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적어, 시의회 '학교 신설' 요구
전남교육청 저출산·고령화에 난색
이설은 주민들 '지역 공동화' 반발
학부모 "현실적 대책 마련 절실"
여수 웅천중학교 전경. 여수교육지원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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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 무선중학교에 다니는 김철수(가명)군은 매일 아침 등교를 위해 오전 5시에 일어나야 한다. 김 군이 사는 웅천지구와 무선중은 직선으로 5㎞ 가량 떨어져 있지만, 여수시청이 있는 중심가와 여수 국가산업단지로 향하는 출근차와 맞물려 대중교통으로 40분 이상 소요되는 탓이다. 아침밥을 먹고 출발하지만, 인근 아파트에서 출근하는 차량들과 교통지옥을 거치면 오전 8시 10분쯤에서야 학교에 도착한다. 이곳 웅천지구에선 매일 300여 명의 학생들이 '통학 전쟁'을 벌이는 진풍경을 겪고 있다.
19일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7일 여수시의회가 웅천지구 내 학교 신설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발송했다. 웅천지구는 본래 논과 갯벌이 있는 한적한 농·어촌이었으나 2004년부터 시작된 대규모 택지 개발로 인구가 대폭 늘었다. 5월말 기준, 19개 아파트가 밀집해 인구 2만 9,820명에 달하고 있다. 주민 중 0~9세는 4,016명, 10~19세도 3,877명에 달한다. 그러나 초등학교 3개, 중학교는 1개에 불과해 학부모들이 수년 째 학교 신설을 요구하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 웅천중학교는 포화 상태다. 웅천중은 개교 당시엔 6학급을 기준으로 세워졌지만, 학생이 늘어나 학년 당 8학급 씩 총 24개 학급이 들어섰고 학생수도 700여 명에 육박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매년 100여 명의 학생들이 학교 진학에 실패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웅천지구 내 초등학교(송현·웅천·예울초) 졸업생 338명 가운데 웅천중에 배정된 학생들 209명이었다. 졸업생 129명은 인근 학교로 배정됐으며, 올해 졸업생은 346명에서 221명만 배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부모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한 통학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호소한다. 웅천지구와 무선지구를 오가는 2000번 버스의 경우 배차간격이 30~40분이고, 1000번 버스는 배차간격이 20여 분으로 짧지만, 멀리 돌아가는 까닭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주로 대중교통 대신 십시일반 돈을 모아 차량을 대절해 통학하거나, 학부모들이 왕복 2시간 여가 걸리는 길을 오가며 학생들을 실어 나른다. 여수시의회는 "웅천지구 3개 초등학교 향후 6년간 졸업생 중 한해 최소 110여 명에서 최대 240여 명이 웅천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원거리에 위치한 중학교로 진학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학교 신설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전남교육청에 제출했다.
그러나 전남교육청은 난색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교육부가 학교 신설엔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호 전남교육청 학교배치팀장은 "학교 신설 시 최소 5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학령인구는 계속 줄고 있는 상황이어서 자칫 학교가 개교할 시점엔 되레 학생 이 부족해 예산 낭비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면서 "현재는 여수시내 학생수가 부족한 인근 학교를 이설해 해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설 방안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한 시의원이 전교생이 15명이 개도중학교와 돌산중학교(14명), 돌산중앙중학교(21명) 3곳을 폐교하고, 웅천지구 내 학교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지역 공동화 현상을 우려한 지역민 반발에 직면에 백지화됐다. 웅천지구 학부모 A씨는 "해마다 수백 명의 학생들이 학교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각종 이해관계에 얽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며 "학교 통학버스 등 학생들을 위한 현실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김진영 기자 wlsdud45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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