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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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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볼!] 2024 NBA 파이널 MVP는 하버드서 강연하고, NASA 인턴십 제안 받은 ‘엄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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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셀틱스의 제일런 브라운이 2024 NBA 파이널에서 호쾌한 덩크슛을 터뜨리고 있다. / USA투데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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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4시즌 NBA(미 프로농구) 우승은 명문 보스턴 셀틱스에 돌아갔습니다. 통산 18번째 정상에 오르며 라이벌 LA 레이커스를 꺾고 역대 최다 우승팀이 됐는데요. 파이널 MVP의 영광은 제일런 브라운(28)이 차지했습니다.

오늘은 브라운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르브론 제임스나 스테픈 커리처럼 누구나 다 아는 수퍼스타는 아니지만, 브라운은 NBA 팬이라면 모를 수 없는 선수입니다.

일단 NBA에서 가장 고액 계약을 따낸 선수로 유명하죠. 브라운은 작년 7월 셀틱스와 3억400만달러(약 4220억원)에 5년 연장 계약을 맺었습니다. NBA에 처음으로 3억 달러 시대를 연 거죠. 다음 시즌부터 2028-2029시즌까지 평균 연봉이 무려 844억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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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은 지난해 3억400만달러란 천문학적인 액수로 5년 연장 계약을 맺었다. /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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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당시만 해도 일부 팬들 사이에선 NBA 퍼스트팀(시즌 베스트5)에 든 적도 없는 선수에게 지나치게 많은 돈을 퍼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브라운은 이번에 셀틱스 우승을 이끌며 ‘돈값’을 했습니다.

브라운의 고향은 조지아주 메리에타입니다. 그는 어머니 미켈레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자랐습니다. 미혼모였던 미켈레는 교육자이자 사회 활동가로 일하며 브라운 형제를 키워냈습니다. 미켈레는 늘 자신과 다른 사람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쳤고, 그 덕분에 브라운은 사회 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선수가 됐습니다.

브라운의 운동 신경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듯합니다. 아버지 마셀스 브라운은 전직 헤비급 복서였습니다. 33승18패1무의 전적을 기록했으며, WBU라는 단체에서 헤비급 챔피언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브라운은 메리에타에 있는 휠러 고등학교에서 농구를 했습니다. 졸업반 시절 조지아주 대회 결승에서 경기 종료 0.6초를 남기고 자유투 2개를 성공하며 팀에 우승을 안겼죠. 미국 U-18(18세 이하) 대표팀 일원으로 2014 FIBA(국제농구연맹) 아메리카 챔피언십에 참가해 금메달을 일궈내기도 했습니다. 조지아주를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한 브라운은 명문 UC버클리 대학에 진학합니다. 농구로 꽤 유명한 켄터키나 캔자스 대학에서도 러브콜이 있었지만 학업을 위해 버클리를 선택했죠.

그의 1학년 성적은 평균 14.6점 5.4리바운드 2.0어시스트. UC버클리가 속한 PAC-12에서 퍼스트팀에 들었고, 올해의 PAC-12 신입생으로도 선정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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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 버클리 재학 시절 체스 클럽에서 활동한 제일런 브라운. / X


하지만 놀라운 건 대학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난 그의 ‘엄친아’적 면모입니다. 전국 고교 유망주 5위 안에 드는 농구 실력을 갖추고도 고교를 수석 졸업할 만큼 운동과 공부를 모두 잘했던 브라운은 버클리 대학 첫 학기에 신입생 수업에 만족하지 않고, 일부 강의를 바꿨다고 하네요.

그는 담당 교수의 만류에도 고학년 수업인 ‘아프리카계 미국인 연구’와 대학원 과정인 ‘스포츠와 교육의 문화 연구를 위한 이론적 기초’를 수강했습니다. 또한 25세까지 3개 국어를 더 배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노력 끝에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기 시작했죠. 아랍어도 배웠고요. 대학 내 체스 클럽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브라운은 1학년을 마치고 NBA 드래프트에 나왔습니다. 에이전트 없이 드래프트에 참가한 모습은 파격적이었죠. 셀틱스가 1라운드 3번으로 그를 지명했습니다. 당시 드래프트 현장에 있던 셀틱스 팬들은 브라운을 지명하자 야유를 보냈습니다. 그들이 원한 선수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참고로 당시 1~10순위를 순서대로 보면 벤 시몬스와 브랜던 잉그램, 제일런 브라운, 드라간 벤더, 크리스 던, 버디 힐드, 자말 머레이, 마키스 크리스, 제이콥 퍼들, 손 메이커입니다. 아, 11순위가 도만타스 사보니스였네요.

2016년 드래프트는 1·2번으로 지명된 시몬스와 잉그램을 제외하면 ‘대어급’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지금 결과를 보니 새삼 브라운을 선택한 대니 에인지 단장의 혜안이 돋보입니다. 브라운이 2016 드래프티 중 단연 가장 성공한 선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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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NBA 드래프트에서 3순위로 뽑힌 제일런 브라운. / ESPN 중계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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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은 루키였던 2016-2017시즌 78경기를 뛰며 평균 6.6점 2.8리바운드 0.8어시스트를 기록합니다. 그 시즌 신인왕은 뜻밖에 2라운드 전체 36순위로 밀워키 벅스에 뽑혔던 말콤 브록던이 가져가죠. 브라운은 신인왕 투표에서 8위에 그칩니다. 셀틱스는 콘퍼런스 파이널까지 진출하지만, 르브론이 버틴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 1승4패로 무너지고 맙니다.

