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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날개 단 이정재…할리우드 직항 타는 한국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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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박해수 '버터플라이' 캐스팅…이상희 등 조연도 진출 시동

"아시아 시장 공략할 필승 카드…출연 기회 더 열릴 것"

연합뉴스

드라마 '애콜라이트' 배우 이정재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눈을 감아보거라. 눈은 때로 거짓을 보여준다. 그대로 믿어서는 안 돼."

디즈니+ '스타워즈' 시리즈 '애콜라이트' 1화 15분 45초. 카메라는 제다이가 되기 위해 수련 중인 제자들을 가르치는 한 마스터 제다이의 발걸음을 비춘다.

카메라가 각도를 올려 그의 얼굴을 비추기 전까지 마스터 제다이를 연기한 배우가 이정재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시청자는 드물 것이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토종 한국인'인데 수개월간 갈고 닦은 영어 발음이 자연스럽게 작품 속에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15일 방송가에 따르면 한국 배우들이 할리우드 작품 속 주요 배역을 꿰차며 미국 대중문화 주류 세계관을 파고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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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애콜라이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정재는 지난 5일 공개된 '애콜라이트'에서 마스터 솔 역을 맡아 한국 배우 최초로 47년 전통의 할리우드 '스타워즈' 시리즈에 주요 배역으로 출연했다.

'애콜라이트'는 스페이스 오페라 '스타워즈'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는 시리즈다. 1999년 개봉한 영화 '스타워즈: 보이지 않는 위험'보다 100년 앞선 공화국 시대 말기를 배경으로 하며, 평화를 수호하는 제다이 기사단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정재가 연기한 마스터 솔은 자애로운 인품에 지혜와 신념을 겸비해 주위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티저 예고편에 나오는 첫 대사가 솔의 것이었을 정도로 비중이 꽤 크다.

해외 촬영을 하는 10개월 동안 긴 호흡의 대사를 영어로 소화하고, '라이트 세이버'(광선검)를 휘두르는 화려한 액션 연기까지 선보인 이정재의 도전은 역경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그는 최근 성시경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영어) 발음 교정, 끊어 읽기 이런 것들을 계속하다 보니 혀 양쪽이 다 닳아서 음식을 먹기도 힘들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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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태희
[스토리제이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배우 김태희도 데뷔 24년 만에 할리우드에 진출한다.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버터플라이'에 김지훈, 박해수 등과 함께 캐스팅됐다.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베일에 싸인 전직 미 정보요원 데이비드 정(대니얼 대 킴)과 그를 살해하라는 명령을 받은 현직요원 레베카의 추격전을 그린 시리즈다.

아직 한국 배우들이 작품에서 맡을 배역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태희 소속사 관계자는 "김태희가 주요 역할 중 하나를 맡게 됐다"며 "유창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영어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연 배우들뿐만 아니라 조연 배우들의 해외 진출 사례도 늘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2023), 영화 '로기완'(2024)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인 이상희는 넷플릭스 시리즈 '더 리크루트'에 캐스팅돼 최근 캐나다에서 촬영을 마쳤다. 한국 국정원 요원 장균(유태오)의 아내 난희 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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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상희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상희 소속사 눈컴퍼니 관계자는 "캐스팅 에이전시에서 먼저 오디션 제안이 들어와서 화상 미팅을 거쳐 작품에 합류하게 됐다"며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세계 시장으로 발돋움하게 된 것을 유의미한 성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50대 배우 손종학도 할리우드에 첫발을 디딘다. 할리우드 영화 '24 아우어 소나타'에서 한국 조직의 보스이자 전 세계 범죄 조직과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유지호 역을 맡는다.

소속사 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50대 토종 한국 배우의 주·조연급 캐스팅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손종학의 카리스마와 연기 호흡법을 인상 깊게 본 레바 레오 감독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그를 염두에 두고 캐릭터를 한국인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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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종학
[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양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통해 콘텐츠들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고, 할리우드에서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한국 배우들이 진출할 수 있는 활로는 전에 비해 훨씬 넓어졌다.

2015년 한국인 최초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영화 속 배역을 꿰차는 등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 중인 배우 수현은 최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제가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미국 콘텐츠 시장에서 한국 배우들의 입지는 어마어마하게 커졌다"며 "한국 배우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제작자도 많고, 누구를 캐스팅하고 싶어 한다는 얘기도 자주 전해 듣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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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수현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한국 배우들이 칸이나 베를린영화제에서 아무리 눈도장을 찍어도 배우로서 상업적 가치를 인정받기 힘들었는데, 요즘에는 OTT를 통해 한국 배우들의 연기의 힘과 밀도가 잘 전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처럼 흥행 성적이 확인된 배우들은 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하나의 필승 카드이기도 하다"며 "앞으로도 그런 배우들을 놓고 투자가 이뤄지면서 배우들이 다양한 해외 작품에 출연할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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