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혼란 가중…"정부 정책 기조 바뀐 것이냐"
정부가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반영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스트레스 DSR 제도를 시행한 26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 앞에 주택담보대출 금리 안내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스트레스 DSR 제도란 변동금리 대출 등을 이용하는 차주가 대출 이용기간 중 금리상승으로 인해 원리금 상환부담이 상승할 가능성 등을 감안하여 DSR 산정시 일정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다. 이날부터 6월 30일까지 적용되는 스트레스 금리는 0.38%로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한도가 큰 폭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신태현 기자 holjja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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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일주일을 앞두고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돌연 두 달 미뤄지면서 금융권은 적잖이 당황한 분위기다. 그 간 가계부채 관리를 강조하면서 금융권을 압박해왔던 금융당국 방침과 배치되는 데다 가계대출이 더욱 불어날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도 갑작스런 정책 변화는 시장에 불안정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주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이 연 2%대 까지 내려앉은 가운데 ‘막차’ 수요까지 몰릴 경우 가계부채 관리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시장 회복기에 집값 상승을 부채질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당초 예정됐던 7월 1일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에 맞춰 준비를 대부분 마친 상태다. 2단계 대출규제 맞춰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을 진행해 새로 취급하는 가계 주담대와 신용대출의 한도를 산출했으며, 이에 따른 내부 교육을 진행 중이었다. 일부 은행은 20일 내부 공문을 통해 7월 시행 안내 사전 예고까지 마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저축은행들도 일정에 맞춰 스트레스 DSR을 반영한 최대 대출액을 산정하기 위한 시스템 고도화 등을 준비하고, 일선 창구 교육도 진행했다.
금융당국 역시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금융권과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위한 실질적인 준비를 진행했었다. 하지만 전날 갑작스럽게 연기를 결정하고 언론 브리핑 직전 금융권에 연기 결정을 통보했다.
시행을 불과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돌연 연기 결정이 나자 은행들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며칠 전까지 만하더라도 곧 시행이 되는 것처럼 지도와 점검에 나섰던 금융당국이 갑자기 연기한다고 알렸다”면서 “사전에 어떤 언질도 없이 연기 결정도 언론 브리핑 직전에 통보식으로 전달 받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의 갑작스런 기조변화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그간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를 수차례 강조해왔다. 최근 가계대출이 급격하게 늘어나자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까지 긴급 소집해 가계대출 점검회의를 열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권 관계자는 “DSR 규제를 얘기하면서 부동산 PF 연착륙을 언급하는 것은 납득하기가 어렵다”면서 “결국 부동산 시장이 다시 죽을까봐 걱정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전문가들도 이번 조치의 가장 문제점은 금융당국의 모호한 정책 방향이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7월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작된다고 정부가 발표하고 홍보했는데 1~2주 사이에 상황이 바뀌어서 미룬다는 건 1~2주 앞을 못내다보고 정책을 한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이는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훼손시킬 수 있으며, 향후 정책을 실행 할 때 민간에서 제대로 될까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시행을 연기한 건 대출 관련 규제 완화를 정부가 추구한다는 시그널로 이해할 수 있다”면서 “자영업자를 위한 조치라고 하는데 자영업자 관련 대책은 정책금융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DSR 시행은 금융 건전성에 초점을 맞춘 것인데 시행을 미룬다는 것은 결국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면서 대출 건전성이 악화할 우려가 커진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금리 하락 전인 9월에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적용되면서 단기적으로 가계부채 폭등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수도권 지역의 경우 최근 전세가격 상승 움직임이 뚜렷한 편이고 강남이나 한강변 일대에 구입 수요가 늘고 있어 여신 시장을 꾸준히 모니터링 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이투데이/문선영 기자 (mo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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