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브라질·극우 아르헨 정상, 7개월째 정상회담 없이 '대화 단절'
지난 14일(현지시간) G7 정상회의 참석자 단체 사진 |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국경을 일부 맞대고 있는 남미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정상이 7개월째 '대화 차단 모드'를 이어가는 가운데 브라질 대통령이 양자회담 선결 조건으로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사과를 내걸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8) 브라질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매체 UOL 인터뷰에서 하비에르 밀레이(53) 아르헨티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여부와 관련, "그(밀레이)는 그간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회담하려면) 밀레이 대통령은 나와 브라질 국민들에게 먼저 유감 표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미 좌파 대부로 불리는 룰라 대통령은 '극우 계열' 자유주의자로 분류되는 밀레이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이라면 양국 간 균열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며 "아르헨티나 국민과 브라질 국민은 대통령보다 위대하다"는 '조언'을 곁들였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다양한 자리에서 룰라 브라질 대통령에 대해 "부패한 공산주의자"라고 힐난하거나, 브라질을 포함해 자신의 정치 이념이 다른 정부를 겨냥해 "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독재 국가와는 관계를 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밀레이 대통령은 대선 당선 후 룰라 대통령을 향한 막말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해 12월 자신의 취임식에 '룰라 정적'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초청하는 등 우파 세력 구심점을 자임하려는 제스처를 보이기도 했다.
남미공동시장(MERCOSUR·메르코수르) 내 거대 경제국인 두 나라 정상은 밀레이 취임 후 단 한 번도 독대한 적이 없다.
두 사람은 최근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나란히 초청받아 마주칠 기회를 가졌지만, 함께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고 아르헨티나 일간 라나시온은 보도했다. 두 사람은 단체 사진에서도 양쪽 거의 끝에 섰다.
룰라 대통령은 또 현지 인터뷰에서 지난해 1월 브라질리아에서 발생한 대선 불복 폭동 관련 일부 피의자들이 아르헨티나로 도피한 것을 언급하며 "탈주자들을 브라질로 돌려보낼 수 없다면, 아르헨티나에 수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마누엘 아도르니(44) 아르헨티나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룰라 인터뷰 내용에 대해 "밀레이 대통령은 적어도 현재로선 후회할 만한 일을 하진 않았다"고 반응했다.
아르헨티나 통계청(INDEC) 자료를 보면 2022년 총교역액 기준 아르헨티나 대외 교역국 1위는 브라질이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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