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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배신’ 이어 ‘朴탄핵 책임’ 공방… 비난만 있고 비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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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당대표 선거, 정책·품격 실종

조선일보

부산 찾은 羅, 충북지사 만난 元, 인천 간담회 간 尹, 라디오 출연한 韓 -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들. 왼쪽부터 1일 부산에서 당원 간담회를 가진 나경원 후보. 충북도청에서 김영환 충북지사를 만난 원희룡 후보. 인천에서 당원 간담회에 참석한 윤상현 후보. 서울 양천구에서 라디오 출연을 마치고 나오는 한동훈 후보. /뉴스1·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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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7·23 당대표 선거가 초반부터 후보 간 인신공격성 공방이 벌어지는 등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후보는 지난 주말 ‘배신의 정치’ 공방을 벌인 데 이어 1일엔 ‘잠재적 학폭(學暴) 가해자’ ‘듣보잡(듣도 보도 못 한 잡놈) 사천(私薦)’ ‘민주당 대표나 할 소리’ 같은 거친 말을 주고받으며 난타전을 벌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도 소환됐다. 국민의힘에선 “당대표 후보들이 비전 경쟁은 하지 않고 네거티브 공방으로 치우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동훈 후보 출마를 ‘배신의 정치’라며 집중 공격해 온 원희룡·윤상현 후보는 이날도 공세를 이어갔다. 원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듣보잡 공천’ ‘뻐꾸기 공천’을 하지 않겠다”며 “매우 이례적인 비례대표 연임, 징계 전력자 비례대표 공천 등 지난 총선에서 있었던 ‘듣보잡 사천’에 대한 조사와 책임자 규명 또한 필요하다”고 했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지난 4·10 총선을 지휘한 한 후보가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사적 인연이 있거나 검증되지 않은 인사를 ‘사천’했다는 주장이다. 윤 후보는 이날 KBS라디오에서 해병대원 특검법 수정 발의를 제안한 한 후보를 겨냥해 “민주당 대표나 할 소리를 하고 있다”고 한 데 이어, 소셜미디어에선 “왜 윤 대통령과 절연하게 됐는지 알 것 같다. 자기애가 너무 강한 듯하다”고 했다.

한동훈 후보도 공격에 나섰다. 한 후보는 CBS라디오에서 나경원 후보를 겨냥해 “그때(작년 3·8 당대표 경선 때)는 일종의 학폭 피해자였는데 지금은 학폭 가해자 쪽에 서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나 후보 등 다른 후보들이 자신에게 ‘배신의 정치’ 공세를 퍼붓는 것을 ‘공포 마케팅’이라고 반박하면서 역공한 것이다. 한 후보는 그러면서 “제가 알기로는 원희룡 후보를 비롯해서 많은 분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고 했다. ‘배신의 정치’는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원 후보에게 해당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한 후보는 원 후보가 지난달 27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이 불러내고 하늘이 만들었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우리 정치가 하늘까지 나와야 하느냐”며 “그건 국민들이 보기에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다”고 했다.

나경원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쪽은 윤심 팔이를 하고 있고, 한쪽은 또 하나의 줄서기를 만들고 있다”며 원희룡·한동훈 후보를 동시에 공격했다. ‘윤심 팔이’는 친윤 그룹 일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원 후보, ‘또 하나의 줄서기’는 현역 의원 보좌진을 캠프에 파견받은 한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 후보는 그러면서 “저는 양쪽의 잠재적 학폭 가해자들로부터 학폭 추방 운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원·한 후보를 ‘잠재적 학폭 가해자’에 비유한 것이다.

당대표 후보 간 공방이 거칠어지자 국민의힘 이용구 윤리위원장은 이날 “개인적으로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상호 비판은 할 수 있어도 비방은 안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21대 총선에서 참패한 후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김종인 전 의원은 “당대표 후보 중 총선에서 왜 참패했는지를 깨닫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겠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안 보인다”며 “이런 식으로 해선 누가 대표가 되든 당이 정상화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취임 2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제발 좀 비전과 품격의 당대표가 탄생했으면 좋겠다”며 “상대방이 품격을 잃어버릴수록 더 품격이 중요한 덕목이 된다”고 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날 한 후보를 겨냥해 “지난 총선을 이끌었던 입장에서 자숙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그런 분이 나와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날 “우리 당이 선거에서 패한 여러 가지 이유 가운데 공천 문제가 있었다”며 “(한 후보가)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일부 가지고 있다”고 했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도 한 후보를 비판하면서 그의 면담 요청을 거부했다.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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