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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혹 떼려다 혹 붙인 바이든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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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프랑스를 방문했다, 1918년 11월11일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서였다. 미 해병대는 1차대전 말기 프랑스 북부 벨로 숲에서 독일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인 끝에 이겼고 이는 연합국의 승리로 이어졌다. 이 벨로 숲 전투에서 산화한 미군 장병들이 묻힌 앤마른 묘지는 역대 미국 대통령이 프랑스에 갈 때마다 꼭 들려 참배하는 곳이다. 애초 트럼프도 앤마른 묘지를 찾기로 돼 있었는데 일정이 갑자기 취소됐다. 백악관은 “우천으로 대통령 전용 헬기의 비행 안전을 담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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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형사상 면책특권을 일부 인정한 연방대법원 판결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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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2년가량 지난 2020년 9월 미 언론은 트럼프가 앤마른 미군 묘지에 가지 않은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고 보도했다. 측근들 앞에서 미군 전사자들을 ‘얼뜨기’(suckers) 또는 ‘패배자’(losers)라고 부르며 “내가 왜 묘지에 가야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는 것이다. 그날 비가 내리자 머리 스타일이 망가질까봐 두려워 일부러 야외 활동을 꺼렸다는 분석도 잇따랐다. 백악관과 트럼프 측 인사들이 즉각 “가짜뉴스”라며 부인하고 나섰으나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3개월 뒤 실시된 미 대선에서 트럼프에 대형 악재로 작용했다. 결국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트럼프를 누르고 당선됐다.

오는 11월 치러질 미 대선은 2020년 선거의 ‘리턴 매치’에 해당한다. 현직 대통령과 도전자만 바뀌었을 뿐 바이든 대 트럼프의 대결이란 점은 4년 전과 똑같기 때문이다. 지난 6월27일 두 후보 간에 열린 첫 대선 토론회에서 바이든은 트럼프의 앤마른 묘지 참배 거부를 끄집어냈다. 참전용사를 얼뜨기나 패배자로 여기는 트럼프의 비뚤어진 국가관을 맹폭했다. 트럼프가 “그렇게 말한 적 없다”고 부인하자 바이든은 그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갔다. 상대적으로 의연한 태도를 보인 트럼프와 달리 토론에 임하는 바이든의 언행에선 다급함과 조바심이 묻어났다. 말실수도 연발했다. 미 언론은 ‘트럼프가 이겼다’라는 관전평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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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7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대선 TV 토론회에서 조 바이든 현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서로 시선을 피하며 반대쪽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두 사람은 악수조차 하지 않았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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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만회를 해야 한다고 여긴 것일까. 바이든은 토론 후 이틀이 지난 6월29일 선거 유세에서 트럼프의 앤마른 묘지 참배 생략을 다시 거론했다. 자신의 큰아들 보 바이든(2015년 사망)이 이라크전쟁 참전용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트럼프를 또 거짓말쟁이로 규정했다. 문제는 앤마른 묘지가 이탈리아에 있는 것처럼 두 차례나 이탈리아를 언급한 점이다. 이탈리아에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사한 미군 묘지가 있으나, 트럼프가 참배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 앤마른 묘지의 소재지는 엄연히 프랑스다. 현재 81세인 바이든이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헷갈렸다고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참전용사들에게 점수를 따려다 괜히 자신의 ‘고령 리스크’만 더욱 부각한 셈이 되고 말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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