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시간 연장 코앞으로…"야간에도 필요시 시장안정조치"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다음달부터 국내 원/달러 외환시장의 거래시간이 다음날 새벽 2시까지로 연장된다. 외환당국은 연장시간대에도 적정 유동성이 유지돼 원활한 거래가 이뤄지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선도 은행' 제도를 개편하고 필요시 야간시간대에도 시장안정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16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올해 초부터 실시한 '외환시장 구조개선' 시범운영이 마무리되고 정식 시행된다. 우리나라 주식·채권 등을 거래하려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새벽 2시까지 국내 금융회사 또는 외국 금융기관(RFI)을 통해 미국 달러화를 원화로 실시간 환전할 수 있다.

국내 투자자들도 야간에 미국 주식·채권을 매수할 경우 임시환율(가환율)이 아닌 실시간 시장환율로 환전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외환시장 종료 이후 시장환율보다 높은 가환율로 1차 환전하고, 다음날 외환시장 개장 이후 실제 시장환율로 정산했다.

'외환시장 구조개선'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연장시간대에도 적정 수준의 유동성이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스위스 프랑화, 중국 위안화 등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통화들은 심야시간대에 거래량이 감소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 점을 고려해 외환당국은 △제3자 외환거래 활성화를 위한 일시적 원화차입 확대 △RFI의 보고 부담 완화와 보고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 유예 △해외지점이 RFI로 등록된 국내은행을 한은 외자운용원의 이종통화 외환매매 거래기관으로 선정 등을 추진 중에 있다.

이밖에도 외환당국은 연장시간대 외환거래를 뒷받침하기 위한 방안으로 원/달러 시장 '선도은행' 제도를 개편한다. 국내은행들이 연장시간대에도 활발하게 매도·매수 가격(호가)을 제시하도록 유인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2022년 도입된 선도은행 제도는 원/달러 거래 활성화에 기여한 은행을 1년 단위로 선정해 외환건전성부담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다.

제도 개편으로 내년도 선도은행 선정시에는 연장시간대 거래실적에 높은 가중치를 적용한다. 시간대별 가중치도 차별화한다. 원/달러 거래 실적이 더 많이 반영되도록 외환건전성부담금 공제 항목 중에서 선도은행의 원/달러 시장조성 거래의 비중도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은과 기재부는 '외국환거래규정'과 '외국환거래업무 취급세칙', '외국환거래업무 취급절차' 등 관련 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야간데스크를 운영하는 은행들의 역외 원/달러 차액결제선물환(NDF) 전자거래 허용 시간을 현행 새벽 2시에서 새벽 3시까지로 1시간씩 연장한다.

RFI의 원화 거래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적극적으로 거래하는 RFI를 '선도 RFI'로 선정하고 외환당국과의 정례적인 소통 채널을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또 기관별 거래 규모와 빈도 등을 살펴 RFI의 등록 적정성 재검토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계획이다.

또 해외에 있는 RFI가 국내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국자금중개의 런던 지점과 싱가포르 사무소 설립을 인가했다. 서울외국환중개의 런던 사무소 개설도 인가할 예정이다.

한은 관계자는 "연장시간대에 적정 유동성이 형성되도록 지원하는 한편 거래시간 확대가 지나친 변동성 확대로 이어지지 않게 안정성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야간시간대에도 환율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적기에 시장안정조치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추가적인 제도 보완을 지속하고 중장기적으로는 24시간 개장을 포함한 우리 외환시장의 추가 개방 필요성과 적절한 시점에 대해서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외환시장운영협의회는 지난 14일 총회를 열고 △원/달러 거래시간 연장 △전자거래규약 일부 폐지 등을 의결했다. 전자거래 규약 중 '개장직후·장마감전 각각 15분간 API 적용 중단' 규약은 폐지된다.

현물환중개회사는 '오전 9시~ 다음날 새벽 2시' 동안 매시 정각과 오후 3시30분의 시점환율·시간가중평균환율(TWAP)을 제공할 예정이다. 현행 종가환율은 '서울 15:30분 환율'로 명칭을 변경한다. 새벽 2시 환율은 '서울 02:00분 환율'로 부른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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