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4 (목)

올림픽 코앞인데 문체부-체육회 갈등… 유인촌 "역할 못하면 나랏돈 4600억 줄 필요 없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문체부, 기재부와 예산 지원 시스템 개편 가닥
한국일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체육 분야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24 파리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의 갈등이 끝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지방 체육회와 종목 단체(연맹 등)에 직접 예산을 집행하겠다"며 대한체육회의 기능을 축소하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고, 논란이 된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의 3연임 시도에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도 고수했다.

유 장관은 2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장미란 문체부 제2차관, 송윤석 문체부 체육협력관, 이정우 문체부 체육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체육 분야 주요 정책 및 파리 올림픽·패럴림픽 준비 현황 관련 간담회를 열었다.

유 장관은 체육계 예산 지원 체계 개편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한체육회가 문체부를 상대로 자율성을 외치지만, 정작 산하 회원종목단체와 지방 체육회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데에는 반대하는 듯하다"고 지적하며 "그런 자율성을 위해 예산 직접 교부 방식도 논의되고 있다"고 공개했다. 유 장관은 지난달 김연경 등 여자배구 국가대표 은퇴선수 간담회에서 "대한체육회 중심의 체육 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랐다"며 종목 단체 등이 직접 예산을 배분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시스템 개혁을 시사했다.

실제로 문체부는 기획재정부와 함께 올림픽 이후 구체적인 집행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국장은 "그간 체육 지원에 있어 총론적으로 접근했다면 이젠 각론적으로 '종목별 맞춤형' 등 지원 방식을 다양하게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며 "현재 우리 체육이 위기를 겪고 있기에 정부가 가진 가장 강력한 수단인 예산 편성권으로 문제가 있는 시스템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지난달 26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린 2024 파리하계올림픽대회 D-30 미디어데이 대한민국선수단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회장은 앞서 유 장관의 예산 편성 관련 발언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지난달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예산 집행 관련) 유 장관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다. 국민체육진흥법에 반하는 것으로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주장에 대해 "법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권한은 정부 부처에 있다. 정부는 법령을 정확하게 해석해 집행하는 곳이지 위반하지 않는다"고 피력했다.

또한 유 장관은 대한체육회의 정관 개정 시도에 "승인할 수가 없다"며 불허 의사를 확실히 했다. 대한체육회는 3일 대의원총회를 열어 체육 단체장의 임기 제한을 없애는 정관 개정안 승인을 문체부에 요청할 예정이다. 지난 2016년 대한체육회 수장에 올라 재선을 거쳐 8년째 재임 중인 이 회장은 3연임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해당 규정은 특정인의 체육 단체 사유화를 막기 위해 개정된 정관인데, 불과 6년 만에 바꾸려는 건 이 회장의 의도가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다만 정관이 바뀌지 않아도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3선에 도전할 수는 있다. 유 장관은 이에 "우리가 승인하든 안 하든 (이 회장의 3선 도전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유 장관 역시 이 회장 체제의 대한체육회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체육회가 이 회장 체제로 8년 동안 마음대로 해왔는데 결과가 안 좋았다"며 "제 역할을 하지 않을 거면 1년에 4,600억 원에 달하는 나랏돈을 줄 필요가 없다. 학교 체육 등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정관 바꾸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한가"라고 꼬집었다. 또 유 장관은 "파리 올림픽 선수단(142명)이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래 가장 작은 규모라지만, 대한체육회와 회장은 '성적이 저조할 거다' 등 기대감을 낮추고 있더라.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