키예와 오스트리아의 16강전에서 후반 14분 자신의 두 번째 골을 넣은 튀르키예 센터백 메리흐 데미랄은 양손으로 늑대 경례 세리머니를 했다. 늑대 경례는 엄지와 약지·중지를 모으고 나머지 두 손가락은 곧게 펴 늑대 옆모습처럼 만드는 손동작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튀르키예 우익 극단주의 단체 '회색 늑대'의 인사법으로 통한다. 회색 늑대는 튀르키예 주류인 튀르크족을 제외한 쿠르드족과 유대인 등 다른 민족을 적으로 규정한다. 독일 헌법수호청은 자국에 1만명 넘는 회원을 보유한 이 단체를 우익 극단주의로 분류해 감시 중이다.

데미랄은 경기 이후 기자회견에서 "세리머니는 튀르키예인으로서 나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라며 "이 세리머니를 보여줄 기회가 더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데미랄의 말처럼 튀르키예 측은 해당 세리머니를 ‘민족적 전통’이라고 보지만, 개최국 독일은 ‘극단주의 상징’이라며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경기 이후 독일 정치권에서는 데미랄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낸시 페저 독일 내무장관은 엑스(X)에 “튀르키예의 우익 극단주의 상징은 우리 경기장에 설 자리가 없다”며 “유로를 인종 차별의 장으로 이용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터키계 독일 정치인 셈 외즈데미르 연방 장관 역시 “데미랄의 손동작은 극우적이며 테러, 파시즘의 상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튀르키예 정치권도 반발하고 나섰다. 튀르키예에서 늑대 경례는 반드시 우익 극단주의 상징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튀르크족은 과거 중앙아시아에서 고난을 겪을 당시 늑대가 나타나 안전한 장소를 알려줬다고 해서 늑대를 신성하게 여긴다. 정치적 맥락이 아닌 민족적 전통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튀르키예 외무부는 3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주재 독일대사를 청사로 불러 자국 선수의 세리머니에 대한 독일 정치인들의 비난에 항의했다고 전해졌다. 외무부는 “독일 당국이 데미랄에게 보인 반응에는 외국인 혐오가 포함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유럽축구연맹(UEFA)은 데미랄의 ‘부적절한 행동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해당 경기를 승리로 이끈 데미랄의 징계 여부가 주목된다. 영국 매체 더선은 "데미랄의 제스처는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에서는 금지돼있다. 독일 헌법 보호 기관, 유럽연합(EU), 미국에선 이 단체를 극단주의자로 간주한다"며 "데미랄은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김수호 기자 su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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