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30 (토)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4년 전과 달랐다… 침착해진 트럼프, 말 더듬고 목 쉰 바이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국 대선 첫 TV양자 토론

바이든 “트럼프는 혼란만 남겨”

트럼프 “바이든은 美를 제3세계로 만들어”

조선일보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7일 조지아주 애틀란타 CNN 스튜디오에서 첫 대선후보 토론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대선의 최대 분수령으로 꼽히는 첫 TV 토론회가 27일 저녁 9시(한국 시각 오전 10시)에 열렸다. 두 사람이 TV토론에서 만나는 것은 2020년 이후 4년 만이다.

이날 조지아주 애틀란타의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토론장에서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각 민주·공화당을 상징하는 파란·빨간색 넥타이를 하고 등장했다. 바이든이 먼저 연단에 선 뒤 트럼프가 뒤따라 나왔다. 트럼프가 등장할 때 바이든이 그를 슬쩍 쳐다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악수 없이 곧바로 토론에 돌입했다. 4년 전 토론에서도 둘은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악수하지 않았다.

◇ 트럼프 “우크라 전쟁 끝낼 것”… 바이든 “푸틴은 전범”

조선일보

조 바이든 대통령이 27일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열린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얘기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바이든은 이날 “트럼프는 재임 중 한 일이 아무 것도 없고 물려받은 경제가 엉망이었다”며 “그가 남긴 혼란, 혼돈을 정리해 80만개의 제조업 일자리를 새로 창출했고 집값, 가스 가격 등을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를 갖고 있었다”며 “코로나 사태에서 벗어난 공로를 인정받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바이든 임기 중 인플레이션을 지적하며 “우리를 완전히 죽이고 있다” “형편없는 일을 했다” “의심의 여지 없이 최악의 대통령이고 토론할 필요도 없다”고도 말했다.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에서 이뤄진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언급하며 “미국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날이었다”며 “전세계 국가들이 더 이상 미국을 존경하지 않고 제3세계로 취급하고 있다”고 했다. 혼돈 속에 이뤄진 미군의 아프간 철수가 러시아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에 ‘잘못된 신호’를 보냈고, 침공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급증한 ‘불법 이민’ 문제를 거론하며 “바이든이 사회 보장 시스템을 거덜 내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런 주장을 펼치며 바이든을 노려보기도 했다.

2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트럼프는 “이건 시작하지 말았어야 하는 전쟁”이라며 “우크라이나에 2000억 달러를 지원했는데 젤렌스키 대통령보고 뭐라하는 건 아니지만 전쟁을 끝내겠다”고 했다. 바이든은 “푸틴은 수천, 수만명을 죽인 전쟁 범죄자고 소련 제국의 일부였던 우크라이나를 재건하고 싶어한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가져가면 우방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은 어떻게 되겠느냐”라고 했다. 트럼프가 ‘왜 나토 국가들이 더 많은 돈을 쓰도록 압박하지 않냐’고 묻자 바이든은 “한국·일본을 포함한 전세계 50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트럼프가 “멍청이이자 루저(sucker and loser)”라고도 했다.

◇ 바이든 “女 낙태권 지지”… 트럼프 “불법 이민자들이 시민 살해”

조선일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7일 조지아주 애틀란타의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첫 TV토론을 갖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바이든은 2년 전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것 관련 “나는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을 지지한다”며 “국가가 여성의 선택 권리를 박탈하는 건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뱃속에서 9개월이 된 아이를 죽일 수 있다는 것이냐”며 “아무도 이런 일을 원하지 않는다. 각 주의 결정에 맡기는 게 낫다”고 했다.

바이든은 재임 중 국경에서 불법 이민자가 급증한 것 관련 최근 본인이 취한 행정 명령을 언급하며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사람이 40%나 줄어드는 상황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트럼프는 “바이든은 남미 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테러리스트들에게 국경을 개방하기로 결정했고, 한심한 정책 때문에 불법 이민자들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우리 시민들을 살해하고 있다”며 “국경순찰대도 나의 대통령 재선을 원하고 있다”고 했다.