2017년엔 제이슨 테이텀이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셀틱스 유니폼을 입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셀틱스에 NBA 우승컵을 안긴 원투펀치는 연이어 3순위로 지명을 받았네요.

셀틱스는 2017-2018시즌을 앞두고 야심 차게 고든 헤이워드를 데려왔지만, 개막전에서 헤이워드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면서 브라운이 주전 슈팅가드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평균 득점은 14.5점, 리바운드는 4.9개로 대폭 올랐습니다. 이 시즌에도 콘퍼런스 파이널 무대를 다시 밟았지만 캐벌리어스에 이번엔 3승4패로 무릎을 꿇었습니다.

2018-2019시즌 평균 13.0점을 올린 브라운은 2019-2020시즌 드디어 평균 득점 20점을 넘깁니다. 20.3점 6.4리바운드 2.1어시스트로 팀을 이끌죠. 이 시즌 셀틱스는 다시 콘퍼런스 파이널에 올랐지만, 마이애미 히트에 2승4패로 패합니다.

여기서 잠시, 스마트한 대학 생활을 보낸 브라운이 프로 진출 이후 이어간 지적 행보에 대해 언급하려 합니다. NBA 드래프트 이전 농구 선수를 하기엔 너무 똑똑하지 않느냐는 지적까지 나왔던 그답게 브라운은 2018년 하버드 대학 초청을 받아 ‘운동선수와 지성인’이란 주제로 강연했습니다. 이듬해엔 23세 나이에 최연소로 NBA 선수협회 부회장을 맡죠. MIT 대학 미디어 랩에 펠로십으로 참여했으며, 2021년에는 NASA(미 항공우주국)의 인턴십 제안을 받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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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이 하버드 대학에서 강연을 하는 모습.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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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미디어 랩에 참여한 브라운.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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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농구 얘기로 돌아가 볼까요? 브라운은 2020-2021시즌 24.7점을 기록한 데 이어 2021-2022시즌에도 23.6점으로 활약을 이어갑니다. 2022년엔 지긋지긋한 콘퍼런스 탈락의 저주를 딛고 NBA 파이널에 오르지만,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 2승4패로 밀리며 준우승에 만족합니다.

마이애미 히트와 콘퍼런스 파이널 3차전에서 40점을 올리며 플레이오프 커리어 하이를 달성한 브라운은 파이널에서도 1차전 24점, 3차전 27점 등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지만, 우승엔 이르지 못했죠. 마지막 6차전에선 34점으로 분전했음에도 아쉬운 눈물을 삼켰습니다.

브라운은 2022-2023시즌에도 콘퍼런스 파이널에서 마이애미 히트에 3승4패로 패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이 시즌 브라운은 26.6점 6.9리바운드 3.5어시스트로 NBA 세컨드팀에 뽑혔습니다. 명실상부한 NBA 최정상급 스윙맨이 됐지만, 플레이오프에서 기복 있는 모습이 아쉬웠죠. 특히 콘퍼런스 파이널 7차전에서 턴오버 8개로 자멸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2023-2024시즌. 브라운은 수퍼맥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에이전트가 계약을 맺을 당시 브라운은 MIT의 로봇 공학 세션에 참석하고 있었다고 하네요.

브라운은 이전 시즌에 비해 평균 득점은 23.0점으로 줄었지만, 필드골 성공률을 역대 시즌 최고인 49.9%까지 끌어올리며 안정적인 기량을 선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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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런 브라운은 올 시즌 보스턴 셀틱스 우승을 이끌었다. /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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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히트를 4승1패로 제압하며 지난 시즌을 설욕한 셀틱스는 2라운드에서 캐벌리어스를 맞아서도 4승1패로 시리즈를 가볍게 통과합니다. 콘퍼런스 파이널 상대는 인디애나 페이서스.

시리즈 분수령이 된 1차전에서 브라운은 114-117로 뒤진 상황에서 5초를 남기고 코너에서 어려운 3점 슛을 꽂아넣으며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냅니다. 그렇게 1차전을 가져간 셀틱스는 기세를 몰아 2~4차전까지 따내며 스윕을 달성합니다. 브라운은 2차전에서 40점을 넣는 등 팀 공격을 이끌었죠.

셀틱스는 파이널에서 루카 돈치치와 카이리 어빙이 이끄는 댈러스 매버릭스를 만났습니다. 1차전에서 22점 3스틸 3블록슛으로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승리의 주역이 된 그는 테이텀이 부진에 빠진 2차전에서도 21점 7어시스트 3스틸로 팀에 연승을 안겼습니다.

브라운은 3차전에선 후반에만 24점을 몰아넣는 등 30점을 폭발하며 시리즈를 3-0으로 만들었죠. 결국 브라운은 5차전에서도 21점을 올리며 셀틱스가 케빈 가넷, 폴 피어스, 레이 앨런 등 ‘빅3′가 모여 우승을 이룬 2008년 이후 16년 만에 래리 오브라이언 트로피를 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빌 러셀 파이널 MVP의 주인공도 브라운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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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축하 퍼레이드에서 파이널 MVP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는 브라운. /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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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틱스는 미래가 창창한 팀입니다. 브라운과 테이텀, 크리스탑스 포르진기스, 데릭 화이트 등 주축 멤버들이 비교적 젊어 다음 시즌에도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문무를 겸비한 브라운의 전성시대는 당분간 계속될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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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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