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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일본·이란 피하면 끝? 진짜 시험대 오른 한국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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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국 축구 대표팀 김도훈 임시 감독과 선수들이 지난 11일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6차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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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예선의 벽은 가뿐히 넘었지만, 진짜 시험은 지금부터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기대와 우려를 함께 안고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무대에 오른다.

김도훈 임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한국은 지난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2차 예선 C조 최종전에서 1-0으로 승리를 거뒀다. 두 명의 임시 감독에게 잇달아 지휘봉을 맡기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6경기에서 종합 전적 5승 1무(20골 1실점)로 조 1위를 차지했다.

3차 예선 톱 시드(출전국 중 FIFA랭킹 기준 1~3위)를 확보한 덕분에 우리(랭킹 23위)보다 순위가 높은 일본(18위)과 이란(20위)을 피한 것은 긍정적이다. 3차 예선 톱 시드 3개 팀은 서로 다른 3개 조에 배치돼 마주칠 일이 없다. 3차 예선 조 추첨은 오는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AFC 본부에서 열린다.

단 한 골로 승부를 가른 11일 중국전은 오는 9월 시작되는 3차 예선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예고한 경기였다. 중국은 90분 내내 수비라인을 잔뜩 내리고 꽁꽁 걸어 잠갔다. 역습 찬스에도 볼을 돌리기 일쑤였다. 후반 16분 미드필더 이강인(파리생제르맹)에게 실점한 이후에도 밀집 대형을 풀지 않았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중국이 시도한 슈팅은 단 두 개(유효슈팅 0).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을 ‘두 줄 수비’를 굳히는 데 썼다. 이강인을 비롯해 손흥민(토트넘)·황희찬(울버햄프턴) 등 유럽 최고 수준의 공격수를 여러 명 보유한 한국도 작심하고 웅크린 중국의 수비를 뚫지 못해 애를 먹었다.

3차 예선에서 만나는 다른 팀들도 비슷한 전술을 꺼내 들 가능성이 크다. 오는 9월 열리는 3차 예선에는 18개 팀이 6개 팀씩 3개 조로 나뉘어 경쟁한다. 각 조 1·2위 6개 팀이 본선에 진출한다. 변수는 과거 4.5장이던 아시아 몫의 티켓이 북중미월드컵부터 8.5장으로 대폭 늘어난 것이다. 3차 예선 조별 리그 중하위권 팀들도 본선 진출을 염두에 두고 실리 작전을 펼친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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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예선 향후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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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예선에선 각 조 3·4위 6개 팀이 4차 예선을 치러 2장의 본선행 티켓 주인공을 가린다. 여기서 탈락해도 아시아 플레이오프와 대륙별 플레이오프를 거쳐 본선 무대에 오를 실낱같은 기회가 남아 있다. 각 조 6개 팀 중 4위 안에만 들면 본선 진출 가능성이 생기는 만큼, 모든 팀이 끈질긴 승부를 이어갈 전망이다. 강자에겐 밀집 수비로 버티고 실력이 엇비슷하거나 약한 팀을 상대로 승점을 쌓는 전략이 보편화할 것으로 보인다.

꽁꽁 걸어 잠그는 팀을 무너뜨릴 수 있는 해법은 ‘약속된 플레이’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정교한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진의 빈틈을 파고들어야 득점 찬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도자의 견고한 전술과 선수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중요하다. 축구대표팀은 최근 넉 달간 임시 감독 체제로 A매치 4경기를 잇달아 치렀다. 3차 예선을 앞두고 더는 정식 감독 선임을 미룰 수 없다.

한국 축구의 특성을 이해하고 수준 높은 전술 구사 능력을 갖춘 지도자를 찾는 게 중요하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중국전 직후 “우리가 어떤 축구를 하고 싶은지, 어떤 축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가진 인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시 사령탑을 맡은 김도훈 감독도 “선수들이 가진 능력을 100% 발휘하려면 볼을 소유하고 경기 흐름을 지배하면서 포지셔닝과 밸런스를 다듬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재민 축구 칼럼니스트는 “대한축구협회가 이름값에 기대어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감독을 선임했다가 낭패를 본 경험에서 교훈을 얻길 바란다”면서 “소신과 원칙, 전술적 완성도를 겸비한 지도자를 선임해 대표팀의 철학부터 바로 세우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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