‘성추문 입막음 돈’ 사건으로 유죄 평결을 받고 세 건의 형사 사건에도 휘말려 있는 트럼프는 “바이든이 선거를 무기화하고 있다”며 “바이든은 퇴임하자마자 그가 저지른 모든 일로 중범죄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바이든은 “트럼프는 부인이 임신한 상태에서 밤에 포르노 스타와 성관계를 가졌다”며 “길고양이의 도덕성을 갖고 있다”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나는 포르노 스타와 섹스를 한 적이 없다” “그 사건은 끔찍한 민주당 판사가 있지만 항소해서 승리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 바이든 “나는 한국으로 갔다” 삼성 투자 거론

바이든은 이날 고령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삼성전자의 대미 투자를 거론하며 나이가 아닌 성과에 주목해달라고도 했다. 그는 “내 (정치) 경력의 절반 중 나는 정치권에서 가장 젊은 사람이었다. 나는 미국 상원의원에 당선된 역대 두 번째로 젊은 사람이었다”라며 “(나이가 아닌) 기록을 보라. 15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 제조업 (부흥) 덕분에 수백만 달러의 민간 기업 투자 등이 이뤄졌다”고 했다. 바이든은 “나는 한국으로 갔다”며 “이후 나는 삼성이 미국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도록 설득했다”고 했다.

트럼프는 같은 질문에 ‘골프 실력’을 언급하면서 건강함을 강조했다. 그는 “나는 매년 신체 검사를 받았다”며 “언제든 내가 건강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나는 시니어도 아닌 일반 클럽 챔피언십에서 두 번이나 우승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기(우승하기) 위해서는 꽤 똑똑해야 하고 공을 멀리 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해냈다”며 “반면 그(바이든)는 그렇지 않다. 그는 공을 50야드도 못 보낸다”라고 했다.

◇ 침착해진 트럼프, 시종일관 여유...바이든은 ‘말더듬고 목 쉬어’

조선일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7일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열린 TV토론에서 얘기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트럼프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트럼프는 지난 2016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의 대선 토론 때는 클린턴의 차분한 공격에 논리적인 반박을 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었다. 2020년 대선 때는 바이든과 막말에 가까운 설전(舌戰)을 주고 받았다.

그러나 이날은 어조에 여유가 있었고 자신감에 넘쳤다. 바이든의 공격에 쉽게 흥분하거나 비웃지도 않았다. 평소와 달리 낙태·경제·이민 등의 문제에 대해서 차분한 어조로 자신 입장을 설명했다. CNN은 이날 토론에 앞서 “트럼프의 최측근들은 ‘이전 토론처럼 화를 내거나 막말하는 모습을 보여선 중도층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며 “토론에서 흥분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토론에서 트럼프는 이번 대선 캠페인의 전반적인 모습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며 “그는 비교적 절제되고 집중했다. 지난 2020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교훈을 얻는 모습”이라고 평했다.

바이든이 “트럼프 때 경제 상황이 더 안좋았다”는 취지로 트럼프를 공격하자 트럼프는 여유 있게 웃음을 짓기도 했다.

반면 ‘화가 난’ 쪽은 바이든이었다. 그는 트럼프의 발언 중간 중간 트럼프를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벌리고 노려보거나 얼굴을 찡그렸다. 고개도 여러 번 저었다. 바이든은 말을 수차례 더듬기도 했는데, 이를 들은 트럼프가 “마지막에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듣지 못하겠다”고도 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능력과 나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속적인 우려에 직면한 채 이날 토론에 임했다”며 “바이든은 시작하자마자 쉰 목소리를 냈다. 그는 목을 비우려는 듯 잠시 기침을 했다”고 했다. 그의 고령 이슈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어 “바이든은 또 빠르게 말하면서 자주 말을 더듬어 주장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도 했다.

[애틀란타=이민석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