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폐업 우려 속 당정대, 자영업자 지원 위한 대책 마련 나서
'범정부 차원 자영업자 지원대책'도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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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에서 10년 넘게 치킨집을 운영 중인 50대 김 모씨. 그 어려웠던 코로나 19 시기도 버텼지만, 이젠 한계에 치닫았다. 코로나19 시기를 버티기 위해 받았던 빚이 불어날 대로 불어난 데다, 고금리·고물가로 치킨 한마리 팔아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이자를 내기도 버거운 수준이다.
A씨는 “코로나19 당시엔 정부 지원이 있어 연 1~2%대 이자를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매출은 늘지 않았는데 재료비·인건비를 감당하기 위해 연 10% 넘는 이자로 2금융에 추가로 돈을 빌릴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한숨지었다. 이어 그는 “이자를 내느라 장사를 해도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가게를 정리하고 싶어도 권리금이나 챙길 수 있을까 싶어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현상에 소비 부진까지 겹치면서 빚으로 버티던 소상공인들의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자영업자가 갚지 못한 사업자대출 원리금이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고 정부가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금은 올해 들어 1조 원을 넘어섰다. 폐업 소상공인에게 지급하는 노란우산 공제금은 전년보다 20% 가까이 급증했다. 소상공인들의 줄폐업이 우려되면서 정부도 자영업 80만 명의 대출 상환기간을 연장키로 하는 등 전방위대책에 나서기로 했다.
1일 한국은행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분기별 자영업자·가계대출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가계대출까지 포함한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권 대출 잔액은 1분기 말 현재 1055조9000억 원(사업자대출 702조7000억 원+가계대출 353조2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 중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권 사업자대출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10조80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작년 4분기(8조4000억 원)와 비교해도 3개월 만에 2조4000억 원이나 불어난 수치다. 연체율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자영업자 전체 금융권 사업자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1.30%에서 올해 1분기 1.66%로 0.33%포인트(p) 치솟았다. 2013년 1분기(1.79%)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상공인 부실 파열음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양 의원이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5월 지역신보 대위변제액은 1조29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4.1% 급증했다. 대위변제는 소상공인이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보증해준 지역신보가 소상공인 대출을 대신 갚아준 것을 의미한다. 한국신용데이터의 ‘1분기 소상공인 경영지표’를 보면 소상공인 평균 매출은 4317만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7% 줄었고 영업이익은 915만 원으로 23.2% 감소했다. 같은 기간 ‘폐업’ 사유로 소상공인에게 지급된 노란우산 공제금은 6577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3% 늘었다. 빚을 갚지 못해 한계상황에 내몰린 소상공인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소상공인 부실이 심각해지자 정부와 여당이 다시 ‘심폐소생술’을 꺼내들었다. 정부와 대통령실, 국민의힘이 지난달 30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소상공인 대상 정책자금 및 보증부 대출 상환 기간을 대폭 연장키로 했다. 이를 통해 각각 최대 63만5000명, 16만 명이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또 저금리로 바꿔주는 소상공인 대환대출 문턱도 낮추기로 했으며,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지원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자영업자가 살아나지 않으면 경제를 살리기 어렵다는 위기감에 따른 조치로 읽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자영업자의 대출 건전성 문제는 하루이틀새 발생한 사안이 아니다”라며 “당정이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을 내놓았지만 매번 단기적인 처방에 그치는 수준”이라고 했다. 이어 이 교수는 “보다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경쟁력이 낮은 자영업자들을 임금 근로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자영업자 폐업 지원을 강화하는 등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의 대책이)향후 도덕적 해이 심화로 인해 대출연체 등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면서 “고금리 기조로 인한 자영업자의 대출 상환능력 제고를 위해 기존 차주가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구체적인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이에 이달 중 추가로 자영업자의 채무 부담 완화와 재기를 돕는 맞춤형 지원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등과 함께 범정부적 차원의 자영업자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이르면 이달 초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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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문선영 기자 (mo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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