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쟁 산물 국회법 등 발의
21대 때보다 50건 많은 역대 최다
세수 고려 없는 감세입법도 다수
22대 국회의원 300명은 지난 한 달간 평균 3.81건을 발의했고, 10건 이상 발의한 의원 수도 전체의 10%인 30명이나 된다. 국민연금법 개정안 3건, 고용보험법 개정안 3건 등 31건을 발의한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장 많은 법안을 냈다.
다음으로는 국가유공자법 개정안 3건, 보훈대상자법 개정안 3건, 독립유공자법 개정안 2건 등 29건을 제출한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과 국회법 개정안, 유사수신규제법 개정안, 인공지능기술 기본법 등을 낸 민형배 민주당 의원 등이 있다. 최다 법안 발의 4위와 5위도 민주당의 한병도(25건)·이병진 의원(21건)이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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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저출생 대책에 집중…'대동소이' 지나친 입법 경쟁
22대 국회에서 가장 많이 발의된 법안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당론 발의한 저출생 관련 법안이다. 국민의힘은 1호 당론 법안으로 소속 의원 108명이 참여해, 고용보험법, 근로기준법, 아이돌봄지원법 개정안 등 '저출생 대응 패키지 4법'을 지난 20일 발의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도 아동복지법·조세특례제한법·아동수당법을 개정하는 '출생 기본소득 패키지 3법'을 지난 17일 당론 발의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2명에 그쳐 직접적인 출산 장려 정책 강화, 육아를 위해 유급휴가 일수 확대·근로시간 조정에 대한 요구가 나오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각 당이 당론으로까지 채택한 내용에 대해 대동소이한 법안을 대표 발의해 의원들이 실적을 쌓기 위해 과도한 입법 경쟁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22대 국회 한 달간 총 30건으로 최다 발의된 법안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의 경우에도 대체로 출산휴가 및 육아 휴직 확대, 근로시간 조정 등 내용은 비슷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11명, 더불어민주당 10명이 대표 발의했다. 게다가 의원 1명이 시간을 두고 같은 법의 다른 내용을 바꾸자고 연이어 개정안을 냈다. 민주당은 한정애 의원이 4건, 소병훈·한병도 의원이 각각 2건을 발의했다. 국민의힘도 송언석·임이자·조정훈 의원이 2건을 대표 발의했다.
국회법 개정안·탄핵소추안 등 연이은 정쟁 입법 가열
21대 국회에 이어 '정쟁의 입법화'도 이어졌다. 특히 여야가 원 구성에 실패하고 야당의 단독 상임위 구성 국면이 이어지던 지난달에는 국회법 개정안만 25건이 상정됐다. 민주당은 원내 1당이 상임위를 먼저 선택(박홍근 의원 대표 발의)할 수 있게 했다. 또한 대통령령으로 사실상 입법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이를 제한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천준호 의원 대표 발의)도 발의했다. 국민의힘도 국회의장과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민주당이 독식하자 법제위원회를 따로 떼어내 국회의장을 배출하지 않은 정당이 위원장을 맡도록 하는 법안(신동욱 국민의힘 의원 대표 발의)을 제출했다.
채상병 특검법(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대표 발의)·김건희 여사 특검법(이성윤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 뿐만 아니라 한동훈 특검법도 발의됐다. 두 특검법은 21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며 폐기됐다. 조국혁신당의 경우 지난 5월 30일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1호 당론인 한동훈 특검법을 제출했다. 고발사주 의혹,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취소소송 고의 패소 의혹, 자녀 논문 대필 의혹 등 여권의 유력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를 겨냥했다. 뿐만 아니라 상설 특검 활성화가 담긴 특별검사 임명법 개정안(주철현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김현 의원 등 187명 발의) 등도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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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세수 펑크 예상에도 감세 입법 상위권
지역구에 혜택을 주는 법안과 선심성 감세 법안도 남발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56조원대 '세수 펑크'가 발생한 데 이어 올해도 10조~20조원대의 세수 결손이 벌어질 것으로 추정돼서다. 이 와중에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조특법), 소득세법 일부개정안, 지방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지특법) 등 세금을 깎아주는 법안 관련 발의가 상위권에 들었다. 조특법은 28건으로 2위, 소득세법과 지특법은 각 22건, 19건으로 4위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휴대전화 요금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조승래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 근로소득 연말정산 시 연 100만원 한도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항목에 통신비에 대한 소득공제를 부여하는 조특법 개정안(유동수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부터 학원비 공제 한도 상향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박성준 민주당 의원) 등 생활비 관련 감세 정책도 다수 발의됐다. 국민의힘은 30여명이 자신의 지역구 현안 관련 법안을 제출하는 등 개원 초기부터 집토끼 지키기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대구 동구를 지역구로 둔 강대식 의원은 1호 법안으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경남 창원시 김종양 의원은 ‘창원 방위·원자력 국가산단 신속 추진 법안’을 냈다. 우주항공청 소재지인 경남 사천시 인근 진주시가 지역구인 박대출·강민국·서천호 의원이 우주항공복합도시 관련 법안을 제출했다. 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지역구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폐광 지역에 면세점을 설치하고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주세 등을 면제하는 내용의 폐광지역 개발 특별법 및 조특법을 발의했다.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에 지역구를 둔 문금주 민주당 의원과 경남 통영·고성이 지역구인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도 각각 남해안권 발전 특별법의 부수 법안으로 남해안권 발전사업 조특법을 발의했다.
지특법의 경우 농어촌 지역에 적용되는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복수 발의됐다. 대표적으로 귀농인이 취득하는 농지에 대한 취득세를 50% 감면하는 제도의 일몰 기한을 연장하는 것과 농업인이 노후생활안정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담보로 제공한 농지의 재산세 면제제도의 일몰기한을 연장하는 것이다. 두 제도의 일몰 기한이 모두 올해 말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의회가 좋은 정책을 개발하는 쪽으로 선의의 경쟁을 하는 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무분별하고 과도할 정도로 사전 협의나 조정 논의 없이 제각각 법안을 발의하는 건 체계적으로 정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충분한 검토 작업, 재정·비용 분석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종안을 도출하게 되면 훨씬 더 국회가 정부를 선도할 수 있는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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