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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클린스만 뽑았던 학습 효과는 어디로?’…무너진 전력강화위, 길어지는 사령탑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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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2022 카타르 월드컵 이후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여전히 한국축구의 방향성을 어디로 흘러갈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상태다.

대한축구협회는 카타르 월드컵 이후 지난해 3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을 선임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 체제의 한국축구는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내다봤으나, 지난해 1월 개최된 유명무실했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당초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선수 시절 최고의 공격수로 평가받았을지 몰라도, 리더로서는 ‘0점’이었다. 거주지 미국에서 훈련을 지휘하는 모습, SNS를 통해 소속팀 사임 소식을 알리는 모습이 있었다.

매일경제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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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은 현실로 이어졌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외유 논란으로 계속해서 논란에 휩싸였다. 국내보다는 거주지인 미국 혹은 유럽 대륙을 더 주로 나갔다. 직전 벤투 전 감독과는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결국, 클린스만 전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의 패착으로 돌아왔다. 근무태도부터 논란이었던 그는 아시안컵 당시에도 인자한 미소만 남겼고, 전술적으로도, 감독으로서도 최악의 모습만 남긴 채 11개월 만에 한국축구 감독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후 대한축구협회는 새로운 전력강화위원회를 재편해 차기 감독 선임에 열을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정해성 위원장을 필두로 다시 출범한 전력강화위는 당초 빠르게 감독 선임 작업을 마치겠다고 공언했다.

3월 A매치를 앞두고 감독 선임을 원했으나, 시기상 일렀다. 준비 기간 또한 여유롭지 않았다. 전력강화위는 황선홍 임시감독 체제로 선회 후 5월까지 차기 감독 선임을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역시 지키지 못했다. 제시 마치, 헤수스 카사스, 바스코 세아브라, 세뇰 귀네슈 감독 등 수많은 인물들이 거론됐지만 연이은 퇴짜로 애를 먹었다.

5월까지 선임 작업을 끝내지 못한 전력강화위와 대한축구협회는 6월 A매치에서는 김도훈 감독에게 임시감독직을 맡겼고, 차후 다시 한번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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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강화위와 대한축구협회가 감독 선임 작업을 하는 동안 선수단은 2026 북중미 월드컵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갔다.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1위로 통과해 포트1에 배정되며 더 유리한 위치에 올랐고, 3차 예선 조추점에서는 일본, 이란과 비교했을 때 더 무난한 결과를 받았다.

3차 예선이 시작되는 9월 A매치 전까지 차기 감독에 대한 옥석가리기까지 끝나면 한국축구가 다시 정상 궤도로 오를 것이라는 기대도 따랐다.

하지만 정해성 위원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제10차 전력강화위원회를 통해 새 감독 후보군까지 추렸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28일 전력강화위원장 자리를 반납했다.

돌고 돈 한국축구 새 감독 찾기는 정해성 위원장의 사의 표명으로 다시 표류하게 됐다. 일단 대한축구협회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에게 차기 감독 선임 임무를 맡겼고, 그는 2일 출국해 감독 후보군을 만날 예정이다.

여전히 시스템이 원활하지 않다. 전력강화위는 새 감독 후보군을 추릴 뿐 직접적인 협상 권환이 없다. 단지 대한축구협회에게 적합한 인물을 추천할 수밖에 없는 위치다.

즉, 전력강화위가 아무리 유능한 감독을 만났다고 하더라도 대한축구협회가 직접 움직여야 한다. 추천하는 사람, 협상하는 사람, 뽑는 사람이 각각 다르다. 한 쪽으로 권력이 쏠리는 것을 방지하고자 고려한 시스템이 오히려 제 발목을 잡는 형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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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헛발질에 홍명보(울산HD) 감독이 일침을 가했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달 3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20라운드 포항스틸러스와 경기를 앞두고 한국축구를 향한 발언을 남겼다.

현재 대표팀 차기 감독 1순위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홍명보 감독은 “언론을 통해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대표팀 내국인 감독의 경계로 정해졌다고 생각한다. 남은 건 협회에서 나보다 더 좋은 경험, 경력, 성과를 가진 감독을 데려오면 더 이상 내 이름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 입장은 늘 같았다. 우리 팬들께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정해성 위원장의 사의 표명을 두고 “이 시점에서 위원장이 사퇴한다는 것은 내부적으로 어떠한 일이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정 위원장이 어떤 일을 했는지 나는 잘 모른다”라며 “내가 경험했던 토대로 말하자면 당시 김판곤 위원장이 감독 선임을 했다. 김 위원장은 책임도 있었고, 권한도 있었다. 김 위원장은 해당 인물이 한국축구에 걸맞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을 뽑았다. 그게 벤투 감독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벤투 감독을 뽑은 뒤 많은 비판이 있었다. 김 위원장도 본인이 힘들다 보니 중간에 ‘정말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시점까지 가기도 했다. 그때 내가 이 사람이 한국축구를 올바르게 이끌어갈 사람이 맞냐고 질문했고, 김 위원장은 ‘맞다’고 했다. 얼마큼 잘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자기 생각엔 잘할 것이라고 말하길래 뽑으라고 했다. 그 책임은 나와 당신이 지면 된다라고 했었다”라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은 자기 경험을 말한 뒤 다시 정해성 위원장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위원장이란 자리는 모두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하는 직책이다. 주변 직원들이 위원장을 절대적으로 도와줘야 한다. 자기 개인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있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발전이 없을 것”이라며 “감독과 위원장이 몇 번씩 바뀌었다. 그들을 돕는 사람들 또한 바뀌지 않으면 전체적으로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정 위원장이 많이 고립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누가, 얼마나 정 위원장이 일하는 데 서포트해줬을까. 내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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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지휘봉을 잡기 전 홍명보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직을 맡았다. 당시 경험을 토대로 최근 대한축구협회와 전력강화위의 행보를 꼬집는 모습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차기 감독 선임에 대해서는 강하게 말했다. 심지어 클린스만 전 감독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 감독으로 내국인이냐, 외국인이냐로 나눠 보는 것 보다 우리가 지금 이 시점에서 왜 감독을 뽑아야하는지 근본적으고 생각해야 한다. 클린스만 감독을 뽑은 과정과 그 후 문제들을 통해 얼마만큼 학습되어 있느냐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제라도 바꿔가야 하는 시기다. 너무나도 큰 실패를 맞이한 한국축구다. 모든 선택들이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한 방향성이었겠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다시 바로잡을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 정해성 위원장 체제의 전력강화위의 시스템을 면밀하게 돌이켜본 후 새로운 체제에서는 보완과 수정을 거듭해 탄탄함을 만들어야 한다. 홍명보 감독의 말처럼 실패를 통해 얼마큼 배웠는가를 보여줘야 한다.

김영훈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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