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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디섐보, US오픈 정상 탈환…매킬로이는 또 준우승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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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슨 디섐보가 17일 US오픈에서 우승한 뒤 페인 스튜어트를 추모하며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USA투데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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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슨 디섐보(31·미국)가 US오픈 정상을 탈환했다. 2020년 첫 번째 우승 이후 4년 만의 왕좌 복귀다. 반면 로리 매킬로이(35·북아일랜드)는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1m짜리 파 퍼트를 놓치면서 2년 연속 준우승이라는 아픔을 안았다.

디섐보는 17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 골프장에서 열린 US오픈 최종라운드에서 6언더파 274타를 기록하고 경쟁자들을 모두 제쳤다. 마지막 날 버디 2개와 보기 3개로 1타를 잃었지만, 운명이 걸린 18번 홀에서 결정적인 파를 잡아 우승을 확정했다. 4년 만의 메이저 대회 우승으로 받은 상금은 430만달러(약 60억원)다.

최종라운드 정상 격돌 구도는 이 대회 역대 챔피언이자 LIV 골프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들보인 디섐보와 매킬로이의 자존심 대결로 펼쳐졌다. 디섐보는 2022년 6월 LIV 골프 출범과 발맞춰 이적했고, 매킬로이는 어떤 제안에도 흔들리지 않고 PGA 투어를 지키고 있다.

매킬로이에게 3타 앞선 채 챔피언조에서 출발한 디섐보는 쉽게 달아나지 못했다. 전반 4번 홀(파5)에서 보기가 나와 오히려 1타를 잃었다. 반면 앞조의 매킬로이는 전반 버디 2개와 보기 1개를 기록해 디섐보를 1타 차이로 쫓았다. 후반 파5 10번 홀에선 둘이 차례대로 버디를 잡아 격차가 유지됐다. 균열이 생긴 곳은 후반 파4 12번 홀. 매킬로이가 8m짜리 장거리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7언더파 동타를 만들었다. 디섐보는 이 홀에서 보기를 적어 단독선두에서 6언더파 2위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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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글썽이는 브라이슨 디섐보.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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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빙의 승부는 계속됐다. 이어진 후반 경기에서 매킬로이는 버디 1개와 보기 2개로 주춤했고, 디섐보는 버디 1개와 보기 1개로 타수를 유지하면서 둘은 17번 홀(파3)까지 6언더파 공동선두를 달렸다.

희비는 18번 홀에서 갈렸다. 그린을 놓친 매킬로이는 침착한 어프로치로 1m짜리 파 퍼트를 남겨놓았다. 그런데 가볍게 친 공이 컵 오른쪽을 돌아 나왔다. 뼈아픈 보기. 뒷조의 디섐보는 왼쪽으로 말린 티샷이 황무지로 향한 뒤 세컨드 샷마저도 벙커로 빠졌지만, 완벽한 벙커샷으로 공을 핀 옆으로 붙였다. 이어 챔피언 파 퍼트를 집어넣고 그린을 방방 뛰어다니며 포효했다. 스코어카드 접수처에서 TV로 이 상황을 지켜보던 매킬로이는 2년 연속 준우승이 확정되자 말없이 클럽하우스를 떠났다. 한국 선수로는 김주형(22)이 6오버파 공동 26위, 김시우(29)가 7오버파 공동 32위로 이름을 올렸다. 한편 이날 발표된 남자골프 세계랭킹에서 김주형은 26위, 안병훈(33)은 27위를 기록해 7월 개막하는 2024 파리올림픽 골프 남자 출전권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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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번 홀 파 퍼트를 놓친 뒤 아쉬워하는 로리 매킬로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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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데뷔한 디섐보는 이번 대회까지 PGA 투어에서 통산 9승을 거둔 실력파다. 평균 320야드의 폭발적인 드라이브샷 비거리를 앞세워 브룩스 켑카(34), 카메론 챔프(29·이상 미국) 등과 함께 장타 시대를 열었다. 또, 대학교 시절 전공한 물리학 지식을 활용해 골프채를 다양하게 변형하는 독특한 스타일로 ‘괴짜 골퍼’라는 별명도 얻었다.

2년 전 LIV 골프 이적 후에는 PGA 투어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낼 수 없었지만, 이번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통산 10승 고지를 눈앞으로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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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효하는 브라이슨 디섐보.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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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세르히오 가르시아(44·스페인) 등 LIV 골프 동료들로부터 뜨거운 축하를 받은 디섐보는 페인 스튜어트라는 이름을 연거푸 외쳤다. 디섐보의 서던메소디스트대학교 선배인 스튜어트는 1999년 6월 이곳에서 열린 US오픈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넉 달 뒤 불의의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스튜어트를 우상으로 여겨 같은 대학교까지 진학했다던 디섐보는 스튜어트의 상징과도 같은 헌팅캡을 잠시 쓰며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기도 했다.

같은 날 미국 미시간주 벨몬트의 블라이더필즈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이어 클래식에선 릴리아 부(27·미국)가 연장전에서 렉시 톰슨(29·미국)과 그레이스 김(24·호주)을 꺾고 정상을 밟았다. 한국은 올 시즌 개막 후 15개 대회째 우승자를 내지 못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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