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에 갑질을 한 3명의 대구 공무원이 지난 17일 가게를 찾아 사과했지만, 허리에 양손을 올리고, 팔짱을 낀 태도로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보배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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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청 공무원의 갑질로 피해를 본 치킨집 사장이 중구청장과 면담한 결과를 전하며 "실망스러웠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치킨집 구청 직원 갑질 그 후'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쓴 A씨는 "사건이 이슈화되고 하루하루 고민도 많이 하고 잠도 못 이룬다. 공론화돼 갑질 공무원들에게 사과도 받았지만 '엎드려 절 받기' 식 사과였고 다시 장사를 해보려 가게를 오픈했으니 주변 상인들이 '조용히 넘어가지 왜 이리 큰일을 만들었냐'고 수군거려 그냥 제가 떠나기로 마음먹었다"고 운을 뗐다.
A씨는 최근 구청장과 면담한 내용을 전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구청을 찾아가 황의란 감사팀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류규하 중구청장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류 구청장은 "술을 먹는 입장에서 바닥에 맥주를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직원들은 술 마시기 버거워 바닥에 버렸다. 남자들은 술 마시다 보면 자존심 때문에 버티다 바닥에 버릴 수도 있다"며 직원을 두둔했다.
이어 "1000원짜리 휴지통만 하나 있었다면 이런 일 없었을 거다. 사장님 나이가 어려서 그렇다. 연세 드신 분이 하는 가게는 '술을 못 마셔 버리는구나' 하며 넘어갈 거다. 우리 직원들 말도 일리가 있다"고 부연했다.
류 구청장은 장사를 접으려 한다는 A씨의 말에 "아무 일도 아닌데 계속 장사해라. 저희 직원들이 치킨 맛있다고 하는데, 나도 가서 팔아줄 테니 계속 장사해라"고 받아쳤다고 한다.
징계가 왜 이렇게 늦어지냐는 질문에는 "징계에 순서가 있어서 그렇다. 형사고발을 했기에 그 뒤에 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답했다.
A씨는 "이럴 거면 왜 사과문을 올렸나. 괜히 구청장이랑 면담 신청했나 싶고 이젠 사람이 무섭단 생각이 든다. 구청장은 다를 줄 알았는데 역시 가재는 게 편인가. 이젠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 답이 안 보인다"고 글을 맺었다.
사연을 본 누리꾼들은 "그냥 다른 곳에 가서 해라. 그쪽은 답이 없는 동네 같다" "자영업자를 아랫사람 대하듯 한 것 같다. 씁쓸하다" "이것도 공론화 하는게 좋을 것 같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반면 "어느 회사든 징계 절차에는 시간이 걸리는데 사건을 너무 키우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사과도 거절하고 일을 만드는 게, 합의금이라도 받으려고 이러냐" 등 A씨 입장에 반하는 의견도 있었다.
앞서 지난달 중순 '아프니까 사장이다'를 통해 대구 중구청 공무원 2명이 관할 지역의 한 치킨집을 방문해 일부러 맥주를 쏟고 업주에게 폭언하는 등 갑질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들은 "나 여기 구청 직원인데, 동네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 바로 장사 망하게 해주겠다" "내가 어떤 사람인 줄 아냐"며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공론화되자 류 구청장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내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그 결과에 따른 모든 행정적 조치를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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