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30 (일)

'구속 130㎞대라고?' 한화 특급 신인이 수상하다…불펜 전환 이대로 괜찮을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황)준서를 한번 불펜으로 써볼까 생각하고 있다."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은 지난 25일 대전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좌완 신인 황준서(19)의 불펜 전환을 예고했다. 황준서는 장충고를 졸업하고 2024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으면서 기대를 모았다. 시속 140㎞ 후반대 빠른 공에 왼손 투수는 잘 던지지 않는 포크볼을 주무기로 활용해 눈길을 끌었다. 프로 무대에서 뛰면서 체격을 더 키우고, 공에 힘이 더 붙어 직구 구속을 더 끌어올리면 리그 정상급 왼손 선발투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황준서는 프로필상 키 185㎝, 몸무게 78㎏으로 매우 마른 체형이다. 게다가 프로에 와서 144경기 장기 레이스를 처음 치르는 만큼 체력 저하 문제가 예상되는 것은 당연했다. 황준서는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코치진에게 꽤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5선발 경쟁에서 끝까지 버텼다. 당시 김민우가 워낙 페이스가 좋아 황준서는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는 들지 못했지만, 거의 개막하자마자 김민우가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대체 선발투수 1순위로 황준서가 꼽힐 정도로 기대가 컸다.

황준서는 올해 11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7패, 48이닝, 평균자책점 4.88을 기록했다. 경기당 볼넷이 6.56개로 매우 많은 편이라 투구수 관리가 안 되니 긴 이닝을 끌어주지 못했다. 캠프 때부터 황준서는 신인답지 않은 두둑한 배짱을 자랑했는데, 제구와 구위에서 문제가 조금씩 나타나면서 배짱 있는 투구를 펼치기도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김 감독은 투수 파트와 상의 끝에 고육지책으로 황준서를 불펜으로 돌리기로 했다. 마침 좌완 불펜 김범수가 2군에 내려가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했고, 왼손 선발투수로는 당장 김기중이 더 나을 것으로 판단했다. 황준서는 선발 로테이션에 본격적으로 합류하기 전에 불펜에서 좋은 성과를 낸 경험도 있었다. 데뷔 시즌에 체력 저하 문제를 보이니 짧은 이닝을 맡기면서 관리해 주려는 의도도 엿보였다.

김 감독은 "준서를 한번 불펜으로 써볼 생각을 하고 있다. 스태프들과 이야기를 했는데, 과연 황준서와 김기중 가운데 하나가 불펜으로 나왔을 때 어떤 선수가 더 나을까 그런 대화를 했다. 지금 준서가 선발로 던질 때보다 불펜으로 가면 구속이 2~3㎞ 정도 더 나올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준서가 얼굴은 굉장히 곱게 순하게 생겼지만, 뱃심이 있는 친구다. (김)기중이도 (뱃심이) 있겠지만, 그래서 오히려 불펜에서 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황준서는 26일 대전 두산전 10-8로 따라붙고 맞이한 7회초 3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선발투수 문동주가 4이닝 7실점으로 무너진 가운데 타선이 상대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3⅔이닝 5실점)를 두들기면서 추격하는 분위기였다. 불붙은 두산 타선을 잠시라도 얼릴 투수가 필요했고, 김 감독은 황준서를 선택했다. 황준서가 마운드에 오르자 한화 팬들은 여느 때보다 크게 환호하며 슈퍼루키를 맞이했다.

그러나 황준서는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했다. 제구가 흔들리기도 했지만, 직구 구속이 130㎞대로 형성됐다. 시즌 초반 시속 147㎞까지 던졌을 때와 비교하면 10㎞ 가까이 구속이 떨어져 있었다. 시속 140㎞를 간신히 넘긴 공은 직구 9개 가운데 2개뿐이었다. 불펜 투수로 생존하려면 일단 공이 빨라야 한다. 제구력이 빼어나 느린 공으로 불펜에서 성공한 투수들도 보통 시속 140㎞ 중반대까지는 구속이 나온다. 지금과 같은 구속이 유지된다면 황준서는 불펜으로도 생존하기 어려워진다.

황준서는 선두타자 이유찬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잘 잡고, 2구째 포크볼을 던졌다가 중전 안타로 내보내면서 흔들렸다. 다음 타자 조수행은 3루수 앞 번트안타로 출루하면서 황준서를 더 흔들었다. 황준서는 계속된 무사 1, 2루 위기에서 정수빈과 마주했다. 정수빈은 두산에서 작전에 가장 능한 타자이면서 발도 빨라 매우 까다로운 상대였다. 정수빈은 희생번트를 시도하려다 황준서가 2, 3구 연속 볼을 던지자 마음을 고쳐먹었다. 황준서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투수 왼쪽 번트 안타를 댔다. 코스가 좋아 황준서가 포구한 뒤 송구를 포기할 정도였다.

정수빈은 "(조)수행이가 번트 안타를 치면서 무사 1, 2루가 됐는데, 한화가 따라오는 상황이라 우리가 추가점을 내야 했다. 처음에는 그냥 보내주려고 (희생번트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공이 볼로 계속 빠지면서 '나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게 좋은 코스로 들어간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올라오자마자 기분 나쁜 안타 3개를 허용한 황준서는 무사 만루 위기에서 박상원과 교체됐다. 박상원이 허경민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하고, 양의지에게 우전 2타점 적시타를 맞아 황준서의 책임주자 3명을 모두 불러들이면서 황준서는 0이닝 3피안타 3실점을 기록했다. 두산은 2사 후 강승호의 2타점 적시 2루타에 힘입어 7회를 5득점 빅이닝으로 만들면서 한화에 8-15 패배를 안겼다.

황준서는 박상원과 교체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갔을 때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19살 어린 선수기에 이날 실패의 경험은 또 한뼘 더 성장하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다만 현재 구속이 많이 떨어져 있는 건 황준서와 코치진 모두 큰 숙제로 남았을 것으로 보인다.

사령탑은 황준서를 불펜으로 전향하면서도 재능을 의심하진 않았다. 김 감독은 "고졸 선수가 프로에 오자마자 마운드에 서서 던진다는 게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괜히 고졸 선수를 마운드에 올리지는 않는다. 준서를 몇 경기 보니까 본인만의 좋은 것을 많이 갖고 있다. 햇수가 더 지나면서 팀한테 굉장히 도움을 많이 줄 수 있는 좋은 것들을 많이 갖고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황준서가 지금의 성장통을 이른 시일 안에 극복하고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을까.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