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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M픽 리뷰] '햄릿', 이렇게 하면 2024년에도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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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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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명작에 더한 현대적 감각. 2024년의 '햄릿', 여전히 재밌다.

'햄릿'은 영국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이자 4대 비극 중 하나다. 덴마크 왕자 햄릿은 삼촌이 아버지를 죽이고 왕위에 오른 사실을 알게 되고 삶과 죽음 사이 고뇌에 빠진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다'라는 구절로도 유명한 작품.

17세기 쓰여진 원작은 명작으로 평가받으며 지금까지도 전 세계 다양한 버전으로 제작되고 있다. 손진책 연출이 지휘하는 이번 공연 역시 수없이 많은 '햄릿' 버전 중 하나.

다른 '햄릿'과의 차별점이 무엇인지 물으면 정통과 변주, 전통과 현대의 탁월한 조화라고 할 수 있겠다. 원작이 가진 깊이 있는 문장들은 정통성을 유지하며 살리되, 전반적인 톤은 현대적으로 변주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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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는 극의 배경인 12세기 덴마크를 떠올리게 하지만, 손에는 휴대폰이 들려 있다. 자칫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조합이 될 수도 있지만, 그 경계를 기가 막히게 넘지 않는다.

의상, 소품, 무대 세트 등 현대적 오브제와 시대극 대사의 조화는 어색함보다는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덕분에 2024년의 관객이 '즐길 수 있는' 극이 됐다.

겉으로 보고 즐길 요소가 많지만, '햄릿'이 가진 묵직한 주제 의식은 여전히 살아있다.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 삶과 죽음 사이 사랑, 복수, 죄책감, 용서 등 보편적 감정들이 여러 인물을 통해 표현된다. 그때나 지금이나 결코 완전한 해답을 얻을 수 없는 근본적 문제이니, 공감을 이끌어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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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단에 놓인 삶과 죽음을 말하는 것처럼, 무대 역시 스산한 분위기 속 흑과 백 정반대 색으로 꾸며졌다. 심플하지만 세련됐다. 텍스트 자체가 워낙에 훌륭하니 구태여 휘황찬란한 무대로 시선을 분산시킬 필요가 없다.

그리고 그 공간을 채우는 건 오로지 배우들의 몫이다. 60년 경력의 최고령 배우 전무송, 이호재를 필두로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손봉숙, 길해연, 김재건, 길용우, 남명렬 등 베테랑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여기에 강필석, 이승주, 양승리, 이충주, 루나(에프엑스) 등 젊은 배우들이 합세했다.

연기 구멍이 하나도 없다. 베테랑 배우들은 괜히 그 오랜 시간 업계에서 버티고 있는 게 아님을, 젊은 배우들은 그런 대선배들 틈에서 왜 함께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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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손숙은 "지난 시즌 강필석이라는 배우를 탄생시켰고, 이번에는 이승주, 루나라는 배우를 탄생시킨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칭찬한 바 있다. 공연을 보니 정말 그의 말대로 햄릿 역 이승주와 오필리어 역 루나가 돋보인다.

이승주는 힘 있는 발성과 또렷한 대사 전달력으로 고전의 힘을 고스란히 살린다. 여기에 능청스럽고도 강단 있는 모습으로 현대적인 캐릭터의 맛도 더했다. 햄릿의 무게감을 작품 톤에 맞춰 적절히 조절한 강약 조절이 인상적이다.

루나는 이번이 첫 연극이다. 그러나 처음임이 무색하게 관객을 몰입시키는 힘이 느껴진다. 순진한 공주님부터 비련의 여주인공까지, 정상과 비정상을 넘나드는 복잡한 인물을 다채롭게 오간다. 특히 후반부 모든 걸 토해내는 감정 연기가 극을 한층 풍성하게 해주는 듯하다.

한편 '햄릿'은 오는 9월 1일까지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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