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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여자 핸드볼 대표팀 주장 신은주 "부담이요? 현실적으로 똑똑하게 경기할 겁니다!"[올림픽 D-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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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주장 신은주가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에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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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독일과의 첫 경기 잡겠습니다!"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만난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주장 신은주(31·인천광역시체육회)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우려보다 기대를 가져달라는 당부로 들렸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한때 국제 무대에서 화려함을 뽐냈다. 1998 서울과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2연패, 1996 애틀랜타부터 2012 런던 올림픽까지 무려 4회 연속 4강 진출에 빛났다. '올림픽 2연패' '효자 종목' '11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 '우생순(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신화' 등 많은 수식어를 얻으며 국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조별리그 탈락 이후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이번엔 다른 기대를 받고 있다. 2026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의 '유일한 단체 구기 종목'으로 말이다. 사실상 올림픽 본선 조별리그에서 단 1승도 따기 힘든 상황이지만, 대표팀은 한국 여자 핸드볼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각오다.

"파리 올림픽 조별리그에서 2경기만 이기면 8강에 올라갑니다. 선수들은 독일과 슬로베니아 경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과거 두 팀과의 대결에서 좋은 기억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대표팀에 국제대회 경험과 배포 있는 선수들이 많아서 불가능한 일도 아니죠!"

파리 올림픽에서 핸드볼은 2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다. 각 조 상위 4개 팀이 8강에 올라 단판 승부를 펼쳐 메달 색깔을 정하는 방식. 세계랭킹 22위인 한국은 노르웨이(2위), 덴마크(3위), 스웨덴(4위), 독일(6위), 슬로베니아(11위)와 A조에 속했다. 유럽 강호들이 즐비해 '죽음의 조'로 불린다.

그러나 독일과 슬로베니아를 꺾으면 "목표인 8강을 넘어 4강도 자신있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독일과 무승부를 기록했고,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만난 슬로베니와는 근소한 차이(27-31)로 패해 나쁘지 않은 기억을 갖고 있다.

신은주는 주장답게 "현실적으로 똑똑하게 경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과 슬로베니아에 집중해 2승을 목표로 한다는 것. 그는 "공교롭게도 두 경기 모두 초반에 펼쳐진다. 우리 정보가 더 읽히기 전에 승부를 걸어야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한국의 '필살기'는 스카이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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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주장 신은주가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에서 스카이 슛을 시도하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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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핸드볼 특유의 '필살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스카이 플레이(점프한 후 공중에서 공을 잡아 착지하기 전에 슈팅하는 것)'를 활용하는 것이다. 지난해 대표팀에 부임한 스웨덴 출신 헨리크 시그넬은 "한국 선수들은 머리가 좋다"고 극찬했는데, 상대를 속이는 동작이 필요한 스카이 플레이를 전매특허로 내세웠다.

스카이 플레이는 머리를 써야 하는 전술이다. 골 에어리어 윗 공간을 이용하는데, 동료와 함께 패스를 주고 받는 척하며 공중에서 플레이해야 한다. 신은주는 "감독님이 '한국 만큼 스카이 플레이 잘하는 나라는 없다'고 하시더라"며 "'한 경기에 20개씩 해도 된다'며 자신 있게 플레이하라 하셨다"고 전했다. 180cm 이상의 큰 신장과 강한 피지컬을 가진 유럽 선수들을 상대하는 건 더 어려워졌다. 신은주는 "최근엔 큰 체격에 빠른 스피드까지 갖춰 돌파하기 힘들다"면서 스카이 플레이로 득점력을 높이겠다고 다짐했다.

'믿는 구석' 후배 강경민-우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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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 주장 신은주의 프로필. 그래픽=신동준 기자


지난해부터 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는 신은주는 24세부터 소속팀에서 주장을 맡았다. 어찌 보면 타고난 '주장감'인 셈. 요새 MZ세대가 선호하는 MBTI(성격·성향 등 지표)는 'ESTP'. 사업가 기질이 있어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주장은 몸에 맞는 옷처럼 보였다.

레프트윙 포지션인 신은주는 "나는 공격을 이끌 수 있는 자리가 아니기에 선수들에게 더 잘할 수 있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 선수"라고 자신을 평가했다.

그래서 경기 중 후배들을 의지할 때도 있다. 강경민(광주광역시도시공사)과 우빛나(서울시청)는 남다른 배포를 가졌다고. 신은주는 "강경민은 침착한 배포를, 우빛나는 강인한 배포를 가졌다"며 "올림픽에서 두 선수를 눈여겨봐도 좋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주장으로서 신은주는 남다른 부담도 있었다. 11회 연속 올림픽 진출이 무산될까 전전긍긍했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은 지난해 일본을 극적으로 꺾고 파리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는 "선배들이 세웠던 기록을 깨뜨릴까 봐 무서웠다. 불행한 역사의 주인공이 되긴 싫었다"고 복잡했던 심정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올림픽이 될 것 같다. 마침표를 잘 찍고 내려오고 싶다"고 밝혔다. 앞으로 2년가량 선수생활을 이어간 뒤 은퇴 계획을 갖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부담감이나 압박감을 가지면 경기력도 나오지 않잖아요. 최대한 즐기면서 마지막 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내달 8일 스페인으로 출국해 현지 적응 훈련에 돌입한다. 이후 네덜란드를 거쳐 파리로 넘어갈 예정이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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