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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선거판 뛰어든 디즈니의 아버지… ‘트럼프는 스카, 바이든은 무파사’ [클릭!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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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캐천버그, 바이든 캠프로

NYT “두 후보를 ‘라이온 킹’ 비유”

조선일보

조 바이든 대통령 재선 캠프 공동 의장을 맡고 있는 영화 제작자 제프리 캐천버그.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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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천버그에게 트럼프가 ‘스카’라면 바이든은 ‘무파사’로 보일 것이다. 유권자들에게 트럼프는 밋 롬니(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나 존 매케인(2008년 공화당 대선후보)보다 악당으로 그려내기가 훨씬 쉽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캠프 공동의장인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제프리 캐천버그(74)를 조명했다. 그러면서 대선 후보들을 그가 월트 디즈니에 있을 때 대성공을 거둔 애니메이션 ‘라이온킹’ 캐릭터에 빗댔다. 아프리카 사자 왕국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서 스카는 음모를 꾸며 왕권을 찬탈하는 비열한 악당, 무파사는 스카의 계략에 희생되는 정의로운 지도자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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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 무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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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는 캐천버그를 “트럼프를 겨냥한 바이든의 비밀 병기”로 소개하면서 “바이든을 도와 트럼프를 물리치는 노력에 이보다 더 철두철미한 사람은 없다”고 했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 디즈니와 드림웍스를 이끌었던 그는 할리우드와 월트 디즈니의 친(親)민주당 성향을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 30년 동안 민주당 대선 후보를 위해 가장 많은 현금을 모금한 사람 중 한 명으로, 2020년 이어 이번에도 바이든 재선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본인도 재산이 21억달러(약 2조9000억원)가 넘는 자산가다.

지난 3월 바이든과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나란히 등장해 2600만달러(약 360억원)를 모금한 행사는 캐천버그가 기획했다. 바이든은 지난해 4월 재선 도전을 공식 발표하는 동시에 캐천버그를 캠프 공동의장에 임명했다.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비서실장은 “내가 아는 한 이 사람은 잠을 자는 법이 없는 24시간 연중무휴”라고 했다. NYT는 “74세의 나이에도 영화 속 주인공처럼 야심 차고 동물적인 에너지를 뿜어낸다”고 했다.

패러마운트 영화사 직원으로 할리우드 경력을 시작한 그는 훗날 디즈니 최고경영자가 되는 마이클 아이스너의 눈에 띄어 디즈니로 이적했다. 1990년대 들어 오랜 침체기를 겪고 있던 만화영화 제작부문인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CEO를 맡아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킹을 잇따라 히트시키며 디즈니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하지만 라이온킹이 개봉하던 1994년 아이스너와 불화를 겪으면서 디즈니를 떠났고, 스티븐 스필버그와 드림웍스를 공동 창업해 최고경영자(CEO)가 된 뒤 슈렉·쿵푸팬더 등의 히트작을 쏟아내며 ‘친정’에 일격을 안겼다.

그는 약 450편의 영화와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하며 평생 익힌 ‘스토리 텔링’ 능력을 바이든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 NYT는 “캐천버그 본인이 직접 연설문을 작성하거나 편집하지는 않지만, 국정연설 등 중요한 행사가 있기 전엔 캠프 데이비드(대통령 전용 별장)에 머물며 내러티브 구성 등을 조언한다”고 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90분 동안 사이클을 타며 4개의 신문을 읽는 것이 그의 아침 일과다. 민주당을 지지해온 큰손들이 바이든의 ‘고령 리스크’를 우려해 기부를 망설일 때 직접 전화를 걸어 “워싱턴에 와서 한번 상태를 보라”고 권유했을 정도로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도 강한 편이다.

캐천버그는 2년 전 한 행사에서 “나는 번트를 대고 도루를 하거나 안타를 치는 타자가 아니다”라며 “내 커리어는 항상 펜스를 향해 스윙(홈런)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토요일에 출근하지 않으면 일요일에도 나타날 필요 없다”고 말하는 까다로운 상사라고 본인 스스로가 인정했다. 민주당 전략가인 폴 베갈라는 “2012년 대선에서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한 당일 밤 전화를 걸어 ‘2016년에는 누구를 밀어야 하나’라고 물을 정도로 열성적이었다”고 했다. 캐천버그는 트럼프와 같은 뉴욕 출신이고 두 사람이 과거에 만난 적도 있지만 “무례했고 엄청난 얼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캐천버그는 ‘영화는 악당만큼만 훌륭하다’는 고(故) 월트 디즈니(1901~1966)의 명언을 즐겨 인용한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